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고통 굿바이 ‘봉독 파워’

컴퓨터 적외선 영상 촬영을 통해 환자의 통증 부위를 찾아내고 있는 김문호 박사

손가락이 모두 돌아갈 정도로 심각한 류머티즘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는 S씨(43·여)는 미국 국제통증연구소 소장인 김문호 박사(미 통증의학 전문의)를 만난 뒤부터 새 인생을 살고 있다. S씨는 이미 수년간 관절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온갖 약을 먹고 인공관절수술까지 받았으나 차도가 있기는커녕 먹는 약의 수만 늘어갔다. 1차 약인 소염진통제에서부터 2차 약인 스테로이드제제, 말라리아 치료약, 3차 약인 항암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오히려 약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더욱 고통받아야 했다. 불면증에 우울증까지 겹쳐 신경안정제와 이뇨제까지 복용해야 했다.

생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생각하던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봉독(벌독) 통증치료 전문가인 김박사를 찾았다. 김박사는 벌독을 통한 통증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인물. 미주봉독요법학회 초대, 2대 회장이자 세계인명사전 의료 부문에 이름이 실릴 정도로 통증치료 분야에서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의학자(미국 뉴저지 의대 석좌교수)다. 1989년에는 김박사가 개발한 순수 봉독 통증·염증 치료제인 ‘아피톡신(APITOXIN·벌독)’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임상연구용 신약허가를 받았을 정도. S씨는 김박사에게 아피톡신 주사제를 맞고 나서 놀라울 정도로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치료 석 달 만에 부작용이 심한 약물을 모두 끊고 옛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봉독 통증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박사가 국내에 통증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안아픈 세상 클리닉이 바로 그곳. 통증치료 전문센터를 표방한 이 클리닉은 통증치료 분야에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고 한의원도 함께 개원했다.

국내 천연물 신약 1호 승인

김문호 박사가 개발한 아피톡신(봉독) 주사제. 이 주사제는 국내 천연물 신약 제1호다.

봉독은 이미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통증치료제로 사용된 천연물로, 국내에서는 생벌침(직접 벌로 치료하는 것) 치료법이 민간요법의 한 분야로 취급돼 기존 의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명히 효과는 좋은데 임상연구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대중적인 통증치료제로 이용되지 못한 것. 봉독 치료는 그 효과를 경험한 일부 민간인들에 의해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던 생벌침은 치료과정 자체가 혐오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유효성분이 불안정하고 불균등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고 치료시 통증이 심한 단점이 있었다.

1970년대 초 도미한 김박사는 봉독에 대한 그동안의 의학적 성과를 기초로 연구를 거듭해 70년대 후반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한 봉독 통증·염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통증이나 불안정한 성분 등 생벌침의 단점을 모두 극복한 봉독 치료제를 개발한 것. 그는 이 치료제가 의약품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동물은 물론 인체에 대한 임상실험까지 거쳤다.

김박사는 “히포크라테스는 벌독소를 아주 ‘신비한 치료제’라 했고 프랑스 의사인 데시아딘은 1859년 류머티스 관절염을 봉독으로 치료한 후 의학잡지를 통해 이를 발표한 적이 있다”며 “파스퇴르 암 연구소에서는 암치료에 봉독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특히 봉독요법을 연구·발전시킨 미국에서는 이미 1978년 ‘미주봉독요법학회’가 발족돼 임상연구를 계속해왔다. 김박사는 이 학회의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 유수 의학저널에 봉독의 치료효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갈채를 받았다.

아피톡신 주사제로 허리 통증을 치료하고 있는 김박사(위 오른쪽)와 김박사가 최근 개원한 안아픈 세상 클리닉 전경.

김박사가 국내에 통증전문 치료센터를 개원한 것은 지난 5월 아피톡신 주사제가 국내 천연물 신약 제1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 구주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한 국산 아피톡신은 1990년 임상계획서가 제출된 후 13년간 각종 임상시험과 실사 과정을 거쳐 최종허가를 받았다. 아피톡신은 국내에서 개발된 여섯 번째 신약이자 최초의 천연물 의약품이다. 아피톡신은 꿀벌의 독낭에서 추출한 순수 벌독을 이용해 만든 약품으로, 봉독 성분 중 인간에게 해롭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기타 효소군을 분리해내고 항염작용에 뛰어난 성분을 정제해 만든 주사제제. 김박사는 “국내산 꿀벌은 설탕을 먹여 인위적으로 기른 꿀벌들이 많아 유효성분이 충분한 독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피톡신은 이탈리아 야생 벌의 벌독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21개 치료실 환자 사생활 보호

아피톡신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효소. 특히 벌독 단백질에 포함된 멜리틴(전체 성분의 40~50%)은 강력한 항염증·진통 작용이 있고 신경세포 내의 신경충돌 전달과정을 차단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박사는 “아피톡신을 주사한 만성통증 환자 중 80~85%가 완치했다”며 “동물독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체 내에 규칙적으로 들어가면 체내의 면역을 상승시켜 자가치료 기능을 극대화하는 등 염증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아피톡신의 주 치료대상 질환은 만성통증 질환. 가장 치료효과가 뚜렷한 질환은 근육통, 근염, 섬유근염, 활액낭염, 근막장애 통증 증후군, 급성 및 만성 관절염, 통풍, 류머티즘, 류머티스성 관절염, 신경통, 신경염, 편두통, 만성 외과적 염증 및 통증(연조직 및 골조직) 등이며 이 밖에 만성통증증후군, 악성 피부병, 다발성 경화증 등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박사는 특히 “아피톡신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인체를 공격해 생기는 자가면역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 루프스 등에도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김박사는 1985년부터 95년까지 10년 동안 2000여명의 만성질환자에게 아피톡신 주사제를 투여해 완치율 80%라는 높은 치료효과를 얻었으며, 이와 관련한 연구논문을 제5차 세계통증연구학회와 제7차 세계류머티즘학회, 제4차 국제통증클리닉학회에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박사는 “봉독은 천연물이기 때문에 약물 투여로 인한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인다”며 “그간 만성염증 치료에 있어 진통제 외에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없었던 현실에서 봉독은 항생제 발견에 비견할 만한 대발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박사가 개원한 안아픈 세상 통증전문 치료센터는 환자들의 철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21개의 치료실과 별도의 특별 치료실을 갖추고 있으며 물리치료실과 운동요법실도 마련돼 있다. 환자의 질병 검사와 정확한 통증 부위 확인을 위해 컴퓨터 적외선 영상 촬영실, 혈액검사실, 신경검사실, X-ray실 등 종합병원 규모의 시설을 갖춘 것도 특징. 여기에 두 명의 한의사가 상주하며 한방 치료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김박사는 “통증은 아주 섬세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해야 하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 전문화되어 있지 못하다”며 “암이나 관절염 등 만성 고질병을 면역학적 측면과 자연의학적 측면에서 규명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현대의학의 흐름에 맞추어 국내 통증의학의 확립과 대체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