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건강보험증의 스마트카드화)이 되면 과잉청구·부당청구· 허위청구 다 해결됩니다. 리얼타임이 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시스템이 될 겁니다”(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 4월22일 프레스센터 강연내용 중).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추진중인 ‘건강보험증 스마트카드화 사업’은 한마디로 ‘꿈 같은 계획’이다. 현실화하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종이로 된 보험증 대신 IC칩을 내장한 전자카드를 발급받는다. 스마트카드란 기존의 마그네틱카드와는 달리 수천 자의 정보를 썼다 지울 수 있는 저장기능 카드. 개인의 질병 내용과 병원 처방을 입력한 이 카드가 실용화하면 종이로 된 처방전은 필요가 없다. 의사가 입력한 처방정보가 들어 있는 카드만 제시하면 약을 탈 수 있다는 것. 현금 역시 필요 없다. 카드와 연계한 신용카드사에서 자동 결제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한다는 이 계획은 지난 4월15일 공식 발표되어 5월31일 복지부가 배포한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에도 포함된 상태다.
그러나 이 ‘꿈 같은 계획’에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23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5월29일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는 전자 건강보험증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허위·부당 청구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반대 논리의 골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부당청구 방지의 실효성 문제. 먼저 개인정보 부분에 대한 지적은 행정자치부가 도입을 추진하다 지난 98년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한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보건복지민중연대의 강동진 위원은 “개인의 건강정보가 담긴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유출할 경우의 피해는 전자주민증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카드를 도둑맞는 경우는 물론, 정보를 모아둔 중앙 서버가 해킹당할 때의 혼란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 4월19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전자주민카드와 달리 이번에는 사업시행자가 민간업체이므로 개인정보를 바로 사기업에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인권운동 사랑방의 이창준 간사는 경고한다. 대금 결제를 위해 확보한 진료 및 투약 내역이 신용카드사에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과잉청구 등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당국의 설명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카드 도입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임의로 환자가 병원에 온 것처럼 속이는 ‘유령환자 조작’ 정도라는 것. 실제 진료 행위보다 과다하게 청구한 수가조작에는 효과가 없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복지부 담당자 역시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제도는 없다”며 카드 도입이 완벽한 근절책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이미 시행하기로 했으므로 계속 진행한다”는 복지부의 기본 방침은 변함이 없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사업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진행과정에서 문제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현재까지 확정한 것은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정도일 뿐이라고 담당자는 거듭 강조했다. 김장관이 발표한 내용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한편 시민단체측은 기본사항조차 검토하지 않고 섣불리 사업시행을 발표한 당국의 무성의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부 단체에서 “무조건 앞서나가는 업계의 전략에 정부 실무자가 끌려가는 형국”이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하면서 복지부가 내건 ‘당근’은 신용카드사와의 연계. 계획대로 보험카드를 신용카드와 연계할 경우, 3027만 피보험자는 신용카드에도 가입해야 하며 피부양자 역시 상당수가 따로 개인카드를 발급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유료·무료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 신용카드 발급비용과 연회비는 고스란히 가입자의 부담이 될 전망. 한 업체의 내부 추산자료에 따르면 2700만 명 규모의 어마어마한 신규시장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형성된다.
또한 연간 보험급여를 15조 내외로, 수수료를 2.86%(현재 국내업체들의 카드 수수료)로 상정하면 연간 4300억 원 이상의 수입이 카드사에 돌아간다. 수수료율과 환자의 카드 사용비율은 유동적이지만 카드와 판독기 보급, 네트워크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이 4000억~1조 원 사이라는 추산이고 보면 업체들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당연지사. 복지부의 발표 다음날인 4월16일, 스마트카드 및 병원 네트워크 전문기업의 주식은 ‘의보카드 수혜주’라는 새로운 테마를 형성하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중심의 건강보험시스템(HIS)과 삼성SDS 주도의 한국건강카드(KHC) 등 모두 5~6개 컨소시엄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확정하기도 전인 2월에 이미 이루어진 주요 컨소시엄은 4월부터 복지부 장관과 담당자 앞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사업 진행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업계의 ‘열광에 가까운 호응’과 정치인 출신 장관의 ‘성급한 업적지상주의’가 겹쳐 나타난 혼란이라는 것. 최소한 6월 말 결과가 나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지켜본 뒤 사업시행을 공표해 업체들과 접촉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호응, 장관 업적주의 맞물려?
