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말, 주목받는 젊은 출판인 예닐곱 명이 제주도에서 친목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목적은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출판계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 이곳에서 이들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의 출판계 10대 뉴스를 정리했는데, 베스트셀러를 통해 오늘의 출판계의 모습을 점검하고 다가오는 새해 출판계의 움직임까지 예측하고 있어 자못 흥미롭다.
첫째, 올해는 무엇보다 불황 등으로 인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개인이 부각된 한 해였다. 막다른 길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드루스 지음, 세종서적 펴냄·이하 저자, 출판사 순으로 정리함) ‘2막’(스테판 M. 폴란 외, 명진출판사) 등이 감동을 줬고,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위즈덤하우스) ‘나의 꿈 10억 만들기’(김대중, 원앤원북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 등이 ‘인생 대역전’을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21세기북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캔 블랜차드 외, 21세기북스) ‘메모의 기술’(사카토 겐지, 해바라기) 등과 같이 한 가지 핵심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고, 치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변하듯 ‘화’(틱 낫 한, 명진출판) 등 개인 명상서와 현실도피성이 강한 ‘느림형’ 책들이 사랑받았다.
둘째, 문학 시장의 침체와 인터넷소설의 강세를 들 수 있다. 몇몇 인기작가의 질 낮은 작품을 ‘주례사비평’과 과장광고로 포장해 명맥을 이어가던 소설 시장은 올해 ‘참패’ 그 자체였다. 가능성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5000부 넘게 팔리는 경우가 드물었고, 거의 모든 일간지에 전면기사가 게재된 소설도 초판 3000부를 소화하지 못했다. 본격 소설은 대여점 총판에서도 외면당했다.
예외적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한겨레신문사)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문학성을 두고는 논란이 일었다. 그나마 올 문학 시장에서 화제가 된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5권 출간,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리 가오리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들, 황석영이 번역한 ‘삼국지’(창비) 정도였다.
그러나 ‘그놈은 멋있었다’(귀여니, 황매) 등 인터넷소설은 호황을 누렸다. 가을 들어 물량공세가 강화되면서 그 인기가 하향세로 돌아섰지만 전체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기획물이 크게 늘었다.
셋째, 인문서 시장에서는 전문화 경향이 뚜렷했다. 어설픈 대중물이 쇠퇴하고, 전문적인 책이라도 가치가 인정되면 안정된 판매율을 기록했다. 인문서 시장에서 올해 화제가 된 작품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푸른역사)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그린비) ‘홀로 벼슬을 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정창권, 사계절) 등이다.
넷째, 2월27일 변형도서정가제가 도입돼 출판 시장을 흔들어놓았다. 이로 인해 온라인서점의 성장이 위축되면서 온라인서점들이 온갖 할인이벤트와 경품이벤트를 벌였지만, 매출 1위를 달리던 예스24는 의류업체인 한세실업에 매각되고, 예스24와 와우북이 사이트 통합을 단행했다. 말 그대로 온라인서점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 한 해였다.
다섯째, 만화에세이가 유행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75만부), ‘파페포포 투게더’(25만부, 이상 홍익출판사)와 같은 심승현의 만화에세이가 100만부 이상 팔렸고, ‘포엠툰’(정헌재, 청하)과 ‘완두콩’(정헌재, 바다) 등의 인기가 지속되는 등 만화에세이 붐이 일었다.
여섯째, 아동도서 시장에서는 고전 바람이 불었다. 창작동화나 그림책 등에서 올해를 대표할 만한 책들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교 시공사 비룡소 웅진닷컴 등에서 펴낸 클래식 시리즈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 창비에서 펴낸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청소년 출판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다.
일곱째,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한국이 주빈국이 돼 한국관 개설이 확정되면서 출판계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올해 처음 열린 파주북시티는 어린이책으로 다양한 행사를 펼쳐 출판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운영면에서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여덟째, 가족경영 형태의 소규모 출판사가 크게 늘고, 중간 규모의 출판사가 쇠퇴했다. 2002년에 1896개사, 2003년 10월 말까지 약 1500개의 출판사가 신규등록하는 등 신규 출판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업계 선두 그룹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다.
아홉째, 출판기획의 국제화가 눈에 띈다. 국내 출판물의 저작권 수출이 중국 동남아 등지로까지 확대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외국 출판사와 협력해 출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문자의 이야기’(앤드류 로빈슨, 사계절), ‘고대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브라이언 M. 페이건, 오늘의책) 등이 대표적.
