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미노 극단의 ‘빅 트립’.
7월17일부터 8월24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3국3색 인형극’에도 어른 관객들이 꽤 많이 몰릴 듯하다. 러시아의 채마단 극단, 체코의 미노 극단, 일본의 가와세미자 극단이 내한해 각각 독특한 개성과 민족성이 담긴 인형극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세 극단은 각기 ‘채마단 뚜엣’(7월17~27일), ‘빅 트립’(Big Trip, 7월31일~8월10일), ‘장난감 상자 속의 꿈’(Dreams in a Toy Box, 8월14~24일)을 10일씩 공연한다. 인형극 강국인 러시아, 체코와 함께 이웃나라이면서도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정서의 인형극을 보여주는 일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빅 트립’을 공연하는 체코의 미노 극단은 이반 호텍 주한 체코 대사가 직접 추천한 극단이라고.
러시아의 교육적 내용을 담은 인형극은 이미 모스크바 중앙인형극단의 ‘진기한 콘서트’ 등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채마단 뚜엣’은 여가수와 발레리나, 움직이는 요술가방, 광대 등 열 가지의 단막극이 옴니버스 형태로 연결된 작품. 배우들이 인형을 조종하며 마임을 함께 공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 중간에 객석의 어린이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발레리나 인형으로 꾸미는 깜짝 이벤트도 벌인다.
러·일·체코의 개성과 민족성 담겨
일본 가와세미자 극단의 ‘장난감 상자 속의 꿈’.
‘3국3색 인형극’의 마지막 작품인 일본 가와세미자 극단의 ‘장난감 상자 속의 꿈’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다소 성격이 달라 보인다. 가와세미자 극단의 인형극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는 대신 서정적인 장면들을 인형들의 정교한 움직임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 일본 민담에 나오는 물의 요정을 그린 ‘물의 영혼’이나 해변을 놀이터 삼아 성장한 소년 야무와 바다의 관계를 그린 ‘바다의 야무’ 등 8편의 작품이 옴니버스 형태로 공연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러시아, 체코의 작품에 비해 다소 정적이지만 눈까지 깜박거릴 정도로 섬세한 인형의 움직임이 놀랍다.
이번 공연의 나이제한은 36개월 이상, 즉 만 3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만 3세 이상이라고 해도 어린이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세 가지 인형극 중에 우리 아이 연령에 적합한 작품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이 있을 법하다.
러시아 채마단 극단의 ‘채마단 뚜엣’.
이번 공연의 관람료는 2만~3만원. 무대 앞에 만들어진 어린이 전용석은 2만5000원이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대신 두 공연을 관람하면 20%, 세 공연을 모두 관람하는 경우에는 3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정동극장은 “세 편 모두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만한 작품”이라며 “아이들만 극장 안에 들여보내고 엄마는 극장 로비에서 기다리기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온 가족이 관람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