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앙언론사 관리부서에 근무하는 A씨는 해고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얼마 전 회사가 정년을 2~3년 남긴 간부들에게 느닷없이 명예퇴직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연봉의 절반을 받고 회사를 떠난 선배들을 보면서 ‘다음은 내 차례’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잊고 열심히 일이나 하자’고 다짐해보지만 변변한 노후대책을 마련해놓지 않은 터라 실직 공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두산그룹의 한 계열사에 근무하는 B부장은 불면증을 호소한다. 회사가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년치 연봉과 별도의 위로금을 준다는 얘기에 ‘이번 기회에 때려치우자’는 결심이 섰다가도 ‘막상 그만두면 뭘 해 먹고 사느냐’는 걱정 때문에 이내 마음이 돌아선다. B부장은 “IMF(국제통화기금)시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선진국형 고실업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라도 하듯 감원 열풍이 거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잠시 잠잠했던 ‘칼바람’이 다시 직장인들에게 불어닥치고 있다. 명예퇴직 형식을 빌린 구조조정 대상도 과거 50대 중심에서 30~40대까지 전 연령대로 넓어졌다. 경제지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데다 환율 불안, 고유가, 경기회복 지연으로 상당수 대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 저수익 사업 포기,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KT에서 시작된 감원 폭풍은 금융권을 거쳐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번져가고 있다. 직원 4만3000여명 중 5500여명이 명예퇴직한 KT를 비롯해 삼성 SK 포스코 등 우량기업들까지 감원 행렬에 동참하면서 작장인들 사이에선 “12월에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더라” “이번에 나가지 못하면 한몫 챙기지도 못하고 쫓겨난다더라”는 등 근거 없는 ‘감원괴담’까지 유행한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회사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감원 칼바람 … “나가면 뭘 해 먹고 사나”
그렇다면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감원괴담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경기하락에 수반되는 ‘경기적 실업’과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실업’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감원 열풍은 경기불황에 따른 경기적 실업의 경향을 띠고 있지만,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 말 올 한국경제 성장률이 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한국경제는 5% 성장은커녕 2%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IMF는 최근 한국의 2003년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 2분기 성장률 1.9%는 1980년 -2.1%와 98년 -6.7%를 제외하면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5% 중반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은 고용에 압력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고용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성장률을 4% 안팎이라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올 경제성장률이 1~2%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감원 폭풍은 적어도 2004년 상반기까지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최근의 감원 폭풍은 경기추락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며 “취업예비군이 실업대열에 가세하면 고용대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가 되살아나더라도 일자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1% 올라갈 때마다 고용이 얼마나 더 증가하느냐를 미뤄볼 수 있는 소득-고용 탄력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한양대 김재원 교수(경제학)는 “우리가 흔히 회사원이라고 부르는 관리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데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취업예비군들이 넘쳐나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기적 실업보다 구조적 실업이 더 큰 사회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만성적 일자리 부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는 “정보화는 컴퓨터와 관련된 전문직종을 창출해내지만 동시에 사무자동화 공장자동화를 통해 일자리를 더욱 감소시킨다”며 청년실업은 ‘노동의 종말’로 상징되는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 했다.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경제조사본부장도 “관리직 근로자들의 수요와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화이트칼라들의 일자리는 경기와 무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배보다는 성장에 치중해 한 해 60만명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신규인력과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최선의 분배정책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실업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9월30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면담에서 “당장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최선의 분배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장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청년실업은 재취업 전망이 불투명한 30~40대 화이트칼라들의 감원 폭풍보다 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은 6.9%(2003년 8월 현재)로 전체실업률(3.3%)의 2배에 이른다. 정부가 올해에만 1000억원 이상을 실업대책에 쏟아 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부 4분기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5명 이상인 기업(4444개)의 77.5%가 4분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각종 연수훈련 기회를 늘려 청년실업률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의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자들의 입맛에 평화봉사단 등 사회적 일자리가 맞을지는 의문이다.
