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막 한가운데 피어난 탐스러운 꽃이다.” 세계 언론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놀라운 성적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사실 이 말은 칭찬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뤄졌다는 완곡한 수사법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매체가 일본을 주요 보도 대상으로 삼고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한다. 세계적인 축구전문 잡지인 월간 ‘월드사커’의 경우 일본 축구리그는 매달 한 페이지 이상을 할애하면서도 한국 리그는 두서너 줄의 동정기사로만 취급했다. 일본 리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로 인정받고 있는 반면, 한국 리그는 기타 국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국팬들은 섭섭하겠지만 월드컵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의 비중이나 게재 빈도수로 보면, 유럽 언론 내에서 한일간 격차는 50대 1 이상 벌어져 있다. 한국팀의 선전으로 이 격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대로 가면 자칫 우리나라는 월드컵 이후 개최국으로서의 이득을 상당부분 잃게 될지도 모른다. 2002년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가 아니라 일본 월드컵의 일부 경기를 한국에서 부분 개최한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 언론이 한국 축구를 홀대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한국 리그가 유럽인의 시각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리그의 뼈대는 디비전 피라미드 시스템이다. 즉 자체 구장을 가지고 매주 경기에 참가하는 구단들이 상위 리그로부터 하위 리그에 이르기까지 수십 팀 단위로 편재되어 있다. 2부리그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3, 4부를 망라하는 하위 리그까지 조직되어 있는 일본에 비하면, 한국에서 연중 리그에 참여하는 프로구단은 단 10개에 불과하다. 유럽식 기준으로 보면 한국 축구는 기본시설도 갖추지 못한 이름뿐인 리그다. 한국 축구가 국제관례에 부합하지 못하는 체제를 고수하는 한 유럽 언론의 한일 차별은 시정될 길이 없다.
축구는 관광산업이나 영화산업 못지않게 파괴력을 지닌 거대한 비즈니스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를 국제적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주국인 유럽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국제표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축구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잉글랜드의 경우 96개의 프로팀이 있다. 이 말은 자체 구장을 가지고 축구 이외의 직업을 갖지 않는 전업선수들을 거느리고 매주 경기에 참가하는 구단들이 상위 리그로부터 하위 리그까지 수십 팀 단위로 편재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디비전1, 디비전2, 디비전3으로 나뉘어 각각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연중 리그를 치른다. 그리고 성적에 따라 서너 팀씩 상위 리그로 혹은 하위 리그로 자리바꿈한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리그 하위 3팀은 무조건 디비전1로 탈락한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우승컵을 놓고 벌이는 상위 팀들간의 피 말리는 대권 레이스 못지않게 탈락을 면하기 위한 하위 팀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이 흥미 만점이다.
코벤트리시티와 사우스햄프턴 같은 팀은 올 시즌 용케도 잔류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마다 위태위태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16, 17위로 가까스로 살아남곤 해서 별명이 ‘서바이벌 아티스트’(생존의 마법사)다. 전례로 보면 우승팀이 벌이는 축제보다 살아남은 팀들의 선수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서 한데 엉켜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쪽이 훨씬 더 잔칫집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들간의 경쟁 포인트는 무엇인가. 각국의 상위 팀들에 출전권을 부여하는 클럽간 국제경기, 유럽축구연맹(UEFA)컵 출전권이다. 디비전1의 우승, 준우승팀은 자동적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 3~6위, 4~5위 팀은 홈 앤드 어웨이로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을 치르고 승자 두 팀이 단판 승부로 프리미어리그 막차 티켓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잉글랜드 축구계의 오랜 전통은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웸블리경기장에서 FA컵 결승전을 치르는 것. 5월 둘째 주 주말에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치르는 것도 역시 오랜 관례의 하나다. 금요일에는 디비전2로 올라가는 단판 승부를, 토요일에는 디비전1로 진입하는 단판 승부를, 그리고 일요일에는 그해 시즌을 총 결산하는 마무리 경기로 프리미어리그 진입을 위한 단판 승부가 펼쳐진다.
