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장 하종현씨
서울시립미술관장 하종현씨서울시립미술관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2002년 12월28일 전 홍익대 교수인 원로작가 하종현씨(67)를 서울시립미술관 제2대 관장으로 임명했다. 11월로 임기가 끝난 유준상 전 관장(70) 퇴임 이후 한 달 넘게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진 셈이다. 신임 하관장은 서울시가 주관한 공개채용에서 7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발되었다. 그러나 미술계는 하관장의 임명에 대해 적지 않게 반발하고 있다. 미술계의 반발 이유는 하관장이 현역 화가라는 데에 있다. 반면, 공개채용에서 하관장과 경합한 다른 경쟁자들은 40, 50대의 전시기획 전문가들. 미술계 인사들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 색깔이 있기 때문에 작품구입이나 전시기획에서 객관성을 지키기 어렵다. 30, 40년 전이라면 모를까, 전시기획 전문가가 많은 현실에서 굳이 원로작가에게 관장직을 맡긴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미술평론가 박신의씨는 관장 선임을 위한 심사위원회 구성부터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근현대 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인데,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3명은 서울시 공무원이고 나머지 3명 중 2명은 고미술 전문가였다는 것.
사실 서울시립미술관 표류의 근본 원인은 서울시가 미술관을 직접 운영하려 하는 데 있다. 자연히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3년 전에 90억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어 화려하게 시작된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서울’ 행사는 2회째인 지난해에는 예산이 6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초라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직을 지나치게 홀대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사(큐레이터)는 모두 3명. 부산시립미술관이 8명, 국립현대미술관이 11명인 데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규모다. 그나마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사들은 모두 계약직이라 당장 2월의 재계약 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처지다. 한 사람의 큐레이터가 기획전시를 할 정도의 안목을 키우려면 최소 5년이 걸리는데 이같이 단기적인 방식의 미술관 운영으로는 좋은 기획전시나 작품구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김달진 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은 “문화기관의 운영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행정가들은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 거꾸로 되어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