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강복환 교육감(55)과 이병학 도교육위원(47)이 주고받은 각서는 교육계의 온갖 비리와 추문을 모아놓은 ‘판도라의 상자’였다. 3년 전 교육감 선거 결선투표에서 강교육감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이위원에게 교직원 인사권을 넘겨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고, 이위원은 이 각서의 사본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교육위원 선거 지역구인 3개 시군(천안시, 아산시, 연기군)에서 공공연하게 ‘교직장사’를 해왔다.
각서의 실체와 이위원의 인사 개입 사실을 확인한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위원 외에 인사청탁을 하며 돈을 건넨 이모 교장(중학교)을 구속하고, 중간에서 돈 심부름을 한 현모 교장(초등학교)을 수배했다. 현교장은 지난 5월 돌연 사표를 내고 3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겨 잠적했다.
각서 파문으로 충남 교육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지만 정작 밀약의 당사자인 강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 위반(후보자 매수)의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이 사안만으로는 소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충남의 시민단체들이 강교육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오래 전부터 대전지검 특수부가 인사 관련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중이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강교육감은 중도하차 위기에 몰렸다.
2000년 충남교육감 선거 ‘빅딜’
또 수배된 현교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과거 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일기가 발견돼 새로운 파문이 예고됐다. 이 일기에는 강교육감의 각서 작성시 상황뿐 아니라 이위원이 인사청탁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은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앞으로 충남 교육계 전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선거가 있었던 2000년 7월5일부터 지금까지 충남 교육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2000년 7월5일 학교운영위원들의 직접선거 방식으로 바뀐 후 처음 치러진 11대 충남교육감 선거. 1차 투표에서 오재욱 후보(당시 교육감)가 1위(득표율 38.6%), 강복환 후보가 2위(36.4%), 이병학 후보가 3위(12.7%)를 했다. 투표 결과 전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얻은 당선자가 없어 이틀 후인 7월7일 1, 2위끼리의 결선투표가 열리게 됐다. 비록 탈락했지만 3위를 차지한 이후보의 지지표(861표)를 확보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었다.
7월5일 저녁 7시 무렵, 두 대의 차가 천안 이후보의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떠난 차에는 오재욱 후보가, 공주에서 출발한 차에는 강복환 후보가 타고 있었다. 한발 앞서 도착한 강후보가 먼저 이후보를 만났고, 오후보는 밤 11시 무렵 이후보와 대면했다. 이때 이후보는 양측에 두 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시 K교육장을 사임시키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인사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배석했던 오교육감의 한 측근은 “임명된 지 1년밖에 안 된 교육장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만 한 뒤 자정 조금 넘어 이후보의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후보측은 천안에서 1박을 하며 이튿날 이후보와 ‘빅딜’에 들어갔고 이때 강후보가 문제의 각서를 이후보에게 전달했다. 강후보가 직접 쓴 각서에는 “결선투표에서 나를 지지해주면 지역구 인사권을 위임하고 제반 재정에 관해 협의한다”는 내용과 “차기 교육감 선거에서 이위원이 당선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7월7일 결선투표에서 강복환 후보는 51.7%의 득표율로 11대 충남교육감에 선출됐다. 그해 12월23일 충남 선거관리위원회에 강교육감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탈락한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 300만원을 주고 지지를 부탁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때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3년 전 각서 파문이 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공소시효 만료 전날까지 고발인이 나타나지 않자 대전지검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교육감 선거 이후 이위원은 ‘충남 북부의 교육감’으로 행세했고, 그가 자주 이용한 천안 시내 커피숍은 ‘제2의 충남교육청’으로 통했다. 이때부터 충남교육청 내에서는 시·군교육청의 교육장이 되는 데는 2000만~3000만원, 학무과장이 되는 데는 1000만~2000만원이라는 ‘정가표’가 나돌았다. 이위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현교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교직장사’를 시작했다. 이위원이 현교장에게 “이런저런 자리가 비었으니 사람을 추천하라”고 하면, 현교장은 평소 그 자리를 노리던 사람들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돈을 받아 이위원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번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교장은 천안교육장이 되기 위해 2000년 7월 현교장을 통해 이위원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이때 이교장은 “교육장에 임용되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내용 일체를 발설하지 않으며 발설시 어떤 불이익도 감수한다”는 것과 “퇴임 후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각서를 썼다.
