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낙바생 완수가 싼겹살을 쏘았다. 업글병이 심각한 그 자식은 새로 산 디카 자랑을 해댔다. “너 요새도 텐인텐 꿈꾸냐?” 완수가 묻자 난 급짜식해졌다. 스펙이 달려 취직도 못한 만년 공시족인 날 비웃는 걸까? 기분 이다. 집에서 푸라면이나 끓여먹을 걸 그랬다.
-2007년 10월, 어느 청년의 가상 일기
언어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거울이다. 최근 ‘놈현스럽다’ 스캔들로 주목받은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태학사)는 지난 5년간 한국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신속하고도 민감한 거울로 평가될 만하다. 이 책은 2002년 이후 현재까지 5년간 조사된 신어 3500여 항목을 사전 형식으로 수록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지난 5년 동안 한국사회를 떠나 있었다면 위와 같은 한 청년의 일기를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은 낙바생 공시족 스펙 등의 신조어를 낳았고, 누리꾼들은 업글병 디카 급짜식 푸라면과 같은 인터넷 신어를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돼지값 급락이 낳은 싼겹살, 부자 되기 열풍을 반영하는 텐인텐 등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놈현스럽다’ 등 권위에 대한 조롱
지난 5년간 참여정부는 신조어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 놈현스럽다 외에도 건달정부 노비어천가 노빠 반노이즘 반통령 등이 국민 입에 오르내렸다. 검사스럽다 검새 또한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공개토론을 벌이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인상적인 신조어다. 권위에 대한 ‘언어조롱’은 참여정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회스럽다 국회타임 부시스럽다 아들당 돈성 등 국회와 기업, 해외 지도자까지 언어에 의한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영수 대신 논영수’.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부활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논술 열풍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논영수’가 아닐까 싶다. 다둥이가족 불임휴직 등은 출산율 저하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고 이를 타개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반영된 신조어다. 이 밖에도 5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조어가 꽤 많다. 강남명품론 골드미스 생리공결제 쉼터근로자 직역감정 춘우추동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일상생활에서 새롭게 사용하게 된 단어들로는 노신혼 런치쌍꺼풀 명품계 밥터디 신주말 여행계 등이 있다. 스타벅스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보급으로 바리스타가 귀에 익은 단어가 됐으며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고통철 케이티엑스(KTX) 부부가, 서울시 대중교통의 환승할인제 개시가 환승족을 낳았다.
이 책에 실린 3500여 항목 중 가장 많은 부류는 족(族)으로 끝나는 신인류에 관한 신조어였다. 무려 191개 ‘족’이 새로 탄생했다. 악플족 기펜족 모잉족 미드족 딘스족 효리족 점심시간족 청계천 조깅족 등 지난 5년 동안 한국인들은 유난히 ·#52059;·#52059;족 만들기를 즐겼다.
신조어들 중 뜻을 가장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인터넷 신어다. “그 여자연예인은 갈비야”라는 댓글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갈비란 ‘갈수록 비호감’의 준말이다. 이 밖에도 덮녀 안구웰빙 지르가슴 에고서프 등 한 번 들어서는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신조어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신조어들은 특정 계층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등 의사소통의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신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계층은 일부 전문가나 지식인이 아닌 일반 대중 전체”(이상규 국립국어원장)가 되었다. 즉 요즘의 신조어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일반 대중의 생활과 의식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놈현스럽다’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만 대할 일이 아닌 것이다.
-2007년 10월, 어느 청년의 가상 일기
언어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거울이다. 최근 ‘놈현스럽다’ 스캔들로 주목받은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태학사)는 지난 5년간 한국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신속하고도 민감한 거울로 평가될 만하다. 이 책은 2002년 이후 현재까지 5년간 조사된 신어 3500여 항목을 사전 형식으로 수록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지난 5년 동안 한국사회를 떠나 있었다면 위와 같은 한 청년의 일기를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을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은 낙바생 공시족 스펙 등의 신조어를 낳았고, 누리꾼들은 업글병 디카 급짜식 푸라면과 같은 인터넷 신어를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돼지값 급락이 낳은 싼겹살, 부자 되기 열풍을 반영하는 텐인텐 등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놈현스럽다’ 등 권위에 대한 조롱
지난 5년간 참여정부는 신조어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 놈현스럽다 외에도 건달정부 노비어천가 노빠 반노이즘 반통령 등이 국민 입에 오르내렸다. 검사스럽다 검새 또한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공개토론을 벌이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인상적인 신조어다. 권위에 대한 ‘언어조롱’은 참여정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회스럽다 국회타임 부시스럽다 아들당 돈성 등 국회와 기업, 해외 지도자까지 언어에 의한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영수 대신 논영수’.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부활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논술 열풍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논영수’가 아닐까 싶다. 다둥이가족 불임휴직 등은 출산율 저하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고 이를 타개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반영된 신조어다. 이 밖에도 5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조어가 꽤 많다. 강남명품론 골드미스 생리공결제 쉼터근로자 직역감정 춘우추동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일상생활에서 새롭게 사용하게 된 단어들로는 노신혼 런치쌍꺼풀 명품계 밥터디 신주말 여행계 등이 있다. 스타벅스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보급으로 바리스타가 귀에 익은 단어가 됐으며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고통철 케이티엑스(KTX) 부부가, 서울시 대중교통의 환승할인제 개시가 환승족을 낳았다.
이 책에 실린 3500여 항목 중 가장 많은 부류는 족(族)으로 끝나는 신인류에 관한 신조어였다. 무려 191개 ‘족’이 새로 탄생했다. 악플족 기펜족 모잉족 미드족 딘스족 효리족 점심시간족 청계천 조깅족 등 지난 5년 동안 한국인들은 유난히 ·#52059;·#52059;족 만들기를 즐겼다.
신조어들 중 뜻을 가장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인터넷 신어다. “그 여자연예인은 갈비야”라는 댓글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갈비란 ‘갈수록 비호감’의 준말이다. 이 밖에도 덮녀 안구웰빙 지르가슴 에고서프 등 한 번 들어서는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신조어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은 신조어들은 특정 계층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등 의사소통의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신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계층은 일부 전문가나 지식인이 아닌 일반 대중 전체”(이상규 국립국어원장)가 되었다. 즉 요즘의 신조어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일반 대중의 생활과 의식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놈현스럽다’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만 대할 일이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