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뿔났다’ ‘행복합니다’ ‘흔들리지 마’ 에서 각기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미희, 이휘향, 오미희 (왼쪽부터).
허영심에 사로잡힌 모습은 여전하지만 이들이 보이는 솔직한 언행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녀의 결혼문제로 골머리를 썩인다는 것. 남부러울 것 없는 자녀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또는 그보다 못한 집안(물론 경제적 기준)의 배우자를 데리고 와 사모님들의 속을 긁는다.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는 누구보다 고고한 여자다. 반면 극중 남편의 표현대로‘웃는 얼굴로 사람 포 뜨는 게 취미인 여자’이기도 하다. 하나뿐인 아들이 세탁소 집 딸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장미희는 시시콜콜 트집을 잡으면서 반대한다. 하지만 단식투쟁까지 불사하는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든다. 아들이 데리고 온 수수한 여자가 마음에 들 리 없는 장미희는 명품 숍을 훑으면서 예비 며느리의 스타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꿔준다. 심지어 단골 미용실을 찾아 ‘커트 머리’로 자르라고 종용하기까지 한다. 장미희는 누구든 자신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다.
허영심 많지만 솔직 당당 캐릭터로 ‘관심 한 몸에’
‘행복합니다’의 이휘향은 이른바 ‘된장녀’의 전형이다. 여자는 무조건 가꿔야 한다고 외치면서 각종 뷰티숍을 오간다. 자식 사랑이 유난한 이휘향은 그 자식들 때문에 속이 끓는다. 기대를 걸었던 맏딸이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온 남자는 말단 사원에 부모는 시장에서 식료품점을 한다. 딸의 연애를 막기 위해 몇백만원에 이르는 거금을 들여 사람을 고용하고 딸 미행까지 시킨다. 결국 결혼이 성사되자 딸에게 상속 포기 각서를 쓰게 하는 냉정한 면모를 보인다.
장미희와 이휘향이 쌓고 있는 사모님의 아성에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은 오미희. 4월14일 방송을 시작한 ‘흔들리지 마’로 또 다른 사모님의 모습을 연기한다. 오미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지만 사실은 허영심 많은 명품 마니아다. 게다가 하나뿐인 아들의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유명 ‘마담 뚜’를 찾아 수십 장의 후보자(?) 사진을 받아오고 이를 아들 앞에 내밀기도 한다.
앞선 두 연기자가 사모님으로 주목받는 도중 투입된 오미희로서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사모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가 장미희나 이휘향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오미희가 택한 방법은 ‘엄마가 뿔났다’와 ‘행복합니다’를 절대로 보지 않는 것. 오미희는 “작가와 상의한 결과 혹시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다른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벌 사모님이 잇따라 등장하고 저마다 속물근성을 드러내지만, 과거에 비해 사모님 캐릭터가 솔직하고 당당해진 점은 눈에 띄는 변화다. 무조건 돈봉투부터 건넸던 과거 드라마에 비해 속마음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요즘 사모님은 현실과 더 가깝다. SBS 드라마국의 김영섭 책임프로듀서는 “캐릭터의 솔직한 표현이 오히려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인다”며 “사모님 캐릭터가 과거에는 피상적인 표현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그들의 콤플렉스까지 감추지 않고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