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전 의원, 정몽준 의원(왼쪽부터)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에서 활동했던 이철 전 의원이 12월18일 밤, 인터넷 방송 ‘라디오21’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대선 비화다. 이 전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당시 서의원이 만나자고 해 여의도 63빌딩 커피숍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정의원이 노후보측에 요구한 각료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있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정의원을 회유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 당선시 각료 배분권을 주겠다는 언질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같은 이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 서의원측은 “말도 안 되며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정의원의 한 측근도 “이 전 의원이 요즘 정치적으로 어려우니까 그런 얘기로 주목을 끌려는 것 같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의 인터뷰를 보면 12월18일 마지막 유세가 끝난 뒤 정의원이 노후보 지지철회를 결정하기 직전 ‘당직자들이 모여서 수군거리고 정의원은 당직자와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부인과 김흥국씨 등 몇 명과 별도의 방에 들어가 회의하는 걸 봤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흥국씨와 부인만을 데리고 별도의 장소로 이동한 적도 없을 뿐더러 참모들과의 회의를 거쳐 지지철회를 결정했다”는 것.
이 인사는 “이 전 의원이 당시 현장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회유가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사실을 지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12월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정의원의 지지철회 과정을 잘못 알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그쪽(정의원)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서의원을 만날 당시 노후보와 정의원 사이에는 당선 이후 각료 배분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는데 서의원은 ‘민주당(노무현 후보) 쪽보다는 더 확실하게 각료 배분을 약속한다’며 정의원이 지지철회를 하도록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정의원은 노후보 쪽에 각료 절반의 배분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보다 확실하게 각료 배분을 약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50% 각료 인선권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었겠느냐. 그런 뜻에서 각료 배분권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솔직히 서의원과의 얘기가 공개돼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또 후보단일화 과정에 김민석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당시 사정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폭로와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 뒤이은 이 전 의원의 공세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2002년 12월18일 밤 정몽준 의원의 지지철회 파문이 1년이 지난 요즘 새삼 정가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