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벼랑끝 줄타기’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5월 말에 이어 7월 말에 또 불거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를 은행의 ‘협조’ 등으로 가까스로 넘긴 현대가 또다시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물밑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현대가 마련한 자구계획에 알짜 계열사 매각 등 시장이 현대에 요구한 핵심 내용이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현대를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7월 말을 고비로 일단 급한 불은 끄고 한숨 돌렸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유동성 문제는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월 평균 5500억원의 어음 만기가 월말에 집중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 지급 예정 금액은 약 1조원대로, 그것도 매월 2000억원씩 분산돼 있어 현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현대의 판단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의 버티기에는 나름의 ‘자신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물론 아니다. 현대 채권단은 현대가 계열 분리 및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조속히 단행하지 않는 한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자구계획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에 일어난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는 다시 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김상조 교수(한성대 무역학부)는 “현대 오너 일가나 경영진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 계열사 지분을 은행에 담보로 내놓음으로써 정몽헌(MH)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계열사 한두 개 정도는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조속한 계열 분리, 또 부실경영에 책임 있는 경영진, 특히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퇴진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현대문제가 해결의 길로 들어섰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의 고강도 자구대책을 압박하는 것은 현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채권단에 손을 벌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현대 유동성 문제는 8월 이후 일단 잠복기에 들어가 연말에 가서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전제, “현대 유동성 문제는 현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신규 지원만 해주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럼에도 현대는 여전히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현대측은 우선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문제는 있을 수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현대증권측도 “전문경영인의 거취 문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불거진 이익치 회장 퇴진론도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계열사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현대는 과연 언제까지 ‘버티기’를 계속할 것인가.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버티기를 계속하는 것은 단단히 믿는 구석이라도 있기 때문일까. 현대의 버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현대가 삐끗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벼랑끝 전술’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현대는 오직 정부와의 담판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의 ‘벼랑끝 전술’은 올 5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이회장은 정부 고위 관계자 자택에 밤늦게 전화를 걸어 “시장을 안다면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느냐”며 “현대가 망하면 한국 경제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작전으로 현대의 버티기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정부는 현대가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에도 버티기를 해왔다고 판단하고 이미 현대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를 압박할 수 있는 정부의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을 들어 조심스럽게 현대의 ‘백기투항’을 점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7월28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 경제장관이 아닌 김정길 법무장관이 참석한 것을 두고 의미심장한 해석을 하고 있다. 김정길 장관의 참석은 검찰이 확보한 기업인들의 ‘비리’를 재벌 개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암시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검찰 주변에서는 특히 현대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경제장관 간담회가 열린 점에서 작년 현대증권 주가 조작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한 ‘현대 파일’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주가 조작이 아니다”고 반발하면서 여권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구명운동’에 열심이던 이익치 회장이 검찰 소환에 순순히 응한 것도 검찰이 이 파일을 들이밀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파일이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일가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또한 ‘가신 3인방’(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수장격인 이익치 회장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 강도가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현대 유동성 문제는 최근 현대의 자금문제를 총괄해온 이익치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 그럼에도 이회장이 퇴진을 거부하고 살아남으려 하기 때문에 현대문제가 꼬이고 있다는 것.
이익치 회장에 대한 비판은 현대 내부에서도 점증하고 있다. 이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5월 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 퇴진 선언’ 이후 정몽구 회장이 이에 불복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악화됐고, 최근 다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 임직원들은 “이회장이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이름을 팔아 그룹을 망치고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상황.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에 마침 현대중공업이 97년 현대전자의 캐나다왕립상업은행(CIBC) 외자유치 문제와 관련해 7월28일 현대증권과 현대전자를 상대로 ‘외화대납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회장 개인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7월29일 “불공정거래 등 증권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활동에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된 적은 없다”고 말해 CIBC 외자유치 문제와 관련, 이회장 소환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CIBC 외자유치 당시 현대증권과 현대전자가 현대중공업에 ‘손실보전’ 각서를 써주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사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급보증 사실을 누락한 사실 등이 증권거래법 및 외환관리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
정부와 민주당 일각에서 “정부의 자신감은 최근 경제팀 내부의 ‘역학관계’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 이 해석에 따르면 현대문제에 관한 한 청와대 입김이 다소 약화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현대가 빠져나갈 여지가 상당히 좁아졌다는 것. 그동안 경제팀 내부에서도 “현대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현대문제를 꼬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익치 회장이 그간 경제팀간 불화를 교묘히 이용해 현대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면서 버티기를 해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회장이 한때 국민회의 경제대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경력을 십분 활용해 여권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재벌 개혁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을 흔든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런 인식을 갖게 했다.
