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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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혈전’설움 훌훌 … 꿈은 이루어졌다!

  • 이주영 ‘무비위크’ 기자 jamie@movieweek.co.kr

    입력2007-03-05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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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혈전’설움 훌훌 … 꿈은 이루어졌다!
    이소룡 같은 액션스타를 꿈꾸던 소년이 있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 선후배들은 그의 재능을 코미디로 몰았다. 청년이 된 소년은 방송국으로 자신의 발걸음을 선회했다. 그는 한국 방송 코미디계에 큰 획을 긋는 스타가 됐다. 바로 이경규다.

    방송국에 몸담은 뒤에도 그의 가슴엔 여전히 꿈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급기야 그는 밤무대, 지방의 농약광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만든 4억원의 제작비로 15년 전 이경규는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의 일인다역을 해내며 영화 ‘복수혈전’을 완성했다. 영화는 망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복수혈전’이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이경규는 어엿한 ‘영화인’이 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드디어 그는 명실공히 제작자가 됐다. 록 가수 지망생의 트로트 가수 성공기를 다룬 ‘복면달호’가 그에게 제작자의 화관을 씌웠다. 그럼에도 ‘코미디언’ 제작자라는 칭호는 이경규에게 의심과 조롱의 눈초리를 건네게 만들었다.

    ‘복수혈전’설움 훌훌 … 꿈은 이루어졌다!
    ‘복면달호’개봉 일주일 전에 만난 이경규는 마냥 웃길 것 같은 코미디언의 형세가 아니었다. 영화의 성공 여부에 노심초사하는 여느 영화 제작자와 다를 바 없었다.

    “여의도에선 대접받지만 충무로에선 바닥부터 기어야 하는 막내예요.”



    이 한마디로 그의 진심이 전해졌다. 그는 ‘복면달호’의 완성과 개봉을 2002년 한일월드컵에 비유했다. 한마디로 꿈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복수혈전’이 방송국에서 웃음거리로 사용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동료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를 상회하고, 전국 수백 개 스크린에서 선뵈는 자신의 영화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경규는 과거의 눈물을 웃음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한 편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복면달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는 아직도 과정 속에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는 현란하게 ‘눈알 굴리기’를 선뵈는 코미디언이 아닌 진짜 영화 제작자 이경규가 담겨 있었다.

    그토록 가슴 졸였던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복면달호’는 지난 설 연휴 기간에 전국 7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3월에 접어들기 전, 영화는 100만 관객을 훌쩍 넘길 것이다. “제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서 다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영화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건만 ‘제작자’ 이경규는 여전히 바쁘다. ‘복면달호’ 성공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긴장 상태’라고 말한다. 늦은 밤 극장 무대인사를 앞둔 그와의 전화통화에서 “극장에서 간판이 내릴 때까지 긴장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이 된 중년의 이경규. 그는 내일의 꿈을 위해 오늘도 발이 부르터라 전국 극장을 누비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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