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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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금 떨고 있지?”

‘과도한 힘’ 빼기 강도 높은 자기개혁 주문 … 제도 및 인적 쇄신 ‘밑그림 그리기’ 한창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3-01-17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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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지금 떨고 있지?”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라실장(왼쪽)이 1월9일 인수위 정무분과위(간사 김병준, 오른쪽)에서 업무를 보고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4급 직원 K씨는 최근 “내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은 이후 L씨 등 감찰실 직원들의 미행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정원을 상대로 미행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2002년 12월18일 서울지법에 냈다. 지난해 연말 이 사실을 파악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한 인사는 “사설기관도 아니고…”라며 혀를 찼다.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과 관련, 민주당 김옥두 의원이 국정원이 발행한 수표로 아파트 대금을 지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원은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런 국정원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전후해 노당선자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검찰도 마찬가지.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 인사 등에 대해 노당선자는 이미 강도 높은 자기개혁을 주문해놓고 있다. 노당선자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3대 사정기관의 개혁바람은 인수위에서 출발한다. 인수위가 준비중인 사정기관의 개혁 프로그램은 권력기관으로서 갖는 과도한 힘을 빼 본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출범 초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정치 사찰과 행정 관련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3개월 만에 깨졌다. 안기부 공작정치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하던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초기 비슷한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 정치 사찰 및 행정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해외 및 경제 정보 수집에 전념할 것이란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름까지 바꿔가며 개혁을 약속했던 국정원이 과거의 ‘안기부’로 되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YS 정권과 별 차이가 없었다.

    국정원, 국가경쟁력 갖는 정보기관으로 육성

    국정원 개혁에 대한 노당선자의 기본 구상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당선자의 국정원 개혁 청사진은 국가정보정책 및 관리체계 재정립과 국제경쟁력을 갖는 정보기관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마치 김대통령이 실패한 국정원 개혁의 밑그림을 벤치마킹한 듯한 모습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대북업무를 포함한 해외업무는 국정원이 맡고, 국내 정보는 다른 부처에 맡긴다는 구체적인 구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하나의 모델케이스로 제시한다. 군사·안보 및 정치·경제 정보와 마약 등 해외정보와 범죄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국정원의 인력구조와 장비 등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국방·통일·경제 정책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 안보유지 및 국가이익 보호에 필요한 정보 및 보안활동을 종합 관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측은 국정원법 제3조 직무조항 개정, 국정원의 막강한 권한행사 기반인 ‘조정권’ 폐지, 국가보안법 대체 입법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정원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을 권력기관화해 기득권을 형성한 일부 인사들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노당선자는 지난해 연말 이와 관련한 정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월6일 노당선자는 신건 국정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북한 핵문제와 관련 ‘조언’을 들으면서 국정원 개혁의 얼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당선자측은 국정원 개편의 큰 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실무적 연구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10일 국정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 국정원 개혁업무를 당초 정무분과에서 통일외교안보분과로 추진 주체를 옮겼다. 정치적 판단보다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한 기능적 개혁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린 지금 떨고 있지?”

    신건 국정원장, 김각영 검찰총장, 이팔호 경찰청장(왼쪽부터).

    최근 검찰이 인수위에 파견한 양재택 서울지검 총무부장이 파견 근무를 고사했다. 이를 전후해 김각영 검찰총장이 특정지역 고교 출신 인사들을 인수위에 파견했다는 언론 보도가 터져나왔다. 인수위측에서는 “(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난이 제기됐고, 김원기 민주당 고문은 7일 검찰총장 재신임 문제를 제기했다. 인수위 정무분과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실시 △검찰인사위원회 심의기구 격상 △검찰인사위에 외부인사 참여 △검사동일체 원칙 개선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 △한시적 특검제 상설화 등 검찰의 10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인수위측은 이 가운데 청와대 직속의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배경에는 ‘검찰’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적 줄서기, 연고주의, 보신주의 등으로 얼룩진 현재의 검찰로는 ‘정치성’을 배제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인수위측의 시각이다. 비리조사처의 기능은 정·관계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대형 경제사범 등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의 기능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검찰의 꽃’이라는 대검 중수부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검찰이 권력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을 뜻한다.

    제도적 중립성 못지않게 노당선자와 인수위측에서 강조하는 점이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노당선자측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이회창 후보에게 줄을 선 것으로 드러난 상당수 간부 검사, 호남의 특정 고교 또는 경기고 출신 등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검찰 주요 보직 등과 관련한 실태를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인사위원회를 현행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외부인사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포퓰리즘과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인수위가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는 것도 인사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와 정치적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를 위해 한시적으로 특검제를 상설화하겠다는 인수위 안은 검찰도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수위는 공안·노동사범 및 선거 관리 등의 공안 기능을 수행하는 검찰 공안부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부작용이 컸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 폐지, 또는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입장을 9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구상하는 검찰 개혁의 목표는 중립성 확보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에 대한 개선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노당선자측은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한 인사는 “설(說)에 의지한 개혁방안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고 내부흐름을 설명했다.

    경찰은 전체 범죄의 97%를 처리한다. 사실상 모든 수사의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수사의 주체가 아니라 보조자에 불과하다. 범인검거, 증거수집 등 대부분의 수사지휘를 경찰이 하는 현실에서 검사가 수사 주체자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책임과 권한이 상치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고 이에 따라 경찰개혁의 핵심 아젠다는 수사권 독립 문제로 귀결된다. 경찰대 동문회는 지난해 9월 말부터 수사권 독립 연구팀을 발족, 2003년 공론화를 예견했었다. 1월 초 경찰청 한 중견간부는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 노당선자의 한 측근에게 묵직한 서류봉투를 전달했다. 경찰 개혁 및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자료였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과 관련 실현 가능한 ‘눈높이’를 설정했다. 전면적인 수사권 독립이 아닌 일부 민생범죄 등과 관련, 독자적인 수사권을 우선적으로 넘겨달라는 안은 인수위로부터 현실적인 대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노당선자의 입장도 분명하고 경찰의 안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당선자는 2002년 6월25일 “나는 분권주의자다. (당선되면) 큰 선물을 주겠다”며 수사권 독립을 시사한 이래 비슷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경찰은 14일 인수위 보고를 통해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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