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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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업체에 독점적 지위는 난센스”

재난시스템 전공 정덕훈 교수 “TRS는 우리 사정에 안 맞아 … 비판의견 묵살도 이해 안 돼”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11-28 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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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업체에 독점적 지위는 난센스”

    동국대 정덕훈 교수.

    재난정보를 전공한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정덕훈(45·사진) 교수는 TRS 사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2004년과 2005년, TRS 사업자 선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국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또 한 번 타당성 검토를 실시했다. 그러나 정 교수를 포함한 비판적 학자들과 실무경찰의 의견은 끝내 배제되고 말았다.

    - 혁신위에 어떤 의견을 제시했나.

    “당시 감사원이나 국무조정실, 국회 등에서 통합통신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나 역시 혁신위에 비판적인 얘기를 했다. ‘통합적 재난관리’란 말 그대로 소방뿐 아니라 경찰, 도로, 철도 심지어 의료까지 모조리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통합’ 취지는 좋지만지금은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한 게 아니라 철학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경찰과 소방관에게 무전기를 나눠줘도 서로 할 말이 없다. 태생이 다른 조직이라 망을 통해 공유할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급박한데 왜 할 말이 없겠느냐”고 반박한다.

    “비전문가들의 환상일 뿐이다. 어느 한 지역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지방 공무원이 중앙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죽겠다’고 하소연해야 하나. 또 소방관이 현장 경찰에게 직접 교통통제를 요구하면 그 경찰이 과연 움직여줄까. 꼭 필요한 연락은 지휘체계를 통해 전달해야만 효과가 있다. 게다가 데이터통신 가운데 GPS(위성항법장치) 정도는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될 만큼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훌륭하다.”



    - 통신이 관건이 아니라 조직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무전기만 통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게다가 재난 책임은 이미 중앙이 아니라 지방으로 분권화됐다. 좀더 중요한 것은 교육훈련이다. 평소 훈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절차와 방법이 명확해진다면 굳이 TRS에 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명확한 체계가 없는 재난통신망은 지휘통솔의 혼선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 해외는 어떤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도 경찰과 소방관 간에 소통이 안 돼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런 의견이 잠깐 있었다. 그 점이 청문회에서 지적돼 뉴욕경찰이 TRS를 도입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오히려 대구지하철사고 이후 모토롤라가 9·11 테러를 한국에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크다. 재난방지 선진국인 일본 역시 소방은 VHF(초단파)라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한다. 이들이 TRS를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고려했기 때문이다.”

    - 재난통신망 사업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독점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나라가 국가적 자산인 ‘재난통신망’을 외국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앞으로 10년, 20년 이상 유지 보수할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특혜이자 이권사업으로 보인다. TRS가 모토롤라 고유 기술이 아님에도 시스템의 30%가량을 기술개방 없이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망은 일정 시간이 되면 국가예산으로 끊임없이 교체해야 한다. 만일 그때 모토롤라가 손을 놔버리면 기존에 투자한 것을 다 날리고 망을 새로 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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