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Vuena Vista Social Club)이 몰고 온 쿠바음악 열기가 뜨거웠다. ‘환영 받는 사교클럽’이라는 의미의 이 재즈밴드는 멤버 대부분이 70~80대 노장들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300회 가까운 공연을 하며 전 세계에 쿠바재즈 열풍을 일으켰다. 2월에는 두 차례 내한공연으로 한국 팬을 사로잡았고 이어진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감독 빔 벤더스)에 대해서도 음악평론가·영화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쏟아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영-미 팝에 길들여진 한국 음악 소비자들에게 월드뮤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했다. 맘보·차차차·볼레로 등 오랫동안 잊힌 제3세계권 음악들이 가수들의 공연과 음반을 통해 꾸준히 인기를 회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단연 인기의 중심은 쿠바재즈다.
지리적으로는 라틴문화와 유기적 관계에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제3세계권에 속한 쿠바는 일찍이 여러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되어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고 또 퍼져나가는 교차로 역할을 하였다. 1940년 친미군사 정권인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가 권력을 잡았을 무렵부터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자본이 유입되었다. 시내 곳곳에 호텔·도박장·사교클럽이 늘어났고 그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쿠바의 대중음악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당시 고급 사교클럽 중 하나였다.
이 시기에는 미국 전통재즈 연주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재즈와 쿠바의 다양한 정서가 조화된 아프로 쿠반 재즈가 탄생하였고, 쿠바음악에 기초를 둔 살사·삼바·맘보 등이 미국과 유럽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쿠바는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할 만큼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한 혁명은 쿠바음악의 화려한 시절을 마감케 했고 음악인들에게 음악 외적인 삶을 살게 하거나 망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강요했다. 이로부터 쿠바음악은 반세기가 넘도록 침묵했으며 전성기는 지나간 시절의 꿈으로만 여겨졌다.
오랜 침묵을 깬 것은 제3세계음악의 대부인 라이 쿠더(Ry Cooder)와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였다. 그들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재결성해 미국과 유럽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리고 한국에까지 그 열풍을 몰고 와 제3세계음악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삶의 애환을 여유와 관조로 표현하는 쿠바음악은 우리에게 고단한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 제3세계음악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쿠바음악을 중심으로 한 월드뮤직이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당장 7월31일에는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음반계는 월드뮤직 스타들의 새 음반 출시를 준비중이다. 재즈의 상징과도 같은 블루노트 레이블을 통해 4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추초 발데스는 뉴욕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 아프로 쿠반 재즈의 진수를 들려주었고, 그 공연 열기를 담은 앨범 ‘Live At The Village Vanguard’가 올해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 쿠바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꼽힌다. 발데스는 쿠바의 다양한 리듬과 정서를 재즈와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이 멀고 낯설게만 느껴진 쿠바와의 거리를 좁히며 대중적 감성으로 다가왔다면, 추초 발데스의 공연은 진일보한 쿠바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제3세계음악은 음반 분야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기획해 해외수출까지 하는 굿인터내셔널의 ‘One World’를 통해 제3세계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쿠바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포함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여러 음악인들과 서인도제도의 음악까지 소개해 낯섦과 호기심을 넘어 월드뮤직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쿠바음악이 중심이 되어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월드뮤직은 라틴문화권과 제3세계음악을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라틴음악은 이미 팝음악의 범주에 들어가 버려 제3세계음악으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리키 마틴(Ricky Martin)이나 산타나(Santana)의 성공이 말해주듯 이제 라틴음악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주류에 편승해 세계적으로 맹세를 떨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쿠바를 포함한 제3세계권의 음악 역시 활발한 소개와 잦은 공연으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면 라틴음악의 전철을 따라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서쪽의 작은 섬나라인 카보 베르드를 세계에 알린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와 앙골라의 봉가(Bonga)와 같은 뮤지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은 언어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가장 뛰어난 교류 수단이다. 일회성 기획상품과도 같은 대중음악에 식상한 국내 음악팬에게 제3세계음악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거품처럼 조성되는 붐이 아닌 저변에서 서서히 전파하는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비록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거칠고 고단한 삶 속에서 여유와 낭만을 간직한 제3세계 뮤지션들의 음악은 감각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영-미 팝에 길들여진 한국 음악 소비자들에게 월드뮤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했다. 맘보·차차차·볼레로 등 오랫동안 잊힌 제3세계권 음악들이 가수들의 공연과 음반을 통해 꾸준히 인기를 회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단연 인기의 중심은 쿠바재즈다.
