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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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의 불평등은 세계화 탓?

  • 입력2006-05-10 1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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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富의 불평등은 세계화 탓?
    산업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세계는 점차 부유해져 가는 데도 정작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난해져 가고 있다.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들은 날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20대 80의 사회’, 즉 세계 인구의 20%만이 부를 누리고 나머지 80%는 빈곤에 시달리는 암울한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이같이 부의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어 가자 당황한 선진국 구성원들은 이 위기의 원인을 애써 ‘세계화’에 돌리려 한다. “중국이나 인도의 값싼 노동력의 등장이 서구 사회에 대량실업을 낳고 평균 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협감 때문에 부유한 나라들 사이에서는 제3세계들의 맹공을 막아내기 위한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제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세계화’가 화근인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부유해진 세계 가난해진 사람들’(1997년 저)의 저자 다니엘 코엔은 단호히 말한다. “문제는 세계화가 아니라 산업화가 초래한 서구 사회 내부의 모순”이라고.

    그는 가난한 나라와의 교역량이란 서구 사회의 노동과 자본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주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못박는다.

    오히려 선진국들이 자국의 ‘아이디어 상품’(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윈도95’가 그 예다)을 보다 넓어진 시장에서 유통시키고, 그만큼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은 다름아닌 ‘세계화’의 덕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서구의 ‘가난’은 오히려 내부적인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산업 각 분야는 이전보다 훨씬 전문적인 인력을 필요로 하고, 그 수준에서 뒤떨어지는 ‘이질적인’ 구성원을 퇴출시킨다. ‘수준이 맞는 구성원’만을 그러모은 ‘능력별-선별적 짝짓기’를 통해 노동시장이 재편되고, 이런 과정에서 전통적인 연대의식과 공장, 가정, 학교, 국가 등의 공동체들까지 파괴 위기에 놓였다.

    지금 세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갈등, 사회집단간의 갈등이 아니라 ‘사회집단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코엔은 “세계화는 오늘날 결코 피할 수 없는 모험이요, 순진한 보호무역주의는 특정 대상을 보호해주는 대신 나머지 산업과 연구기반을 쑥밭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파생된 갈등을 적절하게 조절해낼 수 있는 ‘정치적 노력’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의 경제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산적한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으며, 도덕적-정치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책 안에는 아시아 ‘네 마리 용’의 부흥비결을 분석한 부분에서 한국의 과거 경제성장 과정과 현 상황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책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쓴, 상당히 무게있는 주제를 다룬 경제서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미덕을 지녔다.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이론을 나열하는 것은 피하고, 대신 풍부한 사례 제시, 간결하고 압축적인 문체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선적으로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번역을 한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주명철교수는 적절한 용어 선택과 매끄러운 글 다듬새로 책에 윤기를 불어 넣었다.

    다니엘 코엔 지음/ 주명철 옮김/ 시유시 펴냄/ 192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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