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남서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북 총연장이 4300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다. 북쪽은 열대성 사막이 가로막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남극의 관문에 닿아 있어 한 국가 안에 사계절이 모두 나타난다. 북쪽으로 페루, 북동쪽으로 볼리비아, 동쪽으로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접하며 서쪽으로 태평양, 남쪽으로는 남극해에 면한다. 정식 명칭이 칠레공화국(Republic of Chile)인 칠레는 16세기 초까지 잉카제국의 영토였으며, 1540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후 270여 년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다가 1810년 9월18일 독립했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 6월12일 수교했다. ● 면적 : 75만6626㎢(한반도의 약 3.5배) ● 인구 : 약 1613만명(2006년) ● 수도 : 산티아고(Santiago) ● 1인당 국민소득 : US$ 9875(2007년) ● 종교 : 가톨릭(87%), 개신교(12%) ● 인종 : 메스티소(66%), 백인계(29%), 원주민(5%) ● 언어 : 스페인어 ● 국가원수 : 미첼레 바첼레트 제리아(Michelle Bachelet Jeria) 대통령(여·2006년 3월11일 취임) |
“칠레의 숲 속에 들어가보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나는 그 땅에서, 그 흙에서, 그 침묵에서 태어나 세계를 누비며 노래했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시인이자 외교관이었던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숲 속’이란 시에서 자신의 조국 칠레를 이렇게 노래했다. 바다와 여인과 시를 사랑했던 네루다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와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이 된 미항(美港) 발파라이소에 유람선을 꼭 닮은 집을 지은 뒤 세 명의 부인과 시를 노래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나눴으며, 사회주의자로서의 생을 다했다. 그에게 칠레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파라다이스의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칠레 정부 관계자·기업인들 “한국과 FTA는 성공작”
지구 정반대편, 13시간의 시차와 태평양이 가로막은 땅 칠레에 ‘한국’이 넘실댄다. 4300km에 이르는 긴 영토를 가진 이 신비로운 나라에서 한국과 칠레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에 시동을 걸고 있다. 4년 전인 2004년 4월1일 두 나라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하 FTA)은 양국 간의 물리적 간극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칠레산 와인과 돼지고기가 한국의 일상이 됐다면, 칠레 거리를 가득 메운 한국 자동차는 남미국가 칠레의 오늘로 자리잡았다.
‘주간동아’는 한-칠레 FTA 체결 4주년을 맞아 한반도를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첫 FTA 상대국 칠레를 찾았다.
산티아고 시내의 한인타운 파트로나토. ‘맵시’라고 적힌 한글표현 간판이 인상적이다.
산티아고는 도심 한가운데의 거대한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무기광장(Plaza de Arma)’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광장은 400여 년 전 칠레를 정복한 스페인이 만들어놓은 전쟁기념물이다. 광장 동쪽에 자리한 ‘산티아고 대성당’은 스페인 지배 시절을 추억하듯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티아고 도심은 이 광장을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칠레 방문 첫날 기자는 칠레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국제행사 ‘2008 산티아고 마라톤대회’를 지켜볼 수 있었다. 산티아고 시내를 돌아 대통령궁 광장에 만들어진 결승지점으로 모여든 12만여 명의 젊은이들, 대통령궁 안에서 전통 음악과 팝송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휴일을 즐기는 산티아고 시민들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이날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천명의 젊은이들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산티아고의 오늘을 한 장의 사진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4월6일부터 12일까지 7일간 기자는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 등지에 머물면서 10여 명의 칠레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을 만나 칠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 맺은 FTA에 대한 칠레 측의 평가도 중대 관심사였다.
기자가 만난 칠레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한국과의 FTA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칠레 상공회의소(이하 SOFOFA)의 휴고 바이어라인 회장이 “칠레가 맺은 FTA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의 얘기다.
