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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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갑 3대째 세습?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07 1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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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갑 3대째 세습?
    부산진갑 재선거가 한나라당 김병호 후보와 무소속 하계열 후보(부산진구 구청장 출신) 간 혼전 양상이다. 한나라당 ‘깃대’만 꽂으면 넉넉하게 당선되던 곳에 웬 이변? 서울에서 살다 막 내려온 김후보(방송사 간부 출신)의 낮은 인지도, 한나라당 중앙당의 낙하산식 공천이 고전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이 지역구 정재문 전 의원(사진) 부부가 ‘특이한 행보’를 보여 뒷말이 한창이다.

    재선거는 정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소문의 내용은 “이번엔 ‘경량급’ 김후보가 공천받아 국회의원 되게 하는 대신, 2004년 총선에선 김후보를 밀어내고 정 전 의원 자신 또는 그의 아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되찾는다”는 것. 물론 여기엔 ‘부산 한나라당 공천=무조건 당선’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부산진구는 정 전 의원의 아버지 정해영씨가 3선, 이어 정 전 의원이 4선을 한 지역구다. 만약 정 전 의원 아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다면 한 지역구가 3대째 ‘세습’되는 셈이다.

    한나라당 부산진갑 지구당위원장 자리는 현재 김후보에게 이양되지 않은 채 여전히 정 전 의원이 갖고 있다. 선거 조직책도 김후보가 아닌, 정 전 의원 휘하에서 움직인다. 정 전 의원의 부인이 김후보 선거운동을 적극 돕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정 전 의원 부인은 선거운동 개시일인 7월23일 부산에 내려와 앞치마를 두르고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해 말 정 전 의원은 둘째 아들의 약력을 소개하는 편지를 당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정 전 의원측 관계자는 “지역구 넘겨주기 밀약 자체가 난센스다. 김병호 후보가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17대 총선에서 공천자리를 쉽게 내놓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7대 총선에서 정 전 의원이 재기한다면 자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러시아통으로 꼽힌다. 7월27일 이회창 후보와 러시아 이바노프 외무장관과의 회담도 그가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의 첫째 아들은 도시가스 회사인 ‘경남에너지’ 사장, 둘째 아들은 중국 내 방송사업체 사장, 셋째 아들은 벤처기업 사장으로 모두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 아들 모두 ‘정치’에 뜻이 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측은 “(미국의 케네디가처럼) 부산에서도 ‘정치 명가’가 나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산진갑의 후보 따로, 지구당위원장 따로 현상. ‘오만한 나눠 먹기’인가, 아니면 ‘정치 명가’의 출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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