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0일 새벽 출소한 안희정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씨 주변 사람들은 이 문제와 관련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만 갈수록 역할론에 무게가 실린다. 그를 면회했던 한 386세대 의원은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그것(정치) 말고 또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안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미 안씨의 역할과 관련 방향은 정해졌다”고 말했다.
몇몇 386세대 인사들과 안씨의 측근들은 이 문제를 놓고 몇 차례 회동,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386세대 인사는 “386의 구심점으로 거론되던 이광재 의원은 개혁 최전선에서 물러나 실용주의에 심취, 경제전도사 구실에 치중하고 있다”며 “누군가 흐트러진 386의 개혁전선을 다시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안씨의 역할론을 강조한다. 우리당은 2005년 4월 전당대회를 개최, 당 의장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 내부에서는 벌써 계보별 분열 양상을 보인다. 당에서는 이 혼란과 대립을 내적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킬 ‘코디네이터’의 등장이 간절한 상황이다.
그러나 안씨의 복귀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한 둘이 아니다. 그가 서울구치소에서 보낸 지난 1년 동안 정치는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변화가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개혁당 출신 인사들이 약진했고, 당직자 3분의 2는 총선을 전후해 우리당에 입당한 새로운 얼굴. 이들은 당내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들이 원외에다 오랫동안 현장을 비웠던 안씨의 존재를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인정할지는 미지수.
이미 당내에는 선수(選數)마저 무너질 정도로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만연한다. 이런 흐름을 꿰고 있는 당내 인사들은 안씨의 복귀가 여당 내 개혁노선 갈등, 당쟁 구도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파워 게임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본 것.
그가 움직이면 오히려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 유학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안씨는 과연 못다 한 꿈을 꽃피울까, 아니면 석양의 태양처럼 외곽을 도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