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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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로 흐르는 선율 … ‘즉석 청중’들 진한 감동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9-04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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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사이로 흐르는 선율 … ‘즉석 청중’들 진한 감동
    8월27일 오후 2시, 영풍문고를 찾은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촉촉한 첼로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첼로 소리는 지하 2층 음반 매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장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첼리스트 홍성은씨(단국대 교수·사진)가 엘가의 ‘사랑의 인사’, 포레의 ‘꿈을 따라서’ 등 귀에 익은 첼로 소품들을 연주했고 100여명의 관객들이 앉거나 서서 연주를 들었다.

    열린 공간이라 어수선할 것 같았지만 ‘오다가다 모인 관객들’은 놀랄 만큼 진지했다. 30여분 간의 연주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휴대전화 벨이 울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홍씨 역시 작은 무대에 개의치 않고 혼신의 힘을 쏟아 연주에 몰두했다.

    이날의 연주는 홍성은의 첼로 연주 음반 ‘세레나데’를 기획한 굿 인터내셔널이 음반 출반을 기념해 연 깜짝 이벤트. 대중가수들이 음반 출반에 맞추어 대형 음반매장에서 쇼케이스나 사인회를 여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클래식 연주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홍씨로서는 첼로를 들고 서점으로 나서기 위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번 음반은 토셀리의 ‘세레나데’나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 등 대중적인 소품 17곡으로 이루어진 음반이에요. 음반의 성격상 이런 이벤트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클래식 연주자들도 청중을 기다리지 않고 청중이 있는 곳으로 찾아 나서야지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알게 되고, 또 좋아하게 되지 않겠어요?”

    홍씨는 이 연주를 하기 1주일 전인 8월20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개학 직전이라서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학생들이 많이 왔었어요. 어쩔 수 없이 분위기가 소란스러웠죠. 오히려 오늘 영풍문고에서 만난 관객들이 더 진지하고 정다웠어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주 후 50, 60명의 관객들은 즉석에서 홍씨의 음반을 사 홍씨의 사인을 받았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수요일 오후,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은 모두 빨간 장미를 받은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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