프랑스는 5년 동안 준비해 전자건강보험카드를 도입했고, 미국은 오랜 검토 끝에 결국 포기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14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김장관의 공언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프랑스는 진료비 선불제를 실시하면서 카드를 도입한 만큼 선불제를 백지화한 상황에서 굳이 도입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좌초한 행정자치부의 전자주민등록증 사업 준비에 들어간 예산은 300억 원 정도였다. 지난 99년 정부가 서둘러 추진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갱신은 예산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건강보험증 스마트카드화 사업’은 과연 전자주민증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시행착오의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꿈 같은 계획’에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23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5월29일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는 전자 건강보험증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허위·부당 청구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반대 논리의 골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부당청구 방지의 실효성 문제. 먼저 개인정보 부분에 대한 지적은 행정자치부가 도입을 추진하다 지난 98년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한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보건복지민중연대의 강동진 위원은 “개인의 건강정보가 담긴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유출할 경우의 피해는 전자주민증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카드를 도둑맞는 경우는 물론, 정보를 모아둔 중앙 서버가 해킹당할 때의 혼란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지난 4월19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전자주민카드와 달리 이번에는 사업시행자가 민간업체이므로 개인정보를 바로 사기업에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인권운동 사랑방의 이창준 간사는 경고한다. 대금 결제를 위해 확보한 진료 및 투약 내역이 신용카드사에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과잉청구 등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는 당국의 설명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카드 도입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임의로 환자가 병원에 온 것처럼 속이는 ‘유령환자 조작’ 정도라는 것. 실제 진료 행위보다 과다하게 청구한 수가조작에는 효과가 없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복지부 담당자 역시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제도는 없다”며 카드 도입이 완벽한 근절책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이미 시행하기로 했으므로 계속 진행한다”는 복지부의 기본 방침은 변함이 없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사업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진행과정에서 문제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현재까지 확정한 것은 정부 예산을 쓰지 않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정도일 뿐이라고 담당자는 거듭 강조했다. 김장관이 발표한 내용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한편 시민단체측은 기본사항조차 검토하지 않고 섣불리 사업시행을 발표한 당국의 무성의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부 단체에서 “무조건 앞서나가는 업계의 전략에 정부 실무자가 끌려가는 형국”이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하면서 복지부가 내건 ‘당근’은 신용카드사와의 연계. 계획대로 보험카드를 신용카드와 연계할 경우, 3027만 피보험자는 신용카드에도 가입해야 하며 피부양자 역시 상당수가 따로 개인카드를 발급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유료·무료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 신용카드 발급비용과 연회비는 고스란히 가입자의 부담이 될 전망. 한 업체의 내부 추산자료에 따르면 2700만 명 규모의 어마어마한 신규시장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형성된다.
또한 연간 보험급여를 15조 내외로, 수수료를 2.86%(현재 국내업체들의 카드 수수료)로 상정하면 연간 4300억 원 이상의 수입이 카드사에 돌아간다. 수수료율과 환자의 카드 사용비율은 유동적이지만 카드와 판독기 보급, 네트워크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이 4000억~1조 원 사이라는 추산이고 보면 업체들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당연지사. 복지부의 발표 다음날인 4월16일, 스마트카드 및 병원 네트워크 전문기업의 주식은 ‘의보카드 수혜주’라는 새로운 테마를 형성하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중심의 건강보험시스템(HIS)과 삼성SDS 주도의 한국건강카드(KHC) 등 모두 5~6개 컨소시엄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확정하기도 전인 2월에 이미 이루어진 주요 컨소시엄은 4월부터 복지부 장관과 담당자 앞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사업 진행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업계의 ‘열광에 가까운 호응’과 정치인 출신 장관의 ‘성급한 업적지상주의’가 겹쳐 나타난 혼란이라는 것. 최소한 6월 말 결과가 나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지켜본 뒤 사업시행을 공표해 업체들과 접촉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호응, 장관 업적주의 맞물려?
프랑스는 5년 동안 준비해 전자건강보험카드를 도입했고, 미국은 오랜 검토 끝에 결국 포기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14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김장관의 공언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프랑스는 진료비 선불제를 실시하면서 카드를 도입한 만큼 선불제를 백지화한 상황에서 굳이 도입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좌초한 행정자치부의 전자주민등록증 사업 준비에 들어간 예산은 300억 원 정도였다. 지난 99년 정부가 서둘러 추진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갱신은 예산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건강보험증 스마트카드화 사업’은 과연 전자주민증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시행착오의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