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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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망령 부활했나

유럽 각국서 극우정당 급부상… 신나치주의자들 폭력·테러 잇따라 정부마다 골머리

  • 입력2005-12-02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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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틀러 망령 부활했나
    “독일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이 신성한 제국의회를 더럽히고 있는 데 대해 울분을 느꼈다.”

    빈대학 미대를 두 번씩이나 낙방한 청년 히틀러는 정치가의 꿈을 키우며 가끔 제국의회에 들렀다. 그러나 다민족국가였던 합스부르크 왕국의 수도 빈과 제국의회에는 아시아계와 슬라브계가 넘쳐흘렀고 이런 현장을 목격한 히틀러는 “피가 역류하는 분노와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느꼈다”고 그의 저서 ‘나의 투쟁’에 기술했다.

    1933년 나치의 집권 이후 70년이 지난 유럽대륙에 또다시 히틀러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지난 10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친나치를 표방하는 극우 자유당이 27.22%의 지지를 얻어 인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유럽의 극우바람은 시작됐다. 하이더 외르크 당수는 히틀러를 치켜세우면서 “외국인이 오스트리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해 유럽의 극우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호에서 “오스트리아 연정의 등장은 그동안 잠자던 나치의 망령을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외르더의 효과’는 당장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주변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4월29일 외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한 디스코텍에서 폭탄이 터져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신나치주의자인 스킨헤드족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자르부뤼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진전시장에 신나치추종자들이 폭탄을 던져 전시장과 인근 15세기 고딕양식의 교회가 부서지기도 했다.

    98년 슈뢰더 정부의 출범 이후 주로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극우정당인 독일인민당(DVP)은 6%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독일 헌법보호청이 지난달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97년 4만8400명이던 극우파는 지난해 5만36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에 의한 범죄도 7600건에서 8200건으로 증가했다.

    페터 프리시 청장은 “폭력사건 대부분이 외국인을 상대로 동독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이중 3분의 2가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젊은이들”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추방을 표방한 벨기에 극우정당인 블람스 블록당의 필립 데빈터 당수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의 영향으로 벨기에도 극우정당이 정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러시아도 스킨헤드족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알렉산드르 바르카쇼프가 이끄는 러시아민족연합(RNE)의 단원이 5만 명을 넘고 있다. 16∼18세의 청소년이 주축인 이들은 나치문장의 완장과 군복을 입고 비밀집회를 가지며 주로 외국인들에게 폭행을 휘두르면서 사회불안세력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을 당수로 추대하면서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르펜은 2002년 대선공약으로 외국인 추방 등을 내세우면서 극우 민족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극우파가 성행하고 있는 나라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1933년 나치 집권 이후 히틀러의 인종주의 전통이 아직까지 뿌리깊게 남아 있는 나라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부유럽국가들과 이웃한 나라,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몰락 이후 힘의 공백을 틈타 일부 정치세력이 극우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러시아 등이다.

    최근 유럽연합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3%가 ‘인종차별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럽의 극우파 망령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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