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본사 건물.
이차장이 회사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생명의 ‘1차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된 그가 끝까지 사직서를 쓰지 않은 것. 그는 “그 뒤로 폐쇄될 예정이던 법인영업소로 발령이 나거나 회사로부터 인사고과와 대우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는 등 고통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회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이차장은 2001년부터 ‘우울성 신경장애’ ‘역류성 식도염’ ‘근육경직’ ‘신경성 위장병’ 등에 시달리며 대구지역 6개 병원을 전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산재요양승인’ 판정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동청과 노동위원회 등에 수차례 부당처우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요구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당했기 때문. 심지어 청와대 민원실과 노동부 홈페이지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그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이번에 ‘6개월 산재요양승인’ 결정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조차도 지난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이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산재요양승인’ 결정을 내린 대구근로복지공단의 정명자 차장은 “지난해에는 회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이씨의 일방적 주장을 증거로 채택하기 어려웠다”며, “이씨가 새로 제출한 병원소견서와 직장상사와의 갈등에 대한 동료직원의 증언이 이번 판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차장은 또 판결 과정에 “삼성측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2년 간의 긴 싸움을 벌여온 이차장은 “끊임없는 소송으로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것 같다”며 “초일류기업 삼성이 그에 걸맞게 사원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