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눈으로 덮이는 겨울이 되면 야생의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은 어떻게 이 긴긴 겨울을 견뎌 봄을 맞이할까. 영하의 날씨엔 하룻밤조차 밖에서 보내지 못하는 인간에 비하면 그들의 능력은 가히 초능력에 가까운 듯하다.
우리가 관심 두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야생동물들은 신비로운 겨울나기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눈더미 속에 굴을 파 거기서 새끼를 낳고 6개월 동안 동면하는 북극곰, 세대에 걸쳐 전해진 기억만 갖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날아가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오는 나비, 동면하지 않고 먹이를 비축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는 다람쥐, 고작 동전 두 개를 합한 무게인 5g밖에 나가지 않지만 북쪽의 얼어붙은 겨울 숲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상모솔새…. 자연의 경이는 끝이 없다.
우리는 다양한 동물들과의 공감대를 넓힐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들의 세계 밖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자연은 우리에게 더욱더 많은 것을 안겨준다. 지금의 뉴욕주에 거주했던 이로쿼이 인디언이 단풍나무 시럽을 발견한 것도 호기심 많은 한 인디언 소년 덕분이었다. 그는 나무 생채기에서 흘러나온 수액을 핥아먹는 다람쥐를 눈여겨보았고, 호기심에 그것을 직접 찍어먹어 보았다. 그렇게 해서 그 부족은 새로운 식량자원을 얻었다.
현대에 와서 그 소년 같은 호기심은 더욱 정교한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그 덕택에 박쥐가 귀로 세상을 듣고, 코끼리바다표범이 수심 1.6km까지 내려가 1시간을 머무르며, 나방은 1.6km 밖에 있는 이성의 냄새를 맡고, 새는 대양을 쉬지 않고 날아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끊임없이 묻고 탐사하고,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객관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눈 밝은 자연의 관찰자들.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눈 밝은 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혹독한 환경의 겨울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쓴 이야기다. 하인리히는 ‘현대의 소로’ 혹은 ‘현대의 시튼’이라 불리는 생물학계의 석학이며, 젊어서 펴낸 ‘뒤영벌의 경제학’(Bumblebee Economics)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인물.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지내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학교를 그만두고 메인 주의 숲 속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매일 숲 속과 연못가를 거닐고 저녁엔 벽난로 앞에 앉아 일기를 쓰는 삶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가롭게 지내기만 한 게 아니라 홀로 수행한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자연 에세이와 수준 높은 학술논문도 보란듯이 발표하곤 했다. 1999년에 출간한 ‘갈가마귀의 마음’에서는 왜 갈가마귀들이 애써 발견한 동물의 시체를 앞에 두고 큰소리 내어 광고하는지, 작은 상모솔새가 추운 겨울 숲에서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 등의 의문을 흥미롭게 풀어헤쳐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는 그에게 한없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삶은 삶대로 찾아 누리고 과학은 과학대로 다하는 그를 누군들 우러러보지 않을까. 그의 통나무집 바로 옆에서 늑대거북이가 산란하는 것도 부럽고, 겨울이 되어 해가 짧아지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그의 삶도 한없이 부럽다.”
최교수에 따르면 그의 책은 ‘과학자 하인리히’ ‘시인 하인리히’ ‘화가 하인리히’의 합작품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예리한 관찰력과 기발한 실험으로 자연의 신비를 파헤치고, 여느 작가 못지않은 수려한 글로 그것을 묘사하며, 거기다 군데군데 정교하고 따뜻한 느낌의 동·식물 세밀화까지 직접 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족해 위대한 자연의 깨달음까지 풀어놓으니, 독자들은 따뜻한 이불 속으로 자꾸만 파고들면서도 마음은 눈 덮인 들판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그 들판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상모솔새를 떠올리게 된다.
“다행히 상모솔새는 미래에 대해, 또는 삶과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이 겨울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겨울 세계는 눈보라며 영하의 밤, 바람, 부족한 먹이까지 모든 것이 운에 좌우되는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아마 꺾이지 않는 열정과 거침없는 추진력일 것이다.”