열째, 영세서점의 도산과 폐점으로 총판형 도매점의 몰락이 가속화한 반면, 대형서점이 체인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 강남점(3600평), 영풍문고 성서점(2000평), 리브로 부산점 등이 올해 문을 열었다.
첫째, 올해는 무엇보다 불황 등으로 인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개인이 부각된 한 해였다. 막다른 길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사람의 이야기인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드루스 지음, 세종서적 펴냄·이하 저자, 출판사 순으로 정리함) ‘2막’(스테판 M. 폴란 외, 명진출판사) 등이 감동을 줬고,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위즈덤하우스) ‘나의 꿈 10억 만들기’(김대중, 원앤원북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 등이 ‘인생 대역전’을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21세기북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캔 블랜차드 외, 21세기북스) ‘메모의 기술’(사카토 겐지, 해바라기) 등과 같이 한 가지 핵심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고, 치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변하듯 ‘화’(틱 낫 한, 명진출판) 등 개인 명상서와 현실도피성이 강한 ‘느림형’ 책들이 사랑받았다.
둘째, 문학 시장의 침체와 인터넷소설의 강세를 들 수 있다. 몇몇 인기작가의 질 낮은 작품을 ‘주례사비평’과 과장광고로 포장해 명맥을 이어가던 소설 시장은 올해 ‘참패’ 그 자체였다. 가능성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5000부 넘게 팔리는 경우가 드물었고, 거의 모든 일간지에 전면기사가 게재된 소설도 초판 3000부를 소화하지 못했다. 본격 소설은 대여점 총판에서도 외면당했다.
예외적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한겨레신문사)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문학성을 두고는 논란이 일었다. 그나마 올 문학 시장에서 화제가 된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5권 출간,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리 가오리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들, 황석영이 번역한 ‘삼국지’(창비) 정도였다.
그러나 ‘그놈은 멋있었다’(귀여니, 황매) 등 인터넷소설은 호황을 누렸다. 가을 들어 물량공세가 강화되면서 그 인기가 하향세로 돌아섰지만 전체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기획물이 크게 늘었다.
셋째, 인문서 시장에서는 전문화 경향이 뚜렷했다. 어설픈 대중물이 쇠퇴하고, 전문적인 책이라도 가치가 인정되면 안정된 판매율을 기록했다. 인문서 시장에서 올해 화제가 된 작품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푸른역사)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 그린비) ‘홀로 벼슬을 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정창권, 사계절) 등이다.
넷째, 2월27일 변형도서정가제가 도입돼 출판 시장을 흔들어놓았다. 이로 인해 온라인서점의 성장이 위축되면서 온라인서점들이 온갖 할인이벤트와 경품이벤트를 벌였지만, 매출 1위를 달리던 예스24는 의류업체인 한세실업에 매각되고, 예스24와 와우북이 사이트 통합을 단행했다. 말 그대로 온라인서점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 한 해였다.
다섯째, 만화에세이가 유행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75만부), ‘파페포포 투게더’(25만부, 이상 홍익출판사)와 같은 심승현의 만화에세이가 100만부 이상 팔렸고, ‘포엠툰’(정헌재, 청하)과 ‘완두콩’(정헌재, 바다) 등의 인기가 지속되는 등 만화에세이 붐이 일었다.
여섯째, 아동도서 시장에서는 고전 바람이 불었다. 창작동화나 그림책 등에서 올해를 대표할 만한 책들이 나오진 않았지만, 대교 시공사 비룡소 웅진닷컴 등에서 펴낸 클래식 시리즈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 창비에서 펴낸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청소년 출판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다.
일곱째,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한국이 주빈국이 돼 한국관 개설이 확정되면서 출판계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올해 처음 열린 파주북시티는 어린이책으로 다양한 행사를 펼쳐 출판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운영면에서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여덟째, 가족경영 형태의 소규모 출판사가 크게 늘고, 중간 규모의 출판사가 쇠퇴했다. 2002년에 1896개사, 2003년 10월 말까지 약 1500개의 출판사가 신규등록하는 등 신규 출판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업계 선두 그룹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다.
아홉째, 출판기획의 국제화가 눈에 띈다. 국내 출판물의 저작권 수출이 중국 동남아 등지로까지 확대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외국 출판사와 협력해 출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문자의 이야기’(앤드류 로빈슨, 사계절), ‘고대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브라이언 M. 페이건, 오늘의책) 등이 대표적.
열째, 영세서점의 도산과 폐점으로 총판형 도매점의 몰락이 가속화한 반면, 대형서점이 체인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교보문고 강남점(3600평), 영풍문고 성서점(2000평), 리브로 부산점 등이 올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