“한국과의 교역을 통해 칠레 기업들이 한층 높은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과일 등 농산품의 경우 한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 세계에 소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칠레를 플랫폼 삼아 한국 기업들이 중남미시장에 진출하길 원한다. 칠레 정부와 SOFOFA는 한국 기업들을 적극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칠레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칠레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부패하지 않은 안정적인 사회·정치체제’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해당하는 프로칠레(Prochile)의 마뉴엘 본부장은 “칠레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치안이 불안하고 사회·정치적으로 낙후된 남미의 다른 나라들과 칠레가 비슷한 평가를 받을 때 기분이 몹시 상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칠레는 다른 남미국가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4월6일 오전(현지시각) 열린 ‘2008 산티아고 마라톤 대회’. 이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천명의 젊은이들을 포함해 12만여 명이 참가했다.
칠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칠레에서 만 7년간 일했다는 대우전자 칠레법인 송희태 법인장도 마찬가지였다.
“칠레에는 부정부패가 없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도 없다. 한국에서라면 6개월 이상 걸릴 행정절차도 여기서는 일주일이면 끝난다. 세금만 제대로 내면 외국 기업이라 해도 전혀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남미시장의 전초기지로 칠레를 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투명한 칠레’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가 그것이다. ‘2007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칠레는 전 세계 180개국 중 미국 벨기에 등에 이어 22번째로 ‘부패하지 않은’ 국가로 나타났다(2006년 20위).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4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칠레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미국가 중 최고인 1만 달러 수준이다(2007년 국제통화기금 전망치). 이러한 칠레의 ‘부(富)의 원천’에는 자연자원인 구리가 있다. 칠레 와인이 세계적인 문화 수준을, 칠레산 돼지고기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대표한다면, 칠레 경제의 40%(수출 총액 기준으로는 60~70%)가량을 차지하는 구리산업은 그 자체로 칠레의 부를 상징한다. 2006년만 해도 칠레의 전 세계 수출 총액 567억 달러 가운데 구리 수출액 규모는 375억 달러에 달했다.
그렇다면 칠레에게 구리는 어떤 의미일까. 칠레 구리산업의 중심이자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는 칠레 공기업 코델코(Codelco)를 찾아 얘기를 들어봤다.
“파운드당 1달러도 되지 않던 구리 값이 지난해에는 3달러를 넘어섰다. 머지않은 장래에 1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산업화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코델코의 영업이익률은 56%였다. 칠레는 구리산업에서만 정부 재정의 7%에 해당하는 흑자를 내고 있다. 칠레는 구리 수출로 생긴 잉여자금을 광산업체 설비, 건설 프로젝트 등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구리는 칠레 정부에겐 가장 안전하고 장기적인 이윤을 보장해주는 투자 대상이다.”(코델코 투자책임자 마리아 파즈 오르테가)
칠레 정부의 자신감도 구리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물을 완제품 상태로 수입해 쓰는 외부 의존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지만, 칠레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나 경제위기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막대한 외환보유고도 모두 구리가 가져다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시내 중심에 자리한 무기광장과 산티아고 대성당. 산티아고 시민들이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국민의 구매력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칠레법인 관계자는 “칠레는 남미국가이면서도 전혀 남미적이지 않다. 소비문화의 경우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에 가깝다. 국민소득만으로 경제를 평가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교민들의 생활상도 일부 접할 수 있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칠레에는 1600명가량의 교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파트로나토(Patronato)라고 불리는 코리아타운에서 생활하며 주로 의류업, 외식업 등에 종사한다. 파트로나토는 한국으로 치면 동대문 의류시장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교민에게 “장사는 잘되느냐”고 물었더니 기분 좋은 대답이 돌아왔다.
“보시다시피 잘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워낙 부지런해서 그런지, 칠레 사람들보다 대부분 잘삽니다. 의류시장은 한국 사람들이 꽉 잡고 있죠. 많은 칠레 사람들이 우리를 대단하게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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