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위원 할래, 교육감 할래 물으면 교육감 한다.” ”교육부 장관 하는니 교육감 한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교육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우선 교육감은 국회의원처럼 임기 중 표 관리, 조직 관리를 위해 자기 돈 쓰면서 공들일 필요가 없으며 교육감이 되고 난 뒤에는 정치권 눈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눈치 볼 필요 없이 예산권과 인사권 등에서 독깁적인 권한을 갖는 교육자치지역 영주로 군림한다.
교육감은 차관급 정무직이지만 서울시 빼놓고는 관사에 관용차, 운전기사까지 딸려있어 장관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관이 되면 연중 국호의원들에게 시달리고 1년에 한 번씩 국정감사로 홍역을 치러야 하는 데다 정치 바람에 따라 파리 목숨 신세가 될 수도 있지만, 교육감은 4년 임기 보장에 정년도 없고 대과가 없는 한 중임도 어렵지 않다. 견제장치로 지방의회나 교육위원회가 있다지만 중앙정치에 비하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부터 학교운영위원회 직선으로 임명직에서 선출직이 되면서 일단 당선되기만 하면 일반 행정과는 무관하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수도 있다.
어느 교육계 인사는 ”인사권 하나만으로도 교육감은 장관보다 더 두려운 존재”라고 말한다. 1년에 두 차례 정기 인사철이 돌아오면 교육감은 인사 받기에 바쁘다. 3월 인사 때는 교사들의 이동, 9월 인사 때는 교장 전문직 관리직 이동에 교육감의 사인이 필요하다. 심지어 교육청 공무원은 교육부 발령이 나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차피 교육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때 교육감이 받아주지 않으면 공중에 떠버리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감만 해도 초-중-고교 1164곳과 산하 도서관, 유치원 학원을 관할하며 3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로 6만명에 달하는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므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부럽지 않다.
그런 만큼 이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많은데 지난 7월 초부터 시작된 교육감 선거(7월 중 충남 전북 서울 전남, 대전은 12월)가 ‘과열-혼탁‘이라는 두 글자로 얼룩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남 교육가 선거에는 후보 6명, 전북은 11명, 서울 9명 등 난립현상을 보였다. 전남이 후보자 4명으로 그친 것은 전 정동인 교육감이 건강상의 이유로 임기를 1년 4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임(6월 3일)하는 바람에 예비후보자들이 미처 자격요건(해당 지역에 60일 이상 거주)을 갖추기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개정괸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 전원을 선거인단으로 하는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실시되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선거열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와 전교조가 조직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하는 등 새로운 교육감 선거문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7.2% 대 87.5%. 지난 4·13 총선투표율이 50%대에 머물며 역사상 최저를 기록한 데 반해 7월 26일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 1차 선거는 90%에 육박하는 놀라운 투표율을 보였다. 앞서 7얼 7일 진행된 충남 교육감 결선투표에서는 95.5%라는 경이로운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16대 총선의 낮은 투표율이 ‘정치 혐오증‘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번 교육감 선거는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7월 28일 결선투표 역시 투표율 81.9%라는 높은 관심 속에 치러져 유인종 후보(현 서울시 교육감)가 2위 김귀식 후보(전 전교조위원장)를 59.2% 대 40.8%로 제치고 제3대 민선교육감에 올랐다. 그러나 당락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교육시민운동의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7일 충남도 교육감 결선투표에서 공주교대 강복환 교수가 오재욱 현 교육감을 3.4% 차로 누르고 당선되기까지에는 전교조의 역할이 컸다. 전교조는 충남 서천 정의여중-고 폐교조치와 관련해 오교육감과 의견대립을 보였고, 이에 대한 반발로 오교육감 낙선운동을 펼치는 한편 뜻을 같이하는 강후보와 손을 잡아 현 교육감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7월 22일 치러진 전북도 교육감 선거에서 문용주 현 교육감이 2위와 38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재선될 수 있었던 것도 기톨릭농민회나 지역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와 전교조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애초 시민단체는 농어촌 학교 통폐합에 앞장선 문교육감의 낙선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대신 전교조 출신 이미영 후보를 지지했다(1차 투표 11명 중 3위). 그러나 문용주 현교육감과 최이식 도교육위원이 나란하 1,2 위로 결선투표에 나가게 되자 케스팅보트를 쥔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전제로 현 문교육감을 지지하겠다고 나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은 1차 투표에서 전교조 출신 김귀식 후보가 뜻밖의 선전으로 2위를 하는 바람에 전교조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포기해야만 했지만, 현직 교육감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선거제도라는 비난 속에서도 김귀식 후보가 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교육계의 ‘바꿔‘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절차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교육자치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기우 교수(인하대·사회교육)는 서울 YMCA가 주최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감 선거‘ 토론회에서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내세워 교육감선거인단을 구성하긴 했지만, 단위학교의 학부모와 교사에 의해 선출되는 학운위를 주민의 대표자라 볼 수 없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단 선출된 교육감에 대해서는 어떤 제어장치도 없이 임기 4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2년에 한 번 중간 평가를 하거나 국민소환제도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시민운동의 가능성을 열어준 반면, 학교자치 없는 절름발이 교육자치가 갖는 모순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 된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교육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우선 교육감은 국회의원처럼 임기 중 표 관리, 조직 관리를 위해 자기 돈 쓰면서 공들일 필요가 없으며 교육감이 되고 난 뒤에는 정치권 눈치,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눈치 볼 필요 없이 예산권과 인사권 등에서 독깁적인 권한을 갖는 교육자치지역 영주로 군림한다.
