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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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는 지금 ‘인터넷의 섬’

초고속 무선 인터넷 인터넷 개통…날씨 관광정보 제공, 홈페이지도 운영

  • 입력2005-11-01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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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는 지금 ‘인터넷의 섬’
    한국 최남단 제주 마라도에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왔다. 그것도 야외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한 ‘최첨단 무선방식’으로.

    ‘전 국토 디지털화’의 상징적인 일이다. 이 섬에서의 인터넷 개통은 단순한 ‘전시성 행사’가 아니었다. 마라도는 제주도에서 11km 떨어진 국토의 끝자락. 인터넷은 공간의 제약을 넘어 ‘낙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마라도는 ‘자연’과 인터넷이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지난 4월24일 마라도 주민복지관. 주민 이상천씨가 펜티엄Ⅲ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구동시킨 뒤 ‘www.ohmylove.co.kr’로 들어갔다. 화상으로 채팅할 수 있는 사이트다. 그는 음성신호를 인터넷에 입-출력하는 장치인 헤드세트(Head set)를 썼다.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386세대 방’에 들어갔다. 이씨는 거기서 ‘마라도’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대화방을 개설했다.

    1분도 안돼 응답이 왔다. ‘마라도? 혹시 거기 계시는 분?’ ‘진짜 마라도에 사세요?’ ‘거기서 뭐 하세요. 낚시, 자장면 배달?’ 서울 압구정동에서, 광주 금남로에서, 충북 청주에서 사람들이 대화방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모니터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상천씨의 모습을 동화상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었다. 이씨는 요즘 화상 대화방을 매일 찾는다고 한다. 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얼굴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필품 구입과 개인 사업을 위해 연락을 취할 때도 그만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최근 마라도에 전화선보다 10배나 빠른 512Kbps급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10일 제주도의 인터넷 벤처기업인 ㈜코시크(www.koseek.net), ㈜모두정보네트워크(www.modooin.com), 피씨아이(www.pcikorea.com) 등 3개 업체는 데이콤의 지원을 받아 무상으로 마라도에 인터넷을 설치했다. ㈜모두정보네트워크의 좌홍선사장으로부터 설치과정을 들어 보았다. “데이콤의 유선 전용선(보라넷)이 제주 모슬포항 수협 송출안테나까지 들어왔습니다. 수협안테나에서 11km 떨어진 마라도 복지회관 옥상 안테나까진 ‘무선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로 연결됩니다.”



    마라도에서 시도된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 초고속 유선인터넷망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들 3사는 4월28일 AC(Access point)라는 장비를 마라도 복지회관 옥상에 설치했다. AC는 마라도 전역을 커버하는 무선인터넷송출장치. 노트북에 무선 수신용 랜-카드만 끼우면 마라도에선 ‘쇼킹’한 일이 벌어진다. 좌홍성사장은 “집에서는 물론 야외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할 수 있습니다. 낚시꾼도 바위 위에서 인터넷으로 기상변화를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28일 바닷가에서 노트북으로 중간실험을 했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고 말했다. 마라도는 ‘선 없는 인터넷’이 실용화된 한국 최초의 마을이다.

    마라도의 유일한 학교인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엔 고권교사 등 교직원 3명에, 학생은 김연지(6학년), 민수(5학년) 남매 둘뿐이다. 4월25일 두 학생은 교실에서 글짓기수업 중이었다. 연지는 ‘ㅎ·ㄴ글프로그램’을 이용해 ‘내 동생은 곱슬머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그 다음 모니터 위로 동생과 닮았다는 목각인형그림을 불러왔다. 연지는 색칠을 하고 크기를 줄였다 늘렸다 한 다음 그림을 글 옆에 붙인 뒤 출력했다. 컴퓨터 그래픽 글짓기가 완성됐다. 고권교사는 “학생 한 명당 최고급 컴퓨터가 한 대씩 제공되고, 매일 1∼2시간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컴퓨터 실력은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민수는 교환학생으로 모슬포항에 있는 동안 인터넷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모두 익혔다. 5월부터 학교에서도 전화선이 아닌 초고속 통신으로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는 “잔디밭에 누워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종국마라이장은 “아직까지 인터넷 사용자는 30대 젊은층에 국한된다. 그러나 인터넷은 마라도의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마라도까지 신문이 배달되는데 하루나 이틀이 걸린다. 그러나 이젠 서울에서 기사가 뜨면 즉시 볼 수 있다.

    4월24일 복지회관에서 코시크의 관계자가 인터넷무료전화인 다이얼패드 시범을 보였다. ‘www.dialpad.co.kr’로 들어가 제주시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5분간 성공적인 통화가 이뤄졌다. 마라도에선 회선 부족으로 전화가 자주 끊어진다. 주민들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통화감도 훨씬 좋으면서 비싼 ‘시외전화비’도 없는 다이얼패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라도 보건진료소 김용식소장은 “국립보건원과 데이콤이 인터넷 화상진료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의료 불편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도 주민들은 마라도를 알리는 홈페이지(www.mara-do.com)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날씨 관광정보 등을 담고 있는 ‘마라도의 포털사이트’다.

    데이콤 지명석 제주지점장은 한국 최남단 마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인터넷 실험은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마라도는 이제 원시 자연과 인터넷 세상이 공존하는 망망대해의 ‘디지털 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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