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가 선호하는 대선 후보가 있는가.
“공식적으로 미국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 관해 의견을 표명한 바 없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많은 옵서버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던 탓도 있고, 한나라당이 미국과 유사하게 북한에 좀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아주 강경한 입장을 취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이 후보는 ‘BBK 의혹’이라는 복병을 만난 상태인데….
“한국 정치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예측하기 힘들다. BBK 사건은 수많은 정치 스캔들 중 하나인가, 아니면 이 후보의 핵심 문제인가? 한국인들이 이 스캔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회창이나 문국현 후보에 대한 미국 정계의 생각은 어떠한가.
“두 후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얼마 전까지 미국의 관심 초점은 한나라당 경선이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 패자는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됐다. 지금은 이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로 관심이 옮겨가 있다. 중간에 이회창 씨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미 정계는 이번 한국 대선을 이 후보 대(對) 정 후보의 대결로 보고 있다.”
-이번 한국 대선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은 편인가.
“물론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2002년 대선 때 관심이 더 컸다. 당시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던 때라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때 노 대통령이 당선돼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나 지금은 예측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다는 의미인가.
“그렇지는 않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워낙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가. 다만 미국 주류가 이 후보를 선호하는 것은 맞다.”
-북핵 폐기까지 한미 양국의 할 일이 많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한미 대통령 커플은 누구라고 보는가.
“누가 차기 미 대통령이 되든 북핵 문제는 미국에서 두 번째 문제다. 첫 번째는 중동 문제다. 누가 미 대통령이 되든 현재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에 투자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몇 가지에선 성공했다. 그러나 더 많은 실패를 남겼다. 특히 외교정책은 예측하기 힘들었고, 실천하기 어려운 경제정책들을 내놓았다. 지나치게 거침없는 언행(too freely speaking)을 보인 점도 문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아 지속시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는 아웃사이더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다. 그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본다. 훗날 한국 역사가들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