청년층 역시 그들의 아버지 세대처럼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정태 경총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능력 있는 대졸자를 새로 뽑고 싶어도 이미 일자리가 포화상태이고 지금처럼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선 젊은이들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면서 “언제든 해고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시장이 유연화돼야 실업자들의 재취업과 대졸자의 취업이 가능한데 막강한 노동조합은 거꾸로 고용안정을 부르짖고 있는 터라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예비군을 채용하기 위해선 감원괴담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노동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업자와 잠재실업자의 대오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린생산, 리엔지리어링, 포스트포디즘, 인원감축, 다운사이징 등의 용어가 세계 각국의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에서,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이젠 기계가 프롤레타리아”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로 노동환경은 생산성 향상이 고용증대가 아니라 기계수 증대로 이어지는 초생산자동화의 시대로 엉큼성큼 달려가고 있다. 김호기 교수는 ‘노동의 종말’은 ‘희망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가 늘려면 기업이 커야 한다, 기업이 크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창업이 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렇게 되면 한 해 40만명씩 배출되는 신규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성장론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재취업과 신규취업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분배론자들은 노동과 복지를 결합한 사회적 일자리로 상징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잡쉐어링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딸 결혼할 때 내밀 명함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당신은 불확실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고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당신은 임시직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겠는가, 높은 급여를 원하는 당신은 일자리를 공유하고 싶은가 아니면 독차지하고 싶은가. 김재원 교수는 “선진국형 고실업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막강한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각 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민간부문 공공부문 모두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두산그룹의 한 계열사에 근무하는 B부장은 불면증을 호소한다. 회사가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년치 연봉과 별도의 위로금을 준다는 얘기에 ‘이번 기회에 때려치우자’는 결심이 섰다가도 ‘막상 그만두면 뭘 해 먹고 사느냐’는 걱정 때문에 이내 마음이 돌아선다. B부장은 “IMF(국제통화기금)시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선진국형 고실업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라도 하듯 감원 열풍이 거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잠시 잠잠했던 ‘칼바람’이 다시 직장인들에게 불어닥치고 있다. 명예퇴직 형식을 빌린 구조조정 대상도 과거 50대 중심에서 30~40대까지 전 연령대로 넓어졌다. 경제지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데다 환율 불안, 고유가, 경기회복 지연으로 상당수 대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 저수익 사업 포기,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KT에서 시작된 감원 폭풍은 금융권을 거쳐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번져가고 있다. 직원 4만3000여명 중 5500여명이 명예퇴직한 KT를 비롯해 삼성 SK 포스코 등 우량기업들까지 감원 행렬에 동참하면서 작장인들 사이에선 “12월에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더라” “이번에 나가지 못하면 한몫 챙기지도 못하고 쫓겨난다더라”는 등 근거 없는 ‘감원괴담’까지 유행한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회사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감원 칼바람 … “나가면 뭘 해 먹고 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형 고실업 사회로의 진입을 우려한다. 서울 도심의 노숙자.
내로라하는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 말 올 한국경제 성장률이 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한국경제는 5% 성장은커녕 2%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IMF는 최근 한국의 2003년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 2분기 성장률 1.9%는 1980년 -2.1%와 98년 -6.7%를 제외하면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5% 중반으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은 고용에 압력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고용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성장률을 4% 안팎이라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올 경제성장률이 1~2%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감원 폭풍은 적어도 2004년 상반기까지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최근의 감원 폭풍은 경기추락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며 “취업예비군이 실업대열에 가세하면 고용대란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가 되살아나더라도 일자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1% 올라갈 때마다 고용이 얼마나 더 증가하느냐를 미뤄볼 수 있는 소득-고용 탄력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한양대 김재원 교수(경제학)는 “우리가 흔히 회사원이라고 부르는 관리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 데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취업예비군들이 넘쳐나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취업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는 구직자(왼쪽)와 고용안정센터를 찾은 실직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배보다는 성장에 치중해 한 해 60만명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신규인력과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최선의 분배정책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실업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9월30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의 면담에서 “당장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최선의 분배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장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청년실업은 재취업 전망이 불투명한 30~40대 화이트칼라들의 감원 폭풍보다 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청년실업률은 6.9%(2003년 8월 현재)로 전체실업률(3.3%)의 2배에 이른다. 정부가 올해에만 1000억원 이상을 실업대책에 쏟아 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부 4분기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5명 이상인 기업(4444개)의 77.5%가 4분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각종 연수훈련 기회를 늘려 청년실업률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의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자들의 입맛에 평화봉사단 등 사회적 일자리가 맞을지는 의문이다.
청년층 역시 그들의 아버지 세대처럼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정태 경총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능력 있는 대졸자를 새로 뽑고 싶어도 이미 일자리가 포화상태이고 지금처럼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선 젊은이들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면서 “언제든 해고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시장이 유연화돼야 실업자들의 재취업과 대졸자의 취업이 가능한데 막강한 노동조합은 거꾸로 고용안정을 부르짖고 있는 터라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예비군을 채용하기 위해선 감원괴담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노동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업자와 잠재실업자의 대오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린생산, 리엔지리어링, 포스트포디즘, 인원감축, 다운사이징 등의 용어가 세계 각국의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에서,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이젠 기계가 프롤레타리아”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로 노동환경은 생산성 향상이 고용증대가 아니라 기계수 증대로 이어지는 초생산자동화의 시대로 엉큼성큼 달려가고 있다. 김호기 교수는 ‘노동의 종말’은 ‘희망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가 늘려면 기업이 커야 한다, 기업이 크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창업이 늘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렇게 되면 한 해 40만명씩 배출되는 신규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성장론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재취업과 신규취업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분배론자들은 노동과 복지를 결합한 사회적 일자리로 상징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잡쉐어링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딸 결혼할 때 내밀 명함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당신은 불확실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고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당신은 임시직에 가까운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겠는가, 높은 급여를 원하는 당신은 일자리를 공유하고 싶은가 아니면 독차지하고 싶은가. 김재원 교수는 “선진국형 고실업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막강한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각 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민간부문 공공부문 모두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