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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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용꿈은 내가 꾼다”

차기 주자들 32개월 대장정 돌입… 전당대회가 첫 ‘시험대’

  • 입력2006-05-16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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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용꿈은 내가 꾼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4·13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 2002년 12월을 골인점으로 한 대권 대장정이 본격적인 출발선에 서게 된다.

    자천타천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이미 총선을 ‘대선 레이스 전야제’ 쯤으로 활용했다. 선거기간 중 쏟아진 중진 정치인들의 숱한 대권도전 선언이나 ‘영남정권 창출론’ ‘충청도 대통령론’ ‘중부권 역할론’ 등이 그 편린들이다.

    이처럼 총선 과정에서부터 맛뵈기를 시작한 대권 레이스는 DJ 집권 후반기 벽두부터 가열될 전망이다. 차기 주자들의 용틀임이 벌써부터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곳곳에 도사린 변수들

    차기 주자들이 맨 처음 넘어야 할 고비는 정계개편과 당권경쟁이다.



    16대 국회 개원이라는 새판짜기를 앞둔 상태에서 크건 작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는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 과정에서 차기주자들은 ‘총선 성적’과 ‘미래 가치’를 종잣돈으로 최대한 자신의 위상과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

    여야가 늦어도 9월 이전에 치를 전당대회는 더욱 사활적 이해가 걸린 싸움터. ‘누가 당권을 잡느냐’가 차기 구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국의 양대 축인 민주당은 9월, 한나라당은 조기 전당대회를 약속해놓고 있다.

    정가에서는 ‘DJ 이후’에 대한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민주당에서 차기 주자 중 하나가 당권을 잡는다면 그가 당의 대권후보가 될 확률이 50%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회창총재가 당원의 신임을 다시 얻을 경우 거의 난공불락의 성이 될 공산이 크다.

    두 번째는 ‘3김 변수’다. 거의 배타적인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3김은 이미 두 번의 합종연횡으로 14대와 15대 대선의 최종 승자를 결정했다. 14대 때는 YS가 JP와 손잡고, 15대 때는 DJ가 JP의 도움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현재도 그와 같은 지역구도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요지부동의 지역구도와 그에 기반한 대권론은 ‘3김의 사망’보다는 ‘3김의 부활’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권과 관련한 3김의 향후 행보는 비상한 관심거리다. 이들의 연대와 대립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그리고 이들의 후광이 누구를 비출 것인지가 대세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차기 주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3김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이 또하나의 고빗길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개헌론도 대권 레이스를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내각제 개헌의 경우 대권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JP는 내각제 개헌이라는 깃발을 앞세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한다. 하지만 개헌론이 불붙은 대권 레이스를 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의 9룡’ 못지 않게 민주당에서는 7명의 차기 주자들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5O대 트로이카’가 대권과 당권 이슈를 선점한 상태. 이인제 선대위원장에 이어 노무현-김근태부총재가 차기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현재의 구도는 한 걸음쯤 앞서가고 있는 이위원장에 노-김부총재가 ‘반이연합’으로 맞서고 있는 양상. 이위원장은 97년 대선 500만표의 검증된 위력과 충청권의 지지를, 노부총재는 개혁 성향의 젊은층과 PK(부산-경남) 기반을, 김부총재는 수도권과 386세대의 지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종찬고문과 정대철부총재도 대권 도전 의지를 거듭 밝혀온 인물. 하지만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중권 전청와대비서실장도 영남권 후보론과 함께 거론되고 있으며 호남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고건 서울시장의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7인 모두 민주당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동교동계가 아니라는 점. 이는 곧 누구도 확실한 당내 기반이 없으며 따라서 앞으로의 대권후보 경쟁이 무궁무진한 변화의 폭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단 DJ와 동교동계는 차기 주자간 경쟁을 묵인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DJ의 발언부터 그렇다.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시켜 나로부터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으며 그런 분이 후보가 되면 당연히 대통령으로서 밀어줄 것이다. … (9월 전당대회에서는 당을) 완전 개방하여 당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자유 경선을 통해 다음 당을 이끌 진용을 만들 생각이다.”(2월26일 조선일보와의 회견 중)

    그러나 DJ와 동교동계가 끝까지 중립을 지키리라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동교동계의 움직임에서 DJ의 의중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바로 그 후보에게 ‘DJ 고정표’의 쏠림현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비해 대권후보 구도가 훨씬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회창이냐, 아니냐’의 싸움이다.