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400쪽/ 1만6500원
우리가 관심 두지 않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야생동물들은 신비로운 겨울나기를 치열하게 하고 있다. 예컨대 눈더미 속에 굴을 파 거기서 새끼를 낳고 6개월 동안 동면하는 북극곰, 세대에 걸쳐 전해진 기억만 갖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날아가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오는 나비, 동면하지 않고 먹이를 비축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는 다람쥐, 고작 동전 두 개를 합한 무게인 5g밖에 나가지 않지만 북쪽의 얼어붙은 겨울 숲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상모솔새…. 자연의 경이는 끝이 없다.
우리는 다양한 동물들과의 공감대를 넓힐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들의 세계 밖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자연은 우리에게 더욱더 많은 것을 안겨준다. 지금의 뉴욕주에 거주했던 이로쿼이 인디언이 단풍나무 시럽을 발견한 것도 호기심 많은 한 인디언 소년 덕분이었다. 그는 나무 생채기에서 흘러나온 수액을 핥아먹는 다람쥐를 눈여겨보았고, 호기심에 그것을 직접 찍어먹어 보았다. 그렇게 해서 그 부족은 새로운 식량자원을 얻었다.
현대에 와서 그 소년 같은 호기심은 더욱 정교한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그 덕택에 박쥐가 귀로 세상을 듣고, 코끼리바다표범이 수심 1.6km까지 내려가 1시간을 머무르며, 나방은 1.6km 밖에 있는 이성의 냄새를 맡고, 새는 대양을 쉬지 않고 날아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끊임없이 묻고 탐사하고,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객관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눈 밝은 자연의 관찰자들.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눈 밝은 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혹독한 환경의 겨울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쓴 이야기다. 하인리히는 ‘현대의 소로’ 혹은 ‘현대의 시튼’이라 불리는 생물학계의 석학이며, 젊어서 펴낸 ‘뒤영벌의 경제학’(Bumblebee Economics)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인물.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지내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학교를 그만두고 메인 주의 숲 속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매일 숲 속과 연못가를 거닐고 저녁엔 벽난로 앞에 앉아 일기를 쓰는 삶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가롭게 지내기만 한 게 아니라 홀로 수행한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자연 에세이와 수준 높은 학술논문도 보란듯이 발표하곤 했다. 1999년에 출간한 ‘갈가마귀의 마음’에서는 왜 갈가마귀들이 애써 발견한 동물의 시체를 앞에 두고 큰소리 내어 광고하는지, 작은 상모솔새가 추운 겨울 숲에서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 등의 의문을 흥미롭게 풀어헤쳐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는 그에게 한없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삶은 삶대로 찾아 누리고 과학은 과학대로 다하는 그를 누군들 우러러보지 않을까. 그의 통나무집 바로 옆에서 늑대거북이가 산란하는 것도 부럽고, 겨울이 되어 해가 짧아지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그의 삶도 한없이 부럽다.”
최교수에 따르면 그의 책은 ‘과학자 하인리히’ ‘시인 하인리히’ ‘화가 하인리히’의 합작품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예리한 관찰력과 기발한 실험으로 자연의 신비를 파헤치고, 여느 작가 못지않은 수려한 글로 그것을 묘사하며, 거기다 군데군데 정교하고 따뜻한 느낌의 동·식물 세밀화까지 직접 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족해 위대한 자연의 깨달음까지 풀어놓으니, 독자들은 따뜻한 이불 속으로 자꾸만 파고들면서도 마음은 눈 덮인 들판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그 들판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상모솔새를 떠올리게 된다.
“다행히 상모솔새는 미래에 대해, 또는 삶과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이 이 겨울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겨울 세계는 눈보라며 영하의 밤, 바람, 부족한 먹이까지 모든 것이 운에 좌우되는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아마 꺾이지 않는 열정과 거침없는 추진력일 것이다.”
강수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400쪽/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