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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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땀 흘렸는데 으~ 찌뿌드드

땀나는 부위와 상태로 본 건강관리법 … 많이 흘려도 탈이지만 안 흘려도 문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부천 도원아이한의원/ www.dowoni.net

    입력2003-05-21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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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으로 땀 흘렸는데 으~ 찌뿌드드

    운동해서 땀을 흘리는 것은 건강에 아주 좋지만 이마저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계절이 다가왔다.

    ‘동의보감’에는 심장이 피와 함께 땀을 주관한다고 기록돼 있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위한 이완과 압축 기능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등의 정신작용도 돕는다. 흥분하거나 긴장할 때 땀이 나는 것도 마음을 주관하는 심장이 자극을 받아 일어난 생리작용. 한방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몸이 쇠약해질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땀을 많이 흘린 것을 피를 많이 흘린 것과 마찬가지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자기 평상시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면 건강의 적신호로 봐야 한다. 또 건강할 때 흘리는 땀은 피부의 수분 양과 체온을 조절하고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해주기 때문에 흘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지만, 땀을 흘리고 난 뒤에도 몸이 개운치 않고 오히려 피곤하다면 이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땀이 나는 부위와 상태를 잘 관찰하면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다.

    1. 머리에서 나는 땀(頭汗)

    보통은 더운 음식을 먹을 때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난다. 머리와 얼굴에 늘 땀이 차 있다면 이는 양기, 즉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활동성이 강한 기운이 부족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렇듯 양기가 부족해서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늘 기운이 없고, 아침에 몸이 무거워 일어나기가 힘들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손발이 차거나 시리며, 허리나 무릎관절이 약한 게 특징이다.



    따라서 양기를 북돋워주려면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수박이나 참외 등 찬 성질이 있는 과일은 먹지 말고 삼계탕, 장어구이 등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운동은 하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조깅이나 등산이 적당하다. 한방에서는 부자나 계피가 들어 있는 부계팔미환이나 우귀음 등을 처방한다.

    2.잠잘 때 흐르는 땀(盜汗)

    잠자는 사이에 목욕한 것처럼 온몸을 흠뻑 적시는 땀을 ‘도한(盜汗)’ 또는 식은땀이라고 부른다. 밤에 도둑이 들듯 잠자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땀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이 쇠약하거나 피로하면 식은땀이 난다. 몸 속 수분(혈액, 호르몬)이 모자라 생긴 허약 증세로 몸이 마르고 얼굴에 윤기가 없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쉽게 숨이 차고 어지럽다. 여성의 경우 월경장애, 남성의 경우 유정이나 몽정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

    이럴 경우 한방에서는 몸 속 수분과 혈액을 만들어주는 당귀, 천궁, 숙지황 같은 약재가 든 당귀육황탕이나 사물탕을 처방하는데, 구기자나 해삼을 먹는 것도 좋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밤시간(11~ 1시)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땀이 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옷을 두세 번 갈아입혀야 할 정도라든지 오전 1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땀을 흘린다면 이 역시 아이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다.

    3.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心汗)

    다른 곳에서는 땀이 나지 않고 심장이 있는 부위(가슴이나 겨드랑이)에서만 땀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심장에 열이 많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겨드랑이에서 평소와 달리 심하게 땀이 나는 것을 방치해두면 자칫 심장에 열이 쌓여 협심증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쓴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심장의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쓴맛은 심장의 기능을 도와서 피를 맑게 해준다. 봄에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를 김치나 나물무침으로 해서 먹으면 좋다. 녹차, 영지차, 대추차도 심장의 열을 내려주고 하복부를 따뜻하게 한다.

    운동으로 땀 흘렸는데 으~ 찌뿌드드

    손발에서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위장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다.

    손발에서 땀이 나는 것은 위장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발에만 땀이 나는 경우는 소화기관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 소화를 관장하는 비장과 위장이 손상되어 인체의 수분이 몸 속에서 순환하지 못하고 발끝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혈질인 사람, 갱년기 여성, 갑상선 기능 이상 환자, 중병을 앓거나 분만 후 허약한 상태의 사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수험생이나 직장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대추와 구기자를 진하게 달여 하루 몇 차례 꾸준히 먹는 것이 비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밥통’에 비유되는 비위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어주어야 튼튼해진다.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진피 등의 약재나 찹쌀밥을 먹도록 하고 잠잘 때 배를 잘 덮어주어야 한다. 배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찜질요법도 좋다.

    5. 음낭 부위에서 나는 땀(陰汗)

    음낭 부위의 땀은 배설과 성기능을 통제하는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양기가 부족해 생기는 증상이다. 정력이 감퇴하고 무력감이 나타나는데 중년 남성에게 많다. ‘동의보감’에서는 음낭 부위의 땀에 대해 “음낭 밑이 축축하고 가려울 뿐 아니라 피부가 헐거나 버짐이 생기기도 하고 혹은 귀에서 소리가 나고 눈까지 어두워진다”고 했다.

    남성의 정자는 체온보다 2~3℃ 정도 낮아야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고환에는 자동 온도조절을 위해 땀샘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샤워한 후 물기를 완전히 닦지 않았거나 땀이 많은 경우 습진 같은 피부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음낭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날 때는 향부자, 숙지황 등 신장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약재가 든 소안신환을 써 치료한다. 평소 샤워 후 물기를 완전히 닦아주고 몸에 꼭 맞는 청바지나 합성섬유로 만든 내의는 피한다. 고환 부위를 찬물로 자주 씻어 체온을 낮추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땀은 너무 많이 흘려도 문제지만 너무 안 흘려도 문제다. 소음인과 같이 체질적으로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토피성 피부염,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으면 땀을 흘리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땀이 많이 날 때는 매운 것과 다섯 가지 양념(마늘, 파, 생강, 부추, 염교(장아찌))이 많이 든 음식을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 매운 성분이 심장을 자극해 열이 나는 것을 더욱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복날 많이 먹는 삼계탕은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렸거나 찬 음식으로 지친 소화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열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콜라 사이다 등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료는(오히려 갈증을 일으킨다) 피하고 오미자차나 칡즙 등 갈증을 멎게 하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한방차를 마시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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