프로리그 밑으로는 500여팀이 참가하는 세미프로리그가 조직되어 있다. 예닐곱 명의 전업선수를 보유한, 프로팀에 가까운 구단부터 일당제 선수들로만 구성된 영세한 구단에 이르기까지 세미프로 팀들은 각각의 재정상태에 따라 그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세미프로 선수란 축구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해 경찰관, 보험회사 직원, 우편집배원, 채소 장수, 배관공 등 다른 직업에 종사하며 공을 차는 선수들을 말한다.
세미프로 1부리그는 스폰서 회사의 이름을 따 복스홀 컨퍼런스라고 부르는데, 런던 내 한인촌인 뉴몰든/킹스턴을 본거지로 하고 있으며 한국의 구상범 선수가 은퇴 이후 잠시 몸담기도 했던 킹스토니안 구단이 바로 이 리그 소속이다. 복스홀 컨퍼런스와 디비전3팀 간에도 승진과 추락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프로팀간의 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복스홀 컨퍼런스 우승팀은 축구협회로부터 구단의 재정상태, 경기장 시설기준 검사를 받은 뒤 합격 판정을 받으면 프로리그로 진입하고, 디비전3 최하위 팀은 세미리그로 내려온다. 합격 판정을 받지 못하면 그해 복스홀 컨퍼런스와 디비전3 간의 이동은 없다. 세미프로리그는 하위로 내려갈수록 동일지역 내 팀들간에 벌어지는 지역 리그의 성격을 띠는데, 이들 역시 성적에 따라 추락과 승진을 거듭한다.
한국의 실업축구와 대학축구, 그리고 각종 직장팀까지 아우르면 당장이라도 유럽 축구 못지않은 훌륭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히딩크와 태극전사들이 피워낸 사막 속의 꽃은 한 번 피우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원이다. 이 꽃을 구매하겠다고 찾아올 수많은 고객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꽃이 좀더 활짝 피어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꽃이 만개하려면 사막을 초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2부리그, 3부리그, 4부리그의 창설은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일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매체가 일본을 주요 보도 대상으로 삼고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한다. 세계적인 축구전문 잡지인 월간 ‘월드사커’의 경우 일본 축구리그는 매달 한 페이지 이상을 할애하면서도 한국 리그는 두서너 줄의 동정기사로만 취급했다. 일본 리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그로 인정받고 있는 반면, 한국 리그는 기타 국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국팬들은 섭섭하겠지만 월드컵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의 비중이나 게재 빈도수로 보면, 유럽 언론 내에서 한일간 격차는 50대 1 이상 벌어져 있다. 한국팀의 선전으로 이 격차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대로 가면 자칫 우리나라는 월드컵 이후 개최국으로서의 이득을 상당부분 잃게 될지도 모른다. 2002년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가 아니라 일본 월드컵의 일부 경기를 한국에서 부분 개최한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 언론이 한국 축구를 홀대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한국 리그가 유럽인의 시각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리그의 뼈대는 디비전 피라미드 시스템이다. 즉 자체 구장을 가지고 매주 경기에 참가하는 구단들이 상위 리그로부터 하위 리그에 이르기까지 수십 팀 단위로 편재되어 있다. 2부리그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3, 4부를 망라하는 하위 리그까지 조직되어 있는 일본에 비하면, 한국에서 연중 리그에 참여하는 프로구단은 단 10개에 불과하다. 유럽식 기준으로 보면 한국 축구는 기본시설도 갖추지 못한 이름뿐인 리그다. 한국 축구가 국제관례에 부합하지 못하는 체제를 고수하는 한 유럽 언론의 한일 차별은 시정될 길이 없다.
