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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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확 뜯어고쳐라”

‘대통령 권력 분산론’ 끊임없이 제기 … 국방 외교 등 분야에 집중하고 국정은 내각 중심으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2-18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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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를 확 뜯어고쳐라”

    김대중 대통령(맨 오른쪽)이 통일·외교·안보장관 간담회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제왕적’이다. 모든 권력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권력을 쥔 대통령이 독주를 할 경우 견제 시스템은 경보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대통령의 독주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한다. 대통령 개인의 권력남용과 월권, 정책 실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국정 실패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정치학자들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하게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정계와 학계에서는 되풀이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와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국무총리실 K비서관은 “지금처럼 대통령이 모든 부처를 총괄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힘의 집중 현상을 비판한다. 대통령의 역할을 국방, 외교·안보, 통일 문제 등 국가 안위와 관련된 분야로 국한하고 일상 행정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총리와 내각에 위임해야 한다는 게 K비서관이 제시한 대안이다. 한나라당 김만제 전 정책위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해 정·부통령제 등 개헌을 고려해볼 때”라고 말한다. 권력 분산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차단하려는 구상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한국정보통신대 이홍규 교수는 “대통령은 몇 개의 프로젝트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선택과 집중론’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그동안 정치권은 권력을 잡는 데만 신경을 써왔다. 그것이 선(善)이자 목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성공한 정권이 되기 위한 정책기획, 조직 등은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서울대 박세일 교수는 한 언론사 주최 토론회에서 “이것이 실패한 대통령을 양산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3김’의 퇴장을 눈앞에 둔 한국의 ‘권력의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권위와 카리스마에 의지한 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일방통행식 지시가 아닌 협상과 설득을 통한 국정운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 개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른 국정운영은 이제 21세기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다”는 게 고려대 함성득 교수(대통령학)의 주장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로비스트로서의 능력을 곧잘 선보인다. 권위와 힘에 의지한 리더십이 힘을 잃은 지금, 한국 대통령이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지적이다. 첨예한 이해대립, 통일·경제 문제 등에 있어 이해를 조정하는 정치력의 필요성은 갈수록 강조된다.

    그동안 권력 잡는 데만 최선 … 정책기획·조직엔 소홀



    국정은 ‘내각’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거꾸로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과의 물리적 접근성과 정보독점력을 무기로 사소한 행정부 업무까지 챙기려드는 게 권력 핵심부의 흐름이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6개월짜리 장관’에 불과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장관 위에 군림하거나, 장관을 정치적 국면 전환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는 이런 틀은 이제 바꾸어야 한다. 비서실은 전략기획 정책 업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행정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권력구조와 관련한 한 언론사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한과 청와대의 기능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국회와의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정부의 축이 아닌 정당간의 이전투구 및 패권에 집착한 감이 없지 않다. DJ 정부에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고위직을 역임한 민주당 L의원은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장과 독대하는 관행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최고 정책결정자 사이에는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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