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판매대에 꽂혀 있는 로또복권 용지.
로또 운영사업자인 국민은행 한희승 복권사업팀 과장은 최근의 로또 판매 감소 현상에 대해 “자동번호 지급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자동번호 지급기를 사용하면 로또 구입자가 직접 숫자를 택하는 것보다 숫자 조합이 훨씬 다양해져 1등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당첨금이 이월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이로 인해 로또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어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로또가 처음 도입될 당시, 적지 않은 구매자들은 자동번호 지급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손수 번호를 택했다. 그러나 19회차 로또에서 407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경찰관이 자동번호 지급기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자동번호 지급기를 선택하는 비율이 대폭 늘기 시작했다. 한과장은 “최근 1등으로 당첨된 사람들 중에는 자동번호 지급기를 이용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당첨금이 이월될 확률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첨금 이월’은 사실 로또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로또 발매 첫 주 매출액이 36억원에 불과해 한동안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KLS㈜측은 최소 1등 당첨금 20억원을 채워주기 위해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2주 연속 이월되며 처음으로 100억원대의 판매를 기록한 6회차 이후 로또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KLS측은 최근의 판매 감소 현상과 관련, 내부적으로는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첨금 이월 감소’와 함께 로또 판매 감소 요인으로 지적되는 ‘로또 피로(Lotto Fatigue)’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게임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 ‘로또 피로’ 현상이란 익숙한 게임이 반복되면서 구매자들이 갖게 되는 식상한 느낌을 말한다.
그러나 로또 구매자들 입장에서 KLS측의 이런 고민은 엄살로 비친다. 당초 연간 매출액을 3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36회(8월9일 추첨)차까지 2조4485억원의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