축구는 관광산업이나 영화산업 못지않게 파괴력을 지닌 거대한 비즈니스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를 국제적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주국인 유럽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국제표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산업화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축구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잉글랜드의 경우 96개의 프로팀이 있다. 이 말은 자체 구장을 가지고 축구 이외의 직업을 갖지 않는 전업선수들을 거느리고 매주 경기에 참가하는 구단들이 상위 리그로부터 하위 리그까지 수십 팀 단위로 편재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디비전1, 디비전2, 디비전3으로 나뉘어 각각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연중 리그를 치른다. 그리고 성적에 따라 서너 팀씩 상위 리그로 혹은 하위 리그로 자리바꿈한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리그 하위 3팀은 무조건 디비전1로 탈락한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우승컵을 놓고 벌이는 상위 팀들간의 피 말리는 대권 레이스 못지않게 탈락을 면하기 위한 하위 팀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이 흥미 만점이다.
코벤트리시티와 사우스햄프턴 같은 팀은 올 시즌 용케도 잔류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마다 위태위태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16, 17위로 가까스로 살아남곤 해서 별명이 ‘서바이벌 아티스트’(생존의 마법사)다. 전례로 보면 우승팀이 벌이는 축제보다 살아남은 팀들의 선수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서 한데 엉켜 환희의 노래를 부르는 쪽이 훨씬 더 잔칫집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들간의 경쟁 포인트는 무엇인가. 각국의 상위 팀들에 출전권을 부여하는 클럽간 국제경기, 유럽축구연맹(UEFA)컵 출전권이다. 디비전1의 우승, 준우승팀은 자동적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 3~6위, 4~5위 팀은 홈 앤드 어웨이로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을 치르고 승자 두 팀이 단판 승부로 프리미어리그 막차 티켓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잉글랜드 축구계의 오랜 전통은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웸블리경기장에서 FA컵 결승전을 치르는 것. 5월 둘째 주 주말에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치르는 것도 역시 오랜 관례의 하나다. 금요일에는 디비전2로 올라가는 단판 승부를, 토요일에는 디비전1로 진입하는 단판 승부를, 그리고 일요일에는 그해 시즌을 총 결산하는 마무리 경기로 프리미어리그 진입을 위한 단판 승부가 펼쳐진다.
프로리그 밑으로는 500여팀이 참가하는 세미프로리그가 조직되어 있다. 예닐곱 명의 전업선수를 보유한, 프로팀에 가까운 구단부터 일당제 선수들로만 구성된 영세한 구단에 이르기까지 세미프로 팀들은 각각의 재정상태에 따라 그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세미프로 선수란 축구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해 경찰관, 보험회사 직원, 우편집배원, 채소 장수, 배관공 등 다른 직업에 종사하며 공을 차는 선수들을 말한다.
세미프로 1부리그는 스폰서 회사의 이름을 따 복스홀 컨퍼런스라고 부르는데, 런던 내 한인촌인 뉴몰든/킹스턴을 본거지로 하고 있으며 한국의 구상범 선수가 은퇴 이후 잠시 몸담기도 했던 킹스토니안 구단이 바로 이 리그 소속이다. 복스홀 컨퍼런스와 디비전3팀 간에도 승진과 추락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프로팀간의 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복스홀 컨퍼런스 우승팀은 축구협회로부터 구단의 재정상태, 경기장 시설기준 검사를 받은 뒤 합격 판정을 받으면 프로리그로 진입하고, 디비전3 최하위 팀은 세미리그로 내려온다. 합격 판정을 받지 못하면 그해 복스홀 컨퍼런스와 디비전3 간의 이동은 없다. 세미프로리그는 하위로 내려갈수록 동일지역 내 팀들간에 벌어지는 지역 리그의 성격을 띠는데, 이들 역시 성적에 따라 추락과 승진을 거듭한다.
한국의 실업축구와 대학축구, 그리고 각종 직장팀까지 아우르면 당장이라도 유럽 축구 못지않은 훌륭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히딩크와 태극전사들이 피워낸 사막 속의 꽃은 한 번 피우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원이다. 이 꽃을 구매하겠다고 찾아올 수많은 고객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꽃이 좀더 활짝 피어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꽃이 만개하려면 사막을 초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2부리그, 3부리그, 4부리그의 창설은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