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관한 한 제일모직 상품기획실장 윤영수 상무(49)만큼 호사를 누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이번에 제일모직이 개발한 150수 양복지 ‘란스미어 210’으로 만든 양복을 곧 입어보게 된다. 란스미어 210은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한 순모 복지 중 가장 섬세하고 부드러운 모직 제품으로, 1야드당 가격이 200만원을 호가한다. 성인 양복 한 벌에 4야드 정도의 양복지가 필요하고 특수 가공비 400만~700만원 정도를 감안하면 윤상무가 입게 될 양복은 한 벌에 1200만~15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웬만한 샐러리맨의 초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직책 때문이다. 상품기획실장이란 제일모직에서 나오는 모든 상품의 기획에서부터 물류까지 책임지는 자리다. 신상품이 나오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입어보고 미비점을 찾아내 보완 지시를 내리는 것도 그의 주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이러다 보니 부인 조무향씨(43)에게 “당신은 어디서 돈이 나오기에 그렇게 옷을 자주 사 입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때가 많다.
연간 100벌 정도 생산 … 끊임없는 연구개발
그러나 그가 항상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 것만은 아니다. 신상품 개발 후에는 판매 동향을 체크하느라 가슴 졸여야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에는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마케팅 쪽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실패 우려’에 대한 부담은 덜한 편이다.
란스미어(Lansmere)란 라틴어로 양모(羊毛)를 뜻하는 ‘Lana’와 호수를 뜻하는 고대 영어인 ‘Mere’의 합성어로 세계 최고의 복지를 말한다. 또 210이란 수치는 국제양모복지기구의 품질 번수 규정에 따라 13.5미크론 이하의 원료를 사용할 때 붙이는 호칭이다. 이런 양모는 연간 0.3톤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양복으로 따지면 연간 겨우 100벌 정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일모직이 이번에 개발한 란스미어 210에 사용된 양모 원료는 13.4미크론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머리카락 가늘기의 6분의 1 수준의 양모를 이용해 실을 뽑았다는 얘기다. 그것도 13.4미크론의 양모 1g에서 150m의 실을 뽑아냈으니 세계가 놀랄 만하다. 지금까지는 130m가 최대였다. 복지의 기술 수준은 양모 1g으로 얼마나 길게 실을 뽑아내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제일모직은 이제 최고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 중심에 윤영수 상무가 있다. 그러나 윤상무는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핵심 기술자와 연구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원료 선정에서부터 마지막 공정인 가공에 이르는 100여개가 넘는 공정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원료가 워낙 고가다 보니 웬만한 확신 없이는 실험에 임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공정은 실을 뽑아내는 방적과 원단을 짜는 제직공정이었습니다. 13.4미크론의 양모는 한쪽 끝에 2.4g의 무게를 달면 바로 끊어질 정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에 버금가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야 했지요. 또 이렇게 뽑아낸 실로 원단을 짤 때는 실이 쉽게 끊어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제직기의 속도를 늦춰야 실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윤상무는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호주의 양모업자들이 양의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기 때문에 5년 이내에는 13.4미크론보다 더 높은 등급의 양모를 생산해낼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에도 유럽의 선진 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세계 최고급 양복지를 생산해내겠다는 게 윤상무의 다짐이다. 상고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공대에 진학, 섬유공학을 전공한 윤상무는 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모직에 배치된 후 상품 개발 및 기획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그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직책 때문이다. 상품기획실장이란 제일모직에서 나오는 모든 상품의 기획에서부터 물류까지 책임지는 자리다. 신상품이 나오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입어보고 미비점을 찾아내 보완 지시를 내리는 것도 그의 주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이러다 보니 부인 조무향씨(43)에게 “당신은 어디서 돈이 나오기에 그렇게 옷을 자주 사 입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때가 많다.
연간 100벌 정도 생산 … 끊임없는 연구개발
그러나 그가 항상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 것만은 아니다. 신상품 개발 후에는 판매 동향을 체크하느라 가슴 졸여야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에는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마케팅 쪽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실패 우려’에 대한 부담은 덜한 편이다.
란스미어(Lansmere)란 라틴어로 양모(羊毛)를 뜻하는 ‘Lana’와 호수를 뜻하는 고대 영어인 ‘Mere’의 합성어로 세계 최고의 복지를 말한다. 또 210이란 수치는 국제양모복지기구의 품질 번수 규정에 따라 13.5미크론 이하의 원료를 사용할 때 붙이는 호칭이다. 이런 양모는 연간 0.3톤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양복으로 따지면 연간 겨우 100벌 정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일모직이 이번에 개발한 란스미어 210에 사용된 양모 원료는 13.4미크론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머리카락 가늘기의 6분의 1 수준의 양모를 이용해 실을 뽑았다는 얘기다. 그것도 13.4미크론의 양모 1g에서 150m의 실을 뽑아냈으니 세계가 놀랄 만하다. 지금까지는 130m가 최대였다. 복지의 기술 수준은 양모 1g으로 얼마나 길게 실을 뽑아내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제일모직은 이제 최고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 중심에 윤영수 상무가 있다. 그러나 윤상무는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핵심 기술자와 연구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원료 선정에서부터 마지막 공정인 가공에 이르는 100여개가 넘는 공정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원료가 워낙 고가다 보니 웬만한 확신 없이는 실험에 임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공정은 실을 뽑아내는 방적과 원단을 짜는 제직공정이었습니다. 13.4미크론의 양모는 한쪽 끝에 2.4g의 무게를 달면 바로 끊어질 정도로 예민하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의 클린룸에 버금가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야 했지요. 또 이렇게 뽑아낸 실로 원단을 짤 때는 실이 쉽게 끊어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제직기의 속도를 늦춰야 실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윤상무는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호주의 양모업자들이 양의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기 때문에 5년 이내에는 13.4미크론보다 더 높은 등급의 양모를 생산해낼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에도 유럽의 선진 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세계 최고급 양복지를 생산해내겠다는 게 윤상무의 다짐이다. 상고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공대에 진학, 섬유공학을 전공한 윤상무는 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제일모직에 배치된 후 상품 개발 및 기획 분야에서만 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