초기에는 이위원이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해 현교장이 중간에 배달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으나 현교장의 부인 강씨는 “남편이 돈 심부름을 했다 해도 중간에서 빼돌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어느 날 남편이 돈뭉치를 들고 와서 더러운 돈이니 방에 들여놓지도 말고 신발장 있는 데 두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교장이 이위원에게 전달해달라고 준 2000만원이었다. 그후 이위원이 이교장을 가리키며 ‘저 ○○○가 누구 덕분에 교육장이 됐는데 대접이 이렇게 소홀하냐. 2000만원밖에 안 냈다’고 욕을 했다는 이야기를 남편한테서 들었다.”
이위원은 심지어 자신의 측근인 현교장에게도 돈을 요구했다. 현교장이 천안교육청 학무과장직을 원하자 이위원은 2000년 8월 현교장 부인 강씨에게 돈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고 강씨는 세 차례에 걸쳐 현금 1100만원과 갈비 1세트를 보냈다. 그러나 원하는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강씨는 이위원과 싸우다시피 해서 그 돈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툭하면 각서와 고발로 얼룩
각서밀약이 있은 지 2년 후 강교육감과 이위원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00년 선거 당시 강교육감은 당장 급한 마음에 “다음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긴 했지만 이미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사전 정지작업으로 2002년 7월 교육위원 선거에서 이위원을 떨어뜨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강교육감의 측근이자 대학동창인 Y씨가 앞장서서 천안에 있는 K, S교감에게 이위원의 낙선운동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눈치챈 이위원이 “교육청 간부들이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경쟁상대인 나를 낙마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증거물로 K, S교감으로부터 받은 각서(선거공작을 했다는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때부터 상황이 역전돼 2002년 7월 충남교육위원 선거에서 이위원은 득표율 1위로 당선됐다. 그해 12월 도교육위원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마주친 강교육감과 이위원은 서로 술잔을 집어던지려 할 만큼 감정이 악화됐다.
이위원이 각서를 무기로 천안, 아산, 연기 지역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동안 교육청 내에서는 강교육감의 인사방식을 놓고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강교육감은 취임 후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실상은 능력 위주 인사가 아닌 정실인사였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직상승과 끼어들기가 난무했다. 교육감 선거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도 도를 넘어서 내 사람 심기와 편 가르기로 전락했다. 2001년 1월 단행된 사무관 승진 인사(10명)에서 근무평가 서열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던 사람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대신 20위권 밖의 인사들이 대거 승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부터 강교육감과 특별한 연고가 없으면 상납을 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돈봉투 받고 정실인사 불만 누적
특히 강교육감은 자신의 모교인 K고와 K교대 출신들을 각별히 챙겼다. 2002년 감사원의 충남교육청 암행감사 현장에서 뇌물봉투가 발견돼 징계를 받은 C중등교육과장은 B고교 교장으로 좌천됐다가 최근 그 지역 교육장으로 승진했다. C씨는 강교육감과 K교대 동창. 2002년 인사에서는 역시 강교육감의 동창인 S씨가 1년9개월 사이 일선 고교장에서 두 차례 지역교육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으로만 옮겨다녔다는 것이 단연 이야깃거리였다.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교육청 내 인사 불만이 누적되는 가운데 지난해 교육청 직원인 K씨가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올 초부터 강교육감이 일반직 직원 승진인사 등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해왔다. 이미 2001년 이후 사무관 승진자 28명에 대한 기초수사를 마친 상태. 수사 상황을 보면 승진 상납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개인에 따라 상납 액수가 달라지는 것은 보통 승진후보 1, 2순위일 경우 1000만원 선이고, 승진후보 서열에서 밀릴수록 액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2001년 상납을 하지 않아 승진에서 누락된 후보자가 이듬해 상납한 후 구제받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강교육감이 인사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의 액수는 대략 1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추정이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강교육감에게 돈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교육청 직원 및 가족들에 대한 예금계좌 추적작업을 벌여 승진인사를 앞두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이 있을 경우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그러나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자신의 통장이나 가족 통장에서 직접 돈을 빼는 사람은 없다. 인사철이 가까워오면 주위에서 돈을 빌려 상납하고 적금을 들어 그 돈을 갚는다”면서 “준 사람이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이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한 계좌추적만으로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봄 부패방지위원회는 강교육감이 2002년 5월 인사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가 6개월 만에 돌려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두 차례 사무관 승진에서 ‘물을 먹은’ K씨가 강교육감을 세 차례 만나 인사청탁을 했고 케이크 상자에 1000만원을 넣어 전달했으나, 강교육감이 6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승진심사가 있기 바로 전날 공주 모 다방으로 K씨를 불러내 돈을 돌려주었다는 내용이다. 부패방지위원회는 고위 공직자 뇌물수수 혐의를 신고받고 대전지검에 이첩한 상태.
