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사.
양당이 지난 대선 때 사용한 신문 및 방송 광고비, 후보자 방송 연설비, 소형인쇄물 제작비 등 10여개 항목의 선거비용에 대해 ‘사후 정산’ 차원에서 국고에서 지급된 것이다. 이는 대선에서 득표율 15% 이상을 얻은 정당에 대해 선거보전 비용을 지급토록 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선거법)에 따른 조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신고한 대선비용은 각각 224억원과 274억원. 한나라당의 경우 224억원 중 35억원만 외상 결재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경우 143억원에서 35억원을 뺀 108억원의 ‘공돈’이 생긴 셈이다. 한나라당의 올해 경상운영비는 선관위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12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주로 활용할 예정이다.
108억원으로 빚을 먼저 갚아야 할지, 내년 총선을 대비해 저축해두어야 할지를 놓고 한나라당이 고민중이다. 한나라당은 1997년 10월 서울 여의도 현 당사에 입주하면서 건축비 중 77억여원(원금만)을 금호건설측에 미납한 상태다. 여의도 당사와 천안연수원은 부동산시장에 내놓았으나 수년째 살 사람이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금호건설은 대선 이후 한나라당에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고 있다. 이번에 한나라당으로 ‘108억원의 현찰’이 들어온 사실도 금호측은 물론 알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5년 이상 채무이행을 미룬 것이어서 당내에서 ‘이제는 빚부터 갚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98년 야당 첫해를 상기시키고 있다. 대선 패배 이듬해인 그해 한나라당은 중앙당후원회에서 10억원대의 사상 최저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 그쳐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렸다. 이 당직자는 “올해도 대선 패배 다음해이기 때문에 후원금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년 총선을 위해선 돈을 저축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비축해두었던 97년 대선 선거보전금이 매우 요긴하게 쓰인 전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채권자의 빚독촉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한 당직자는 “대선 패배의 아픔을 또 한 번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