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 조사팀 직원들이 도암댐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도암댐의 수질개선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길게 보면 댐이 완공된 1990년 이후 계속돼온 싸움이고, 짧게 봐도 방류와 발전이 중단된 2001년 3월부터 지루하게 이어져온 논쟁이다.
댐 바닥 약 5m 두께 토사가 오염 유발
청정지역에 자리한 도암댐의 수질이 이렇게 망가진 데는 남한강 상류 고랭지 채소밭에서 흘러든 비료성분의 흙탕물과 대관령의 축산폐수가 원인이 됐다. 댐을 만들 당시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도암댐 수질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강원도, 한수원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원칙적으로 견해를 같이한다. 먼저 댐의 물을 빼내고 썩어버린 도암댐 바닥을 준설해 퇴적된 오염물질을 제거하자는 것.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썩을 대로 썩은 물을 어디로, 어떻게 빼낼지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암댐 바닥에는 약 5m 두께의 각종 토사 10만㎥가 퇴적해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안은 다음 문제.
도암댐의 물을 빼낼 수 있는 통로는 현재로선 두 곳뿐이다. 우선 남한강 수계의 하류인 정선 지역으로 빼는 방안이 있다. 다음은 강릉 시내를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한수원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도암댐의 물을 지하 도수터널(길이 16km)을 이용해 강릉 남대천으로 보내 유역변경식 발전(낙차를 이용하는 발전방법)을 한 바 있다.
강원도는 물을 정선 방면으로 빼자고 주장한다. 댐 바닥 근처에 설치된 가배수로에 L자 모양의 취수관을 제작, 설치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가배수로는 도암댐 건설 당시 하천 물길을 돌리던 우회수로로 쓰기 위해 만들었지만 1995년경 이곳을 통해 도암댐 바닥의 오염물질이 쏟아져내리면서 정선 등 하류 주민들이 반발해 폐쇄됐다. 최근 강원도는 이 공법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을 현대건설에 의뢰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예산이 든다는 약점이 있다. 그런 이유로 한수원 측은 이 방법에 난색을 표한다. “토사 준설 예비작업에 ‘딱 한 번’ 사용될 L자형 취수관 설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쓸 수는 없다”는 주장. 한수원 측은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수질정화시설 설치 등을 포함해 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당성 검토를 맡은 현대건설 측의 계산도 한수원 측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각계 인사 마주 앉았지만 결론은 ‘제자리걸음’
한수원 측이 제시하는 방안은 강릉 남대천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발전 방류를 위해 설치, 운영해온 선택취수탑과 도수터널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미 설치된 수문 4개 가운데 맨 아래쪽 수문을 활용하면 수심을 지금의 절반인 25m 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이 경우 따로 취수관을 제작, 설치할 필요 없이 수질정화 장치만 설치하면 돼 70억여 원의 예산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수원 측은 강조한다. 한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산낭비를 줄이고 이미 설치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게 한수원의 견해다. 정선 쪽으로 담수를 빼는 방안은 수백억원의 예산 외에 공사에만 2년 이상이 필요하다. 딱 한 번 물을 빼기 위해 투자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러한 한수원 측 주장에 대해 강릉지역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강릉시와 강릉시의회는 지난 7년간 “남대천으로의 방류는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한수원 측이 수질정화 장치를 가동하면 도암댐의 물을 1급수 수질로 바꿀 수 있다고 증명해 보였지만, 강릉지역 주민들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한수원의 주장이 맞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지난 10여 년간 이 문제에 대한 견해로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이 대립했을 정도다. 정치적인 문제가 되면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