주간동아 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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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알고 있다? 진실 공방 가열

‘김민석-검찰’ 정치자금 놓고 힘겨루기 계속 … 각종 진정서 접수 또 다른 사건으로 비화 예상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11-20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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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알고 있다?  진실 공방 가열

    10월31일부터 민주당사에서 검찰수사에 대해 항의 농성 중인 김민석 최고위원(왼쪽)과 10월20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임채진 검찰총장.

    검찰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의 출국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10월2일. 이날 김 최고위원은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남한 측 출입관리소에서 수속을 밟던 중 저지를 당했다. 그즈음 검찰 주변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출금 배경에 대한 소문이 하나 흘러나왔다.

    “검찰이 일부러 김 최고위원을 수사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현역 의원도 아닌데. 어떤 여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하다가 김 최고위원이 관련된 흔적이 발견돼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한 것뿐이다.”

    이는 검찰이 야당 최고위원을 타깃으로 표적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어용 소문’의 성격이 짙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갑근)가 담당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 최고위원이 받고 있는 혐의가 언론을 통해 검찰발(發) 기사 형식으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 최고위원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하거나 로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데 대한 반박용이었다.

    표적 수사” vs “무슨 소리 정상적 수사”

    검찰과 김 최고위원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김 최고위원이 기업인 두 사람에게 받은 4억7000여 만원의 성격과 일부 자금을 차명계좌로 송금받은 배경, 그리고 표적수사 여부다.



    먼저 문제가 된 4억7000여 만원 가운데 김 최고위원이 친구에게 빌렸다는 2억원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이다. 김 최고위원은 친구 박모 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빌린 돈이기 때문에 정치자금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검찰 측 입장은 11월 초 언론보도를 통해 집중적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김 최고위원이 2억원을 송금해준 기업인 박씨에게 ‘어려울 때 도와줘 정말 고맙다. 내 계좌로 직접 넣어주면 나중에 큰 문제 없을 것이다. 만일 탈나면 빌린 것이라고 하면 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사실을 밝혀냈다.”(‘조선일보’ 11월3일자)

    “검찰은 최근 김 최고위원의 친구 박씨로부터 2억원은 빌려준 것이 아니며 차용증을 만들어주고 받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박씨를 소환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전화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11월3일자)

    검찰은 특히 김 최고위원이 친구에게 돈을 빌린 시점이 지난해 8월이라는 데 주목했다. 당시는 김 최고위원이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상 정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대선 예비후보는 후원회를 만들 수 있으며, 모금이나 기부로 받은 정치자금은 후원회를 통해 정치활동에만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문제의 2억원을 후원회를 통해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자금 지원 정계복귀 활동과 맞물려

    돈은 알고 있다?  진실 공방 가열

    11월12일 김민석 최고위원구인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로부터 진입 저지를 당하고 있다.

    결국 이 돈이 김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친구에게 빌린 돈이라면 별문제 없지만, 검찰의 주장처럼 차용증 없이 기부받은 돈이라면 정치자금법상 명백한 불법자금에 해당하는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한 검찰발 언론보도에 대해 “친구 박씨와의 차용증은 확실히 있으며, 올해 초 당에 제출한 재산신고 내용에도 부채로 신고한 바 있다. e메일 내용 전체가 공개되면 모든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현재 외국에 있는 그 친구는 사업상 이유로 검찰 소환 시기를 조금 늦추거나 서면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검찰이 친구에게서 무슨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인지, 그리고 무슨 소환에 불응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김 최고위원이 이른바 ‘키다리 아저씨’로 지칭하는 지인 문모 씨에게 받은 2억7000여 만원의 성격과 전달 방식을 둘러싼 공방이다.

    김 최고위원은 문씨에 대해 미국 유학시절 학비를 지원해준 익명의 후원자고, 문제의 돈은 귀국한 뒤 전세금과 생활비 명목으로 문씨에게서 조건 없이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정치자금과 무관하다는 것. 하지만 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은 문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김 최고위원의 차명계좌 8~9개에 모두 5~6차례에 걸쳐 2억7000여 만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떳떳한 돈이라면 굳이 차명계좌로 보낼 리 없고, 더구나 돈을 쪼개서 보낼 이유가 없다. 불법 정치자금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조선일보’ 11월6일자)

    묘하게도 김 최고위원이 문씨에게서 자금을 지원받은 기간은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를 위해 과거 자신의 지역구를 찾기 시작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점은 검찰이 자금의 성격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점도 의문을 더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서도 나름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억울해했다.

    “그분(문씨)은 총선 탈락 후에도 생활비를 계속 지원해줬다. 대가를 바라는 정치자금이라면 누가 정치 재개가 불확실한 공천 탈락자에게 돈을 주겠는가. 차명계좌 운운하는데 그건 지인들의 계좌다. 전세금 목돈을 받을 때 한 번에 2000만원 이상 송금하면 사유를 명시해야 하는 제도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 돈이 정치자금이냐 아니냐에 있다.”

    마지막 공방은 표적수사 논란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수사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표적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금을 제공한 당사자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피의자 신분인 자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지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부터가 의문이라는 것.

    김 최고위원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구 열린우리당사)에서 10월31일부터 외부출입을 금한 채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정치적으로 편파수사일 뿐 아니라 절차상으로 수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엉터리 졸속수사”라고 비판하면서 검찰을 ‘권력의 개’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11월7일 한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올해 여름 김 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한 여성이 김 최고위원이 돈을 받은 경위와 관련해 제보를 했다고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제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표적수사’라는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인 것.

    김 최고 반전카드는 해킹 의혹?

    돈은 알고 있다?  진실 공방 가열

    정세균 민주당 대표(맨 왼쪽),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맨 오른쪽) 등 야3당 대표들이 10월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모여 이명박 정부의 야당 정치인 수사를 비판하며 공동대응키로 합의했다.

    L씨로 알려진 문제의 여성에 대한 신원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 김 최고위원도 이 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검찰이 당사자 조사 없이 김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데는 이 여성의 제보가 결정적 증거가 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진 검찰총장까지 나서 이번 사건을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임 총장은 최근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바보인 줄 아느냐”며 김 최고위원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도 자신의 무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차용증과 함께 e메일 전문이 공개되면 모든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와 함께 현 상황을 반전시킬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김 최고위원과 친구 박씨가 주고받은 e메일을 검찰이 해킹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입수한 흔적을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 e메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 측은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물증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수사 착수 이후 검찰에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각종 민원과 진정서가 국내외에서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5년 전 검찰이 내사 종결한 사건에서부터 김 최고위원이 미국 유학시절 현지 교포들이 제기한 진정서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김 최고위원의 공방은 또 다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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