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가 미국에 넘어간다? 최근 용산 전자상가의 국내 컴퓨터 부품 상가를 대표하는 선인상가(건물 2동, 연면적 1만5500평)가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에 넘어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인들 사이에 파문이 일었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97년 11월, 선인상가 운영 주체인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상가 입주 상인들은 임차인조합을 구성해 선인상가의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임차인조합과 선인산업 주주들의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양측은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의 경매를 통해 선인산업 임차인조합이 상가를 낙찰받으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인산업 주주들이 건물을 리먼 브러더스에 넘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결국 임차인조합의 강력한 반발로 리먼 브러더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선인상가의 인수를 둘러싼 이번 해프닝은 그러잖아도 침체에 빠진 용산전자상가를 둘러싼 난맥상의 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지난 87년 이후 ‘전자유통의 메카’로 불리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오던 용산 집단상가의 위상은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물론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과 홈쇼핑·양판점 등 신유통채널들의 성장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각 상가에 빼곡이 들어선 6000여개의 컴퓨터·가전제품 관련 매장들은 ‘파격할인’ ‘전국 최저가 판매’ 등의 광고판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품가격이 싸기로 소문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나진상가는 최근 ‘개점휴업’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한산하다. 나진상가 2층에는 200여개 컴퓨터 매장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나 하루에 여기를 찾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컴퓨터 유통의 메카로 불리는 선인상가도 유동인구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매장에는 종업원들이 컴퓨터게임이나 잡담 등으로 소일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선인상가에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윤준식 사장은 “용산에 정착한 이후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사를 포기하고 하나둘씩 철수하는 매장 수가 부쩍 늘고 있으며 곳곳에서 중소 소매점의 부도 소식도 들려온다. 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매장 권리금도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선인상가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매장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권리금이 지난해보다 평균 30∼50%씩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용산상가가 처음 조성된 것은 지난 87년.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 차원에서 당시 용산에 있던 청과물시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세운상가의 전자 관련 업체들을 용산으로 이전시키면서 오늘날의 용산 전자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87년 나진전자월드를 시작으로 선인프라자, 전자랜드, 전자타운, 원효전자상가, 터미널전자쇼핑 등 5개의 상가가 잇따라 설립돼 동양 최대 규모의 전자타운을 형성했다.
이후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각의 상가는 나름대로 특성을 지니면서 확장돼 지난해까지 하루 유동인구가 성수기에는 10만여명에 달하는 한국 전자유통의 전진기지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PC 보급대수가 1200만대를 넘어서며 IT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데는 용산 전자상가도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용산 상가에 자리한 수많은 조립PC 업체들과 부품상들이 저렴한 가격에 PC를 판매해 컴퓨터가 대중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IT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용산 전자상가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PC 보급이 확대되면서 신규 구매자들이 급속히 감소한 데다 그나마도 용산상가를 찾기보다는 최근 급부상한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까지 유통채널별 PC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LG홈쇼핑·C39쇼핑 등 케이블 홈쇼핑 채널은 약 13만여대의 PC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으나, 용산 등지에 자리한 PC 제조사들의 대리점과 조립PC 업체들은 판매량이 오히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컴퓨터 부품의 가격정보를 알려주는 인터넷 가격정보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용산 전자상가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각종 부품의 가격정보가 낱낱이 공개되자 제품의 평균 마진율이 3%대로 급락했으며 일부 통신판매 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적자판매까지 난무해 상가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용산 전자단지 상인들도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자유통의 메카’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각 상가가 지자체 등과 협력해 대규모 공동마케팅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대적인 자정·친절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그 첫 사업으로 지난 3월에는 나진산업, 서울전자유통, 관광터미널쇼핑 등 용산지역 3개 상가와 용산구청이 공동으로 ‘봄맞이 대축제’를 마련하고 대규모 콘서트, 문화행사를 벌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 서비스 개선을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불친절 업소로 신고가 들어오면 각 상우회 차원에서 벌금을 물리고, 점포 직원들에게 ID카드를 발급해 고객봉사 실명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특히 일부 상가에서는 무등록·무자료 거래를 퇴치하기 위해 법인등록 및 실명입주를 의무화하는 ‘공평과세협의회’ 결성까지 추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관계자는 “용산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유통채널을 간소화해 