이처럼 각서 파문의 주인공인 강교육감을 중심으로 인사비리 추문이 끊이지 않자 대전지검 특수부가 칼을 빼 들었다. 천안지청도 이위원이 각서를 이용, 교사 신규임용 및 전보에도 관여해왔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학교 영양사 자리도 이위원을 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던 소문이 과연 사실인지 곧 전모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충남교육청 각서 파문은 한국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일 뿐이다. 누가 충남교육청에 돌을 던지랴.
각서의 실체와 이위원의 인사 개입 사실을 확인한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위원 외에 인사청탁을 하며 돈을 건넨 이모 교장(중학교)을 구속하고, 중간에서 돈 심부름을 한 현모 교장(초등학교)을 수배했다. 현교장은 지난 5월 돌연 사표를 내고 3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겨 잠적했다.
각서 파문으로 충남 교육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지만 정작 밀약의 당사자인 강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 위반(후보자 매수)의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 이 사안만으로는 소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충남의 시민단체들이 강교육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오래 전부터 대전지검 특수부가 인사 관련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중이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강교육감은 중도하차 위기에 몰렸다.
2000년 충남교육감 선거 ‘빅딜’
또 수배된 현교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과거 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일기가 발견돼 새로운 파문이 예고됐다. 이 일기에는 강교육감의 각서 작성시 상황뿐 아니라 이위원이 인사청탁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은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앞으로 충남 교육계 전체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선거가 있었던 2000년 7월5일부터 지금까지 충남 교육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2000년 7월5일 학교운영위원들의 직접선거 방식으로 바뀐 후 처음 치러진 11대 충남교육감 선거. 1차 투표에서 오재욱 후보(당시 교육감)가 1위(득표율 38.6%), 강복환 후보가 2위(36.4%), 이병학 후보가 3위(12.7%)를 했다. 투표 결과 전체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를 얻은 당선자가 없어 이틀 후인 7월7일 1, 2위끼리의 결선투표가 열리게 됐다. 비록 탈락했지만 3위를 차지한 이후보의 지지표(861표)를 확보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었다.
2003년 3월 합숙소 화재로 사망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의 합동분향소. 이후 충남교육청은 바람 잘 날 없다.
당시 배석했던 오교육감의 한 측근은 “임명된 지 1년밖에 안 된 교육장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만 한 뒤 자정 조금 넘어 이후보의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후보측은 천안에서 1박을 하며 이튿날 이후보와 ‘빅딜’에 들어갔고 이때 강후보가 문제의 각서를 이후보에게 전달했다. 강후보가 직접 쓴 각서에는 “결선투표에서 나를 지지해주면 지역구 인사권을 위임하고 제반 재정에 관해 협의한다”는 내용과 “차기 교육감 선거에서 이위원이 당선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7월7일 결선투표에서 강복환 후보는 51.7%의 득표율로 11대 충남교육감에 선출됐다. 그해 12월23일 충남 선거관리위원회에 강교육감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탈락한 다른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 300만원을 주고 지지를 부탁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때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3년 전 각서 파문이 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공소시효 만료 전날까지 고발인이 나타나지 않자 대전지검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교육감 선거 이후 이위원은 ‘충남 북부의 교육감’으로 행세했고, 그가 자주 이용한 천안 시내 커피숍은 ‘제2의 충남교육청’으로 통했다. 이때부터 충남교육청 내에서는 시·군교육청의 교육장이 되는 데는 2000만~3000만원, 학무과장이 되는 데는 1000만~2000만원이라는 ‘정가표’가 나돌았다. 이위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현교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교직장사’를 시작했다. 이위원이 현교장에게 “이런저런 자리가 비었으니 사람을 추천하라”고 하면, 현교장은 평소 그 자리를 노리던 사람들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돈을 받아 이위원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번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교장은 천안교육장이 되기 위해 2000년 7월 현교장을 통해 이위원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이때 이교장은 “교육장에 임용되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내용 일체를 발설하지 않으며 발설시 어떤 불이익도 감수한다”는 것과 “퇴임 후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각서를 썼다.
초기에는 이위원이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해 현교장이 중간에 배달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으나 현교장의 부인 강씨는 “남편이 돈 심부름을 했다 해도 중간에서 빼돌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어느 날 남편이 돈뭉치를 들고 와서 더러운 돈이니 방에 들여놓지도 말고 신발장 있는 데 두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교장이 이위원에게 전달해달라고 준 2000만원이었다. 그후 이위원이 이교장을 가리키며 ‘저 ○○○가 누구 덕분에 교육장이 됐는데 대접이 이렇게 소홀하냐. 2000만원밖에 안 냈다’고 욕을 했다는 이야기를 남편한테서 들었다.”
