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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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배분설’ 뒤늦은 폭로 … 그래도 화제?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12-24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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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료 배분설’ 뒤늦은 폭로 … 그래도 화제?

    이철 전 의원, 정몽준 의원(왼쪽부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이 급하게 만나자고 했다. 정몽준 의원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주면 더욱 좋겠지만, 그걸 하지 않더라도 노무현 후보와의 연계를 끊기 희망했다. 각료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있었다. 서의원이 ‘(정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얘기했다. ‘나는 그게 대단히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전달해달라는 요구는 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에서 활동했던 이철 전 의원이 12월18일 밤, 인터넷 방송 ‘라디오21’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대선 비화다. 이 전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당시 서의원이 만나자고 해 여의도 63빌딩 커피숍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정의원이 노후보측에 요구한 각료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있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정의원을 회유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 당선시 각료 배분권을 주겠다는 언질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이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 서의원측은 “말도 안 되며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의원의 한 측근도 “이 전 의원이 요즘 정치적으로 어려우니까 그런 얘기로 주목을 끌려는 것 같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의 인터뷰를 보면 12월18일 마지막 유세가 끝난 뒤 정의원이 노후보 지지철회를 결정하기 직전 ‘당직자들이 모여서 수군거리고 정의원은 당직자와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부인과 김흥국씨 등 몇 명과 별도의 방에 들어가 회의하는 걸 봤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흥국씨와 부인만을 데리고 별도의 장소로 이동한 적도 없을 뿐더러 참모들과의 회의를 거쳐 지지철회를 결정했다”는 것.

    이 인사는 “이 전 의원이 당시 현장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회유가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사실을 지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12월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정의원의 지지철회 과정을 잘못 알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그쪽(정의원)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서의원을 만날 당시 노후보와 정의원 사이에는 당선 이후 각료 배분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는데 서의원은 ‘민주당(노무현 후보) 쪽보다는 더 확실하게 각료 배분을 약속한다’며 정의원이 지지철회를 하도록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정의원은 노후보 쪽에 각료 절반의 배분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보다 확실하게 각료 배분을 약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50% 각료 인선권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었겠느냐. 그런 뜻에서 각료 배분권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솔직히 서의원과의 얘기가 공개돼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또 후보단일화 과정에 김민석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당시 사정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폭로와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 뒤이은 이 전 의원의 공세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2002년 12월18일 밤 정몽준 의원의 지지철회 파문이 1년이 지난 요즘 새삼 정가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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