가격경쟁력을 살리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믿고 용산을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97년 11월, 선인상가 운영 주체인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상가 입주 상인들은 임차인조합을 구성해 선인상가의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임차인조합과 선인산업 주주들의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양측은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의 경매를 통해 선인산업 임차인조합이 상가를 낙찰받으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인산업 주주들이 건물을 리먼 브러더스에 넘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또다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결국 임차인조합의 강력한 반발로 리먼 브러더스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선인상가의 인수를 둘러싼 이번 해프닝은 그러잖아도 침체에 빠진 용산전자상가를 둘러싼 난맥상의 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지난 87년 이후 ‘전자유통의 메카’로 불리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오던 용산 집단상가의 위상은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물론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과 홈쇼핑·양판점 등 신유통채널들의 성장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각 상가에 빼곡이 들어선 6000여개의 컴퓨터·가전제품 관련 매장들은 ‘파격할인’ ‘전국 최저가 판매’ 등의 광고판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품가격이 싸기로 소문나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나진상가는 최근 ‘개점휴업’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한산하다. 나진상가 2층에는 200여개 컴퓨터 매장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나 하루에 여기를 찾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컴퓨터 유통의 메카로 불리는 선인상가도 유동인구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매장에는 종업원들이 컴퓨터게임이나 잡담 등으로 소일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선인상가에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윤준식 사장은 “용산에 정착한 이후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사를 포기하고 하나둘씩 철수하는 매장 수가 부쩍 늘고 있으며 곳곳에서 중소 소매점의 부도 소식도 들려온다. 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매장 권리금도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선인상가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매장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권리금이 지난해보다 평균 30∼50%씩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용산상가가 처음 조성된 것은 지난 87년.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 차원에서 당시 용산에 있던 청과물시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세운상가의 전자 관련 업체들을 용산으로 이전시키면서 오늘날의 용산 전자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87년 나진전자월드를 시작으로 선인프라자, 전자랜드, 전자타운, 원효전자상가, 터미널전자쇼핑 등 5개의 상가가 잇따라 설립돼 동양 최대 규모의 전자타운을 형성했다.
이후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각의 상가는 나름대로 특성을 지니면서 확장돼 지난해까지 하루 유동인구가 성수기에는 10만여명에 달하는 한국 전자유통의 전진기지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PC 보급대수가 1200만대를 넘어서며 IT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데는 용산 전자상가도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용산 상가에 자리한 수많은 조립PC 업체들과 부품상들이 저렴한 가격에 PC를 판매해 컴퓨터가 대중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IT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용산 전자상가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PC 보급이 확대되면서 신규 구매자들이 급속히 감소한 데다 그나마도 용산상가를 찾기보다는 최근 급부상한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까지 유통채널별 PC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LG홈쇼핑·C39쇼핑 등 케이블 홈쇼핑 채널은 약 13만여대의 PC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으나, 용산 등지에 자리한 PC 제조사들의 대리점과 조립PC 업체들은 판매량이 오히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컴퓨터 부품의 가격정보를 알려주는 인터넷 가격정보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용산 전자상가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각종 부품의 가격정보가 낱낱이 공개되자 제품의 평균 마진율이 3%대로 급락했으며 일부 통신판매 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적자판매까지 난무해 상가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용산 전자단지 상인들도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자유통의 메카’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각 상가가 지자체 등과 협력해 대규모 공동마케팅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대적인 자정·친절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그 첫 사업으로 지난 3월에는 나진산업, 서울전자유통, 관광터미널쇼핑 등 용산지역 3개 상가와 용산구청이 공동으로 ‘봄맞이 대축제’를 마련하고 대규모 콘서트, 문화행사를 벌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 서비스 개선을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불친절 업소로 신고가 들어오면 각 상우회 차원에서 벌금을 물리고, 점포 직원들에게 ID카드를 발급해 고객봉사 실명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특히 일부 상가에서는 무등록·무자료 거래를 퇴치하기 위해 법인등록 및 실명입주를 의무화하는 ‘공평과세협의회’ 결성까지 추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관계자는 “용산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유통채널을 간소화해 가격경쟁력을 살리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믿고 용산을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