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고개를 숙인 채 서각에 열중하고 있는 이를 만날 수 있다. 1997년부터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조규현씨(43). 조씨의 앞에는 “무료로 가훈을 써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이 글귀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그의 오른손이다. 하얀 탄력 붕대에 친친 감긴 망치가 바로 조씨의 오른손. 그는 이 ‘손’으로 나무판을 버티고 자유로운 왼손으로 정교하게 글씨를 새겨넣는다.
열한 살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후 구두닦이, 트럭 운전수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조씨가 서각을 배운 건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87년. 우연히 찾은 서예학원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새로 열어준 ‘사부님’을 만났다.
“밤새 글씨를 배우고 나무판에 한 자 한 자 새겨넣으며 느낀 행복감은 말로 표현 못해요. 사고 후 처음으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마침내 서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을 때 조씨가 한 생각은 `내가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시작한 일이 ‘무료로 가훈 써주기’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충분히 작품이 모이면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그 수익금으로 저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화상(火傷)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을 세울 겁니다.”
‘행복도 불행도 일체유심조’라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행복한’ 조씨의 소망이다.
열한 살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후 구두닦이, 트럭 운전수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조씨가 서각을 배운 건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87년. 우연히 찾은 서예학원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새로 열어준 ‘사부님’을 만났다.
“밤새 글씨를 배우고 나무판에 한 자 한 자 새겨넣으며 느낀 행복감은 말로 표현 못해요. 사고 후 처음으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마침내 서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을 때 조씨가 한 생각은 `내가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시작한 일이 ‘무료로 가훈 써주기’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 충분히 작품이 모이면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그 수익금으로 저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화상(火傷)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을 세울 겁니다.”
‘행복도 불행도 일체유심조’라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행복한’ 조씨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