정부가 최근 현대에 고강도 압박을 펼치는 것은 현대문제가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등 현대문제의 ‘파괴력’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정부를 재촉하는 요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룹 계열분리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갑자기 공백 상태가 되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악화되면서 현대문제 해결은 가닥을 잡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현대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측은 물론 정주영 전 명예회장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8월7일 현대 방북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정 전 명예회장이 갑자기 방북단에서 빠진 경위에 대해 현대가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정 전 명예회장의 7월18일 강원도 강릉 방문 이후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
현대 임직원들은 “정부와 현대 간 힘겨루기에서 정부가 승리해 현대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여론은 말할 것도 없이 현대를 압박하는 정부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대의 퇴로는 없어 보인다. 정부와 현대의 기싸움에서 정부의 완승을 점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그러나 현대는 7월 말을 고비로 일단 급한 불은 끄고 한숨 돌렸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유동성 문제는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월 평균 5500억원의 어음 만기가 월말에 집중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8월 이후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 지급 예정 금액은 약 1조원대로, 그것도 매월 2000억원씩 분산돼 있어 현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현대의 판단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의 버티기에는 나름의 ‘자신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물론 아니다. 현대 채권단은 현대가 계열 분리 및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조속히 단행하지 않는 한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자구계획에 대한 시장의 불신 때문에 일어난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는 다시 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김상조 교수(한성대 무역학부)는 “현대 오너 일가나 경영진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서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 계열사 지분을 은행에 담보로 내놓음으로써 정몽헌(MH)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계열사 한두 개 정도는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조속한 계열 분리, 또 부실경영에 책임 있는 경영진, 특히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퇴진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현대문제가 해결의 길로 들어섰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의 고강도 자구대책을 압박하는 것은 현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채권단에 손을 벌리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현대 유동성 문제는 8월 이후 일단 잠복기에 들어가 연말에 가서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전제, “현대 유동성 문제는 현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 신규 지원만 해주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럼에도 현대는 여전히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현대측은 우선 “일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문제는 있을 수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현대증권측도 “전문경영인의 거취 문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불거진 이익치 회장 퇴진론도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계열사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현대는 과연 언제까지 ‘버티기’를 계속할 것인가.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버티기를 계속하는 것은 단단히 믿는 구석이라도 있기 때문일까. 현대의 버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현대가 삐끗하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벼랑끝 전술’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현대는 오직 정부와의 담판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의 ‘벼랑끝 전술’은 올 5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이회장은 정부 고위 관계자 자택에 밤늦게 전화를 걸어 “시장을 안다면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느냐”며 “현대가 망하면 한국 경제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작전으로 현대의 버티기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정부는 현대가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에도 버티기를 해왔다고 판단하고 이미 현대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를 압박할 수 있는 정부의 카드가 다양하다는 점을 들어 조심스럽게 현대의 ‘백기투항’을 점친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7월28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 경제장관이 아닌 김정길 법무장관이 참석한 것을 두고 의미심장한 해석을 하고 있다. 김정길 장관의 참석은 검찰이 확보한 기업인들의 ‘비리’를 재벌 개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암시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검찰 주변에서는 특히 현대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경제장관 간담회가 열린 점에서 작년 현대증권 주가 조작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한 ‘현대 파일’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주가 조작이 아니다”고 반발하면서 여권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구명운동’에 열심이던 이익치 회장이 검찰 소환에 순순히 응한 것도 검찰이 이 파일을 들이밀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파일이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일가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또한 ‘가신 3인방’(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수장격인 이익치 회장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 강도가 높아가고 있다. 이들은 현대 유동성 문제는 최근 현대의 자금문제를 총괄해온 이익치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 그럼에도 이회장이 퇴진을 거부하고 살아남으려 하기 때문에 현대문제가 꼬이고 있다는 것.
이익치 회장에 대한 비판은 현대 내부에서도 점증하고 있다. 이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5월 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 퇴진 선언’ 이후 정몽구 회장이 이에 불복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악화됐고, 최근 다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 임직원들은 “이회장이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이름을 팔아 그룹을 망치고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상황.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에 마침 현대중공업이 97년 현대전자의 캐나다왕립상업은행(CIBC) 외자유치 문제와 관련해 7월28일 현대증권과 현대전자를 상대로 ‘외화대납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회장 개인을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7월29일 “불공정거래 등 증권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활동에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된 적은 없다”고 말해 CIBC 외자유치 문제와 관련, 이회장 소환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CIBC 외자유치 당시 현대증권과 현대전자가 현대중공업에 ‘손실보전’ 각서를 써주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사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급보증 사실을 누락한 사실 등이 증권거래법 및 외환관리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
정부와 민주당 일각에서 “정부의 자신감은 최근 경제팀 내부의 ‘역학관계’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 이 해석에 따르면 현대문제에 관한 한 청와대 입김이 다소 약화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현대가 빠져나갈 여지가 상당히 좁아졌다는 것. 그동안 경제팀 내부에서도 “현대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현대문제를 꼬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익치 회장이 그간 경제팀간 불화를 교묘히 이용해 현대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면서 버티기를 해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회장이 한때 국민회의 경제대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경력을 십분 활용해 여권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재벌 개혁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을 흔든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런 인식을 갖게 했다.
정부가 최근 현대에 고강도 압박을 펼치는 것은 현대문제가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등 현대문제의 ‘파괴력’이 그만큼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정부를 재촉하는 요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룹 계열분리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갑자기 공백 상태가 되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악화되면서 현대문제 해결은 가닥을 잡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현대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측은 물론 정주영 전 명예회장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8월7일 현대 방북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정 전 명예회장이 갑자기 방북단에서 빠진 경위에 대해 현대가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정 전 명예회장의 7월18일 강원도 강릉 방문 이후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
현대 임직원들은 “정부와 현대 간 힘겨루기에서 정부가 승리해 현대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여론은 말할 것도 없이 현대를 압박하는 정부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대의 퇴로는 없어 보인다. 정부와 현대의 기싸움에서 정부의 완승을 점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