교육감은 차관급 정무직이지만 서울시 빼놓고는 관사에 관용차, 운전기사까지 딸려있어 장관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관이 되면 연중 국호의원들에게 시달리고 1년에 한 번씩 국정감사로 홍역을 치러야 하는 데다 정치 바람에 따라 파리 목숨 신세가 될 수도 있지만, 교육감은 4년 임기 보장에 정년도 없고 대과가 없는 한 중임도 어렵지 않다. 견제장치로 지방의회나 교육위원회가 있다지만 중앙정치에 비하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부터 학교운영위원회 직선으로 임명직에서 선출직이 되면서 일단 당선되기만 하면 일반 행정과는 무관하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수도 있다.
어느 교육계 인사는 ”인사권 하나만으로도 교육감은 장관보다 더 두려운 존재”라고 말한다. 1년에 두 차례 정기 인사철이 돌아오면 교육감은 인사 받기에 바쁘다. 3월 인사 때는 교사들의 이동, 9월 인사 때는 교장 전문직 관리직 이동에 교육감의 사인이 필요하다. 심지어 교육청 공무원은 교육부 발령이 나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차피 교육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때 교육감이 받아주지 않으면 공중에 떠버리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감만 해도 초-중-고교 1164곳과 산하 도서관, 유치원 학원을 관할하며 3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로 6만명에 달하는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므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부럽지 않다.
그런 만큼 이 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많은데 지난 7월 초부터 시작된 교육감 선거(7월 중 충남 전북 서울 전남, 대전은 12월)가 ‘과열-혼탁‘이라는 두 글자로 얼룩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남 교육가 선거에는 후보 6명, 전북은 11명, 서울 9명 등 난립현상을 보였다. 전남이 후보자 4명으로 그친 것은 전 정동인 교육감이 건강상의 이유로 임기를 1년 4개월이나 남긴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임(6월 3일)하는 바람에 예비후보자들이 미처 자격요건(해당 지역에 60일 이상 거주)을 갖추기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개정괸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 전원을 선거인단으로 하는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실시되는 것이어서 어느 때보다 선거열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와 전교조가 조직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하는 등 새로운 교육감 선거문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7.2% 대 87.5%. 지난 4·13 총선투표율이 50%대에 머물며 역사상 최저를 기록한 데 반해 7월 26일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 1차 선거는 90%에 육박하는 놀라운 투표율을 보였다. 앞서 7얼 7일 진행된 충남 교육감 결선투표에서는 95.5%라는 경이로운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16대 총선의 낮은 투표율이 ‘정치 혐오증‘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번 교육감 선거는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7월 28일 결선투표 역시 투표율 81.9%라는 높은 관심 속에 치러져 유인종 후보(현 서울시 교육감)가 2위 김귀식 후보(전 전교조위원장)를 59.2% 대 40.8%로 제치고 제3대 민선교육감에 올랐다. 그러나 당락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교육시민운동의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7일 충남도 교육감 결선투표에서 공주교대 강복환 교수가 오재욱 현 교육감을 3.4% 차로 누르고 당선되기까지에는 전교조의 역할이 컸다. 전교조는 충남 서천 정의여중-고 폐교조치와 관련해 오교육감과 의견대립을 보였고, 이에 대한 반발로 오교육감 낙선운동을 펼치는 한편 뜻을 같이하는 강후보와 손을 잡아 현 교육감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7월 22일 치러진 전북도 교육감 선거에서 문용주 현 교육감이 2위와 38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재선될 수 있었던 것도 기톨릭농민회나 지역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와 전교조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애초 시민단체는 농어촌 학교 통폐합에 앞장선 문교육감의 낙선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대신 전교조 출신 이미영 후보를 지지했다(1차 투표 11명 중 3위). 그러나 문용주 현교육감과 최이식 도교육위원이 나란하 1,2 위로 결선투표에 나가게 되자 케스팅보트를 쥔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전제로 현 문교육감을 지지하겠다고 나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은 1차 투표에서 전교조 출신 김귀식 후보가 뜻밖의 선전으로 2위를 하는 바람에 전교조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포기해야만 했지만, 현직 교육감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선거제도라는 비난 속에서도 김귀식 후보가 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은 교육계의 ‘바꿔‘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절차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교육자치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기우 교수(인하대·사회교육)는 서울 YMCA가 주최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감 선거‘ 토론회에서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내세워 교육감선거인단을 구성하긴 했지만, 단위학교의 학부모와 교사에 의해 선출되는 학운위를 주민의 대표자라 볼 수 없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단 선출된 교육감에 대해서는 어떤 제어장치도 없이 임기 4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2년에 한 번 중간 평가를 하거나 국민소환제도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시민운동의 가능성을 열어준 반면, 학교자치 없는 절름발이 교육자치가 갖는 모순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