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에 영국 언론이 문화부에 맹공을 퍼부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영국 문화부가 템스강변의 낡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흉물스러운 발전소 건물에 미술관이 웬말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국 문화부는 언론의 비난을 꿋꿋이(?) 견디며 공사를 강행했다. 마침내 2000년 5월, 발전소를 개조한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 건물은 언론의 우려와 반대로 공장이라는 문명의 잔해와 현대미술의 결합이라는 멋진 성과를 거두었다.
여의도의 구 동아일보 사옥 1층에서 막을 연 아시아 4개국 신예작가 전시회 ‘판타지아’는 전시의 내용 못지않게 전시공간 자체로도 화제가 될 듯하다 ‘스페이스 이마(imA)’라고 명명된 이 공간은 1972년부터 92년까지 20년간 윤전기를 돌려 신문을 인쇄하던 곳이다.
‘판타지아’전을 보기 위해 ‘스페이스 이마’에 들어선 관객들은 미술 전시회에 왔는지, 아니면 문을 닫은 공장에 잘못 들어왔는지 순간적으로 헷갈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일본 중국 태국의 아시아 4개국에서 온 작가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분위기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부 작가들은 ‘스페이스 이마’의 분위기에 맞게 작품을 새로 제작하기도 했다. 낡은 공장의 벽에는 비뚤비뚤한 낙서가 그려져 있고 거미줄에 매달린 열매나 벌레들이 대롱거린다. 어디선가 만화영화 주제가가 들려오고 천장에는 우산, 만화책, 쇼핑백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모든 것은 김범, 함진, 이주요, 김소라, 마리아 담롱폴, 사키 사톰, 지앙지 등이 설치한 작품들이다.
“전시에 참가한 열세 명의 작가 중 최연장자가 38세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미술 작품은 비싸고 중요한 것이니 잘 보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측 큐레이터인 김선정 선재미술관 부관장은 ‘미술의 한계를 뚫고 나가려는 시도’로 전시의 성격을 설명했다.
실제로 ‘일상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미술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한껏 비틀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간신히 보일 만큼 작은 작품들을 설치한 작가 함진씨(24)는 “내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밟고 지나가거나 옷에 붙여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석의 설치작품 ‘배’는 난파선이다. 그런데 정작 난파선 안에 실려 있는 물건들은 참치 깡통처럼 모두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 또 일본 작가 오자와 쓰요시는 각종 채소로 총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는 그 작품을 그대로 요리해 먹는다. 태국 작가 마리아 담롱폴은 전시 내내 직접 만든 도자기를 깨뜨리기도 한다.
이쯤에서 이러한 질문이 고개를 들 법하다. “과연 이것도 미술인가?”라는.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예상 외로 많다. 엄숙한 미술관 공간에서 뛰쳐나온 미술, 이 젊고 새로운 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 관람자 개개인의 몫으로 던져졌다(12월9일까지, 문의:02-781-0161).
여의도의 구 동아일보 사옥 1층에서 막을 연 아시아 4개국 신예작가 전시회 ‘판타지아’는 전시의 내용 못지않게 전시공간 자체로도 화제가 될 듯하다 ‘스페이스 이마(imA)’라고 명명된 이 공간은 1972년부터 92년까지 20년간 윤전기를 돌려 신문을 인쇄하던 곳이다.
‘판타지아’전을 보기 위해 ‘스페이스 이마’에 들어선 관객들은 미술 전시회에 왔는지, 아니면 문을 닫은 공장에 잘못 들어왔는지 순간적으로 헷갈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일본 중국 태국의 아시아 4개국에서 온 작가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분위기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부 작가들은 ‘스페이스 이마’의 분위기에 맞게 작품을 새로 제작하기도 했다. 낡은 공장의 벽에는 비뚤비뚤한 낙서가 그려져 있고 거미줄에 매달린 열매나 벌레들이 대롱거린다. 어디선가 만화영화 주제가가 들려오고 천장에는 우산, 만화책, 쇼핑백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모든 것은 김범, 함진, 이주요, 김소라, 마리아 담롱폴, 사키 사톰, 지앙지 등이 설치한 작품들이다.
“전시에 참가한 열세 명의 작가 중 최연장자가 38세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미술 작품은 비싸고 중요한 것이니 잘 보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측 큐레이터인 김선정 선재미술관 부관장은 ‘미술의 한계를 뚫고 나가려는 시도’로 전시의 성격을 설명했다.
실제로 ‘일상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미술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한껏 비틀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간신히 보일 만큼 작은 작품들을 설치한 작가 함진씨(24)는 “내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밟고 지나가거나 옷에 붙여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홍석의 설치작품 ‘배’는 난파선이다. 그런데 정작 난파선 안에 실려 있는 물건들은 참치 깡통처럼 모두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 또 일본 작가 오자와 쓰요시는 각종 채소로 총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는 그 작품을 그대로 요리해 먹는다. 태국 작가 마리아 담롱폴은 전시 내내 직접 만든 도자기를 깨뜨리기도 한다.
이쯤에서 이러한 질문이 고개를 들 법하다. “과연 이것도 미술인가?”라는.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한다. 그러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예상 외로 많다. 엄숙한 미술관 공간에서 뛰쳐나온 미술, 이 젊고 새로운 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 관람자 개개인의 몫으로 던져졌다(12월9일까지, 문의:02-781-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