이위원은 심지어 자신의 측근인 현교장에게도 돈을 요구했다. 현교장이 천안교육청 학무과장직을 원하자 이위원은 2000년 8월 현교장 부인 강씨에게 돈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고 강씨는 세 차례에 걸쳐 현금 1100만원과 갈비 1세트를 보냈다. 그러나 원하는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자 강씨는 이위원과 싸우다시피 해서 그 돈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툭하면 각서와 고발로 얼룩
각서밀약이 있은 지 2년 후 강교육감과 이위원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00년 선거 당시 강교육감은 당장 급한 마음에 “다음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긴 했지만 이미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사전 정지작업으로 2002년 7월 교육위원 선거에서 이위원을 떨어뜨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강교육감의 측근이자 대학동창인 Y씨가 앞장서서 천안에 있는 K, S교감에게 이위원의 낙선운동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눈치챈 이위원이 “교육청 간부들이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경쟁상대인 나를 낙마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증거물로 K, S교감으로부터 받은 각서(선거공작을 했다는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때부터 상황이 역전돼 2002년 7월 충남교육위원 선거에서 이위원은 득표율 1위로 당선됐다. 그해 12월 도교육위원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마주친 강교육감과 이위원은 서로 술잔을 집어던지려 할 만큼 감정이 악화됐다.
이위원이 각서를 무기로 천안, 아산, 연기 지역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동안 교육청 내에서는 강교육감의 인사방식을 놓고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강교육감은 취임 후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실상은 능력 위주 인사가 아닌 정실인사였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직상승과 끼어들기가 난무했다. 교육감 선거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도 도를 넘어서 내 사람 심기와 편 가르기로 전락했다. 2001년 1월 단행된 사무관 승진 인사(10명)에서 근무평가 서열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던 사람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대신 20위권 밖의 인사들이 대거 승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부터 강교육감과 특별한 연고가 없으면 상납을 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돈봉투 받고 정실인사 불만 누적
특히 강교육감은 자신의 모교인 K고와 K교대 출신들을 각별히 챙겼다. 2002년 감사원의 충남교육청 암행감사 현장에서 뇌물봉투가 발견돼 징계를 받은 C중등교육과장은 B고교 교장으로 좌천됐다가 최근 그 지역 교육장으로 승진했다. C씨는 강교육감과 K교대 동창. 2002년 인사에서는 역시 강교육감의 동창인 S씨가 1년9개월 사이 일선 고교장에서 두 차례 지역교육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으로만 옮겨다녔다는 것이 단연 이야깃거리였다.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교육청 내 인사 불만이 누적되는 가운데 지난해 교육청 직원인 K씨가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올 초부터 강교육감이 일반직 직원 승진인사 등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해왔다. 이미 2001년 이후 사무관 승진자 28명에 대한 기초수사를 마친 상태. 수사 상황을 보면 승진 상납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개인에 따라 상납 액수가 달라지는 것은 보통 승진후보 1, 2순위일 경우 1000만원 선이고, 승진후보 서열에서 밀릴수록 액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2001년 상납을 하지 않아 승진에서 누락된 후보자가 이듬해 상납한 후 구제받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강교육감이 인사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의 액수는 대략 1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추정이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강교육감에게 돈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교육청 직원 및 가족들에 대한 예금계좌 추적작업을 벌여 승진인사를 앞두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이 있을 경우 추가 소환할 방침이다.
그러나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자신의 통장이나 가족 통장에서 직접 돈을 빼는 사람은 없다. 인사철이 가까워오면 주위에서 돈을 빌려 상납하고 적금을 들어 그 돈을 갚는다”면서 “준 사람이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이 받았다고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한 계좌추적만으로 증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봄 부패방지위원회는 강교육감이 2002년 5월 인사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가 6개월 만에 돌려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두 차례 사무관 승진에서 ‘물을 먹은’ K씨가 강교육감을 세 차례 만나 인사청탁을 했고 케이크 상자에 1000만원을 넣어 전달했으나, 강교육감이 6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승진심사가 있기 바로 전날 공주 모 다방으로 K씨를 불러내 돈을 돌려주었다는 내용이다. 부패방지위원회는 고위 공직자 뇌물수수 혐의를 신고받고 대전지검에 이첩한 상태.
이처럼 각서 파문의 주인공인 강교육감을 중심으로 인사비리 추문이 끊이지 않자 대전지검 특수부가 칼을 빼 들었다. 천안지청도 이위원이 각서를 이용, 교사 신규임용 및 전보에도 관여해왔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학교 영양사 자리도 이위원을 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던 소문이 과연 사실인지 곧 전모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충남교육청 각서 파문은 한국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일 뿐이다. 누가 충남교육청에 돌을 던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