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생존자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박은경씨(28·가명)는 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2002년 7월11일 밤 11시40분경 일을 마친 후 귀가하다 울산 북구 모 아파트 앞에서 두 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박씨 사건은 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용의자를 잡지 못한 채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 생존자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지지모임) 이명경씨(37·가명)는 “박씨는 성폭행을 당한 직후 거리를 지나던 순찰차에 이를 신고했지만 당시 경찰들이 ‘우리 관할 사건이 아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현장검증은 내일 아침 일찍 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받는 즉시 주변을 통제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게 되어 있는 112순찰차 운영규칙과 수사 긴급배치 규칙, 범죄수사 규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사건현장은 760가구 아파트 앞, 8차선 왕복도로 옆”이라며 “수많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통행하는 장소에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은 울산시도 ‘울산광역시 가로등 관리규정’ 위반과 범죄예방 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박씨는 이 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직장을 그만둔 후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대리한 변영철 변호사는 “공무원이 법령을 위반한 결과 박씨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국가는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소송이 국가와 지자체가 성폭력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