지리적으로는 라틴문화와 유기적 관계에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제3세계권에 속한 쿠바는 일찍이 여러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되어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고 또 퍼져나가는 교차로 역할을 하였다. 1940년 친미군사 정권인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가 권력을 잡았을 무렵부터 수도 아바나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자본이 유입되었다. 시내 곳곳에 호텔·도박장·사교클럽이 늘어났고 그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쿠바의 대중음악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당시 고급 사교클럽 중 하나였다.
이 시기에는 미국 전통재즈 연주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재즈와 쿠바의 다양한 정서가 조화된 아프로 쿠반 재즈가 탄생하였고, 쿠바음악에 기초를 둔 살사·삼바·맘보 등이 미국과 유럽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쿠바는 ‘카리브해의 진주’라고 할 만큼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한 혁명은 쿠바음악의 화려한 시절을 마감케 했고 음악인들에게 음악 외적인 삶을 살게 하거나 망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강요했다. 이로부터 쿠바음악은 반세기가 넘도록 침묵했으며 전성기는 지나간 시절의 꿈으로만 여겨졌다.
오랜 침묵을 깬 것은 제3세계음악의 대부인 라이 쿠더(Ry Cooder)와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였다. 그들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재결성해 미국과 유럽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리고 한국에까지 그 열풍을 몰고 와 제3세계음악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삶의 애환을 여유와 관조로 표현하는 쿠바음악은 우리에게 고단한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 제3세계음악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쿠바음악을 중심으로 한 월드뮤직이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당장 7월31일에는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음반계는 월드뮤직 스타들의 새 음반 출시를 준비중이다. 재즈의 상징과도 같은 블루노트 레이블을 통해 4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 추초 발데스는 뉴욕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서 아프로 쿠반 재즈의 진수를 들려주었고, 그 공연 열기를 담은 앨범 ‘Live At The Village Vanguard’가 올해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 쿠바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로 꼽힌다. 발데스는 쿠바의 다양한 리듬과 정서를 재즈와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이 멀고 낯설게만 느껴진 쿠바와의 거리를 좁히며 대중적 감성으로 다가왔다면, 추초 발데스의 공연은 진일보한 쿠바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제3세계음악은 음반 분야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기획해 해외수출까지 하는 굿인터내셔널의 ‘One World’를 통해 제3세계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쿠바의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포함해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여러 음악인들과 서인도제도의 음악까지 소개해 낯섦과 호기심을 넘어 월드뮤직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쿠바음악이 중심이 되어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월드뮤직은 라틴문화권과 제3세계음악을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라틴음악은 이미 팝음악의 범주에 들어가 버려 제3세계음악으로 분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 리키 마틴(Ricky Martin)이나 산타나(Santana)의 성공이 말해주듯 이제 라틴음악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주류에 편승해 세계적으로 맹세를 떨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쿠바를 포함한 제3세계권의 음악 역시 활발한 소개와 잦은 공연으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면 라틴음악의 전철을 따라 세계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서쪽의 작은 섬나라인 카보 베르드를 세계에 알린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와 앙골라의 봉가(Bonga)와 같은 뮤지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은 언어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가장 뛰어난 교류 수단이다. 일회성 기획상품과도 같은 대중음악에 식상한 국내 음악팬에게 제3세계음악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거품처럼 조성되는 붐이 아닌 저변에서 서서히 전파하는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비록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거칠고 고단한 삶 속에서 여유와 낭만을 간직한 제3세계 뮤지션들의 음악은 감각적인 것에 익숙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