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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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가위’ 하나로 300년 띵호와!

1663년 창업 장샤오취안 가위회사 … 120여종 年 4500여만 개 생산 국제적 명성

  • 상하이=소준섭 통신원 namoo0011@hanmail.net

    입력2003-10-30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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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가위’ 하나로 300년 띵호와!

    장샤오취안 가위회사의 제품들.

    300년 넘게 가위 한 가지 품목만을 생산해 중국 가위 시장을 석권해온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자리잡고 있는 ‘장샤오취안(張小泉) 가위회사’다.

    장샤오취안 가위회사는 청나라 때인 1663년 항저우에 살던 장샤오취안이라는 사람이 처음 세웠다. 이 회사에서 만든 가위는 강희제가 크게 칭찬하면서 궁정 전용 가위로 사용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그 명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잘 잘라지고 가볍게 움직이며, 촉감이 부드럽기로’ 유명한 장샤오취안 가위는 가정용 가위를 비롯하여 복장용·사무용·학생 제도용·화초 전지용·주방용 가위까지 120여종에 이르며, 규격은 360종에 이른다.

    이 회사에서 만든 ‘왕가위’는 길이 115cm에 무게가 무려 56.64kg이나 되는 초대형 가위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역시 이 회사에서 만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가위는 길이 3cm에 무게가 고작 몇 g에 지나지 않는다.

    “잘 들고, 부드럽고, 촉감 탁월”



    장샤오취안 가위회사는 현재 연간 4500여만 개의 가위를 생산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하여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이 회사 가위의 시장점유율은 40%. 뿐만 아니라 일찍이 파나마 국제박람회 등에서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쌓아 생산량의 36%를 수출하고 있는데, 그중 일본에 수출되는 가위가 수출 물량 중 23%를 차지해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타이완(16%), 유럽(10%) 순이다.

    장샤오취안 가위가 수백 년 동안이나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남장북왕(南張北王)’이라 해서 남쪽지방의 장샤오취안 가위와 북쪽지방인 베이징의 ‘왕마쯔(王麻子)’ 가위가 유명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왕마쯔가 올 5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함으로써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이 막을 내렸다. 현대화에 밀리고 경영부실이 겹쳐지면서 도산하고 만 것이다.(그러나 왕마쯔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조만간 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현재 공정의 90% 이상을 기계화한 장샤오취안 가위는 재료 가공방법, 가위의 모양과 포장 등의 개선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무려 수백 년 동안 수십 대를 이어오면서 고지식할 만큼 가위 한 가지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장샤오취안 가위회사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는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장샤오취안 가위와 같은 전통산업이야말로 한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자체로 이미 민족문화인 셈이다. 이를 웅변하기라도 하듯 장샤오취안 가위는 현재 항저우에서 가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장샤오취안 가위, 그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중국 문화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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