    이회창총재는 지난 2월 총선 공천파동이 일자 “총선 후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6, 7월경으로 예상되는 조기 전당대회는 친이그룹과 반이연대간 싸움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여기에서 이총재가 비주류의 도전을 무력화시킬 경우 대선 본선까지 거의 직행노선을 탈 수 있다.

    현재 ‘이회창 대권주자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인물로는 김덕룡부총재 강재섭의원 홍사덕선대위원장 이부영원내총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아예 ‘이회창 불가론’을 펴거나 이총재가 중도에 낙마할 경우 자신이 가장 적절한 대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내 레이스의 가장 큰 변수는 영남권의 향배. 강재섭 박근혜의원을 중심으로 한 TK세력과 박관용부총재 등의 PK세력이 ‘영남의 반이회창, 또는 비이회창 정서 확산’을 내세우며 연대할 경우 이총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자민련은 대권후보군이 단순화되어 있다. 김종필명예총재와 이한동총재가 가까이 가있는 인물.

    그러나 JP는 대권보다는 내각제 개헌에 더 관심이 있다. 개헌이 좌절되더라도 대선 출마보다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하려 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반면 이총재는 개헌 좌절시 ‘중부권 역할론’을 내세워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국민당은 군소 정당이지만 대권주자만큼은 풍년이다. 조순대표 이수성상임고문 박찬종-이기택최고위원 등이 후보반열에 명함을 내밀고 있다.

    민국당은 총선 과정에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자 ‘총선 후 빠른 시일 내에 미국식 예비선거를 통해 대통령후보를 가시화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시원치 않은 총선 결과로 인해 이들이 과연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예비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보다는 정계개편의 급류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정당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 인사 중에서는 단연 정몽준의원(무소속)이 두드러진다. 그는 이미 “자연스런 여건이 주어진다면 피하진 않겠다”는 말로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정의원이 대권후보로 주목받는 이유는 몇 가지 강점 때문이다. 그는 그리 때묻지 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대선 때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풍부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이른바 영남후보론의 대안으로 거론될 수도 있다.

    ‘차기 킹메이커’는 과연 누구?

    쇠퇴한 김윤환씨 자리 권노갑고문 급부상


    ‘대권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대권을 거머쥐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대권 레이스는 차기 주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킹 메이커’를 꿈꾸는 이들간의 경쟁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에서 ‘킹 메이커’의 대명사는 김윤환 민국당최고위원. 그는 과거 풍부한 정치력을 바탕으로 노태우-김영삼대통령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97년 대선 때는 ‘이회창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했다. 그는 이제 ‘영남정권창출론’을 내걸고 이수성씨를 받쳐주려는 듯하나 “예전 같겠느냐”며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의 차기 주자들은 대부분 ‘터줏대감’이 아니어서 당내 기반이 빈약하다. 때문에 자신의 대망을 이뤄줄 조력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선두주자인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경우 97년 대선 때부터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온 이만섭 전총재권한대행이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대행 역시 당내 주류에 대해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게 흠이다.

    노무현부총재에게는 95년 민주당 분당사태 때부터 동고동락해 온 김원기고문이 있다. 호남에 기반이 없는 노부총재에겐 정치력이 뛰어난 김고문이 더없이 귀한 존재다. 주위에서는 두 사람이 대권과 당권을 분할하는 파트너십으로 공생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근태부총재나 이종찬고문 등에겐 거물급 조력자가 없어 보인다. 정대철부총재는 한때 동맹관계였던 김상현씨의 탈당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진정한 ‘킹 메이커’는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고문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가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DJ의 뜻을 받들어 동교동계를 이끌고 ‘킹 메이커’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권고문은 이미 총선 과정에서 ‘시험 가동’까지 해보았다. 그는 지난 3월 이인제 선대위원장 후원회에 참석해 “이위원장은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지도자이며 김대중대통령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갖고 있다”며 ‘이인제 대망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물론 권고문측은 “후원회에서 한 발언일 뿐”이라며 “대권 레이스에선 엄정 중립”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김윤환최고위원이 떠난 뒤 새로운 조력자를 찾고 있지만 정치력을 갖춘 거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윤여준 전여의도연구소장이 이총재의 ‘대권 플랜’을 기안하고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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