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3

..

못 말리는 원정출산 국제적 망신살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3-09-24 14:2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못 말리는 원정출산 국제적 망신살

    원정출산 중개업체 홈페이지(위)와 미국 산부인과 병원 내부.

    최근 원정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갔던 한국 여성들이 미 당국에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을 계기로 원정출산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1인당 2000만~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원정출산에 나서는 임산부가 한 해 7000여명에 이르고, 상류층은 물론이고 이제는 중산층까지 원정출산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경찰은 원정출산 중개업체에 대해 특정 병원의 소개·알선을 금지한 의료법(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였으나 외국 병원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업체들이 무혐의 처리된 적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의 경우도 원정출산 자체를 막는 법규정은 없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미국 국적을 부여하는 속지주의(屬地主義·국적에 관계 없이 거주하는 국가의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주의) 원칙상 원정출산이 위법은 아닌 것이다. 미 이민·세관국은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출산한 산모 6명이 한꺼번에 여권을 받으러 온 데다 여권을 신청한 자녀들의 주소가 같자 이들이 여권 사기조직과 연계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입국 목적을 밝혀낸 것이다. 미 당국의 조사를 받은 이들은 모두 풀려나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출산 중개업체인 A사 박모 사장은 “이번 파문으로 예약자들 가운데 출국을 미루거나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문제 된 것이 원정출산 자체가 아니라 여권 사기와 현지 산후조리원 등의 세금납부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시 원정출산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임산부들이 주로 찾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요즘엔 뉴질랜드 캐나다 괌 등으로까지 원정출산 대상지가 확산되고 있다. 의료비용이 무료인 뉴질랜드는 최근 아시아계의 원정출산이 많아지자 의료비용을 부과하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군복무를 회피하고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편법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원정출산은 우리 사회 공교육 등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한겨레합동법률사무소’ 정지석 변호사는 “미국 등의 국적제도를 악용하는 원정출산족들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할 순 없지만 이를 계기로 공교육을 개선하는 등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그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