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완구 제조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 P씨가 전자상거래 열풍에 편승해 사이버 쇼핑몰을 열어 놓은 것은 불과 6개월 전. P사장은 이때만 해도 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완구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부부에 국한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핑몰을 연 지 6개월만에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전자상거래 연수 과정에 새롭게 등록한 것이다. 물론 P사장은 전자상거래 진출을 처음 준비하는 신입생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최근 들어 P사장처럼 전자상거래 분야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자상 거래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쇼핑몰만 열어 놓았다가 ‘파리만 날리고 마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전자상거래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자상거래의 중심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usiness to Consumer)에서 기업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2003년 안에 전자상거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거래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전자상거래 관련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내놓은 청사진은 시기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관 심을 끌었다. 산업자원부 산하에 전자상거래 분야를 전담할 전자상거래과를 신설하는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정부 조직과 기구가 개편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종합대책이라는 점과 이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간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수립한 대책이라는 점에서다.
△전자상거래 관련 투자 세액 공제 △각종 법률 제도 정비 △공공부문 전자상거래를 통한 조달 비율 증 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 종합 대책은 일단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내놓았다는 평 가를 받고 있다. 산업자원부 박용찬 전자상거래과장은 “이미 지난해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등을 제정해 기본적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세부 분야별로 법과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민간 분야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부가 정책 우선 순 위를 잘못 짚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강용중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통신 비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나 기 업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야말로 수요의 저변을 확대하는 지름길 이라는 말이다. 강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 선진국의 통신 비용보다 적어도 30% 정도 낮은 통신 비용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전문 조사업체인 인터넷 매트릭스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일선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 는 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분야 231개 기업의 마케 팅 담당자를 상대로 한 이 조사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터넷 활용 관련 인프라 구 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그 다음으로 인 터넷 전문인력 양성(22.8%), 인터넷 관련 법규 개선 및 제도 보완(21.1%) 등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기 술이나 인력 확보가 전자상거래 비중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미 정부 조달 시장에서는 전자상거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98년의 경우 정부 조달의 35%를, 지난해의 경우 54%를 이미 전자상거래를 통한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 시장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에서는 송배전, 발전 자재의 28% 정도, 포항제철에서는 전체 조달의 50% 정도를 전자상거래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전자입찰 시스템을 겨우 구축해 놓은 단계이고 나머지 공기업들은 대부분 전자 조달을 계획중이거나 관련 사업에 막 착수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렇게 공기업간 편차가 큰 상황에서 2001년까지 공기업 조달의 50%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지만 공공 부문 중심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은 현재 공공 분야의 조직 구조나 관행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자상거래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고충을 들어보더라도 정부측의 청사진과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체 사이버 쇼핑몰을 갖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무료 사이버몰을 구축해주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사이버 쇼핑몰에 입점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종욱박사는 “정부의 구상이 핑크빛에만 머물러 있는 데다 기업들도 전자상거래를 위한 마인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뛰어들자’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자상거래 분야 진출을 도와줄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자상거래 발달에 가장 중요한 물류 시스템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이버몰 업체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최근 특수를 누리고 있는 택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유도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민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보다 획기적인 물류 개선 시스템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강용중연구위원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거래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실제 물건은 마차 속도로 배달된다면 전자상거래가 발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이버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는 데는 3초가 걸리지만 물건이 도착하는 데 3일이 걸린다면 장밋빛 청사진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고와 배송 시스템 등 물류 체계는 전자상거래의 사활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일본의 전자상거래가 동네마다 둥지를 틀고 있는 편의점을 물류 기지화하면서 급속하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존의 물류 체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물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는 ‘종합대책’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디지털 부서’니 ‘아날로그 부서’니 하며 전자상거래에 대한 주도권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훨씬 급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쇼핑몰을 연 지 6개월만에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전자상거래 연수 과정에 새롭게 등록한 것이다. 물론 P사장은 전자상거래 진출을 처음 준비하는 신입생들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최근 들어 P사장처럼 전자상거래 분야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자상 거래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단 쇼핑몰만 열어 놓았다가 ‘파리만 날리고 마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전자상거래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자상거래의 중심을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usiness to Consumer)에서 기업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2003년 안에 전자상거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거래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전자상거래 관련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내놓은 청사진은 시기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관 심을 끌었다. 산업자원부 산하에 전자상거래 분야를 전담할 전자상거래과를 신설하는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정부 조직과 기구가 개편된 뒤 처음으로 내놓은 종합대책이라는 점과 이 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간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수립한 대책이라는 점에서다.
△전자상거래 관련 투자 세액 공제 △각종 법률 제도 정비 △공공부문 전자상거래를 통한 조달 비율 증 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 종합 대책은 일단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내놓았다는 평 가를 받고 있다. 산업자원부 박용찬 전자상거래과장은 “이미 지난해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등을 제정해 기본적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세부 분야별로 법과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민간 분야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부가 정책 우선 순 위를 잘못 짚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강용중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를 촉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통신 비용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나 기 업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야말로 수요의 저변을 확대하는 지름길 이라는 말이다. 강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 선진국의 통신 비용보다 적어도 30% 정도 낮은 통신 비용을 유지할 수 있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전문 조사업체인 인터넷 매트릭스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일선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 는 기업들이 실제로 어떤 분야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 분야 231개 기업의 마케 팅 담당자를 상대로 한 이 조사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터넷 활용 관련 인프라 구 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그 다음으로 인 터넷 전문인력 양성(22.8%), 인터넷 관련 법규 개선 및 제도 보완(21.1%) 등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기 술이나 인력 확보가 전자상거래 비중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미 정부 조달 시장에서는 전자상거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98년의 경우 정부 조달의 35%를, 지난해의 경우 54%를 이미 전자상거래를 통한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 시장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에서는 송배전, 발전 자재의 28% 정도, 포항제철에서는 전체 조달의 50% 정도를 전자상거래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전자입찰 시스템을 겨우 구축해 놓은 단계이고 나머지 공기업들은 대부분 전자 조달을 계획중이거나 관련 사업에 막 착수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렇게 공기업간 편차가 큰 상황에서 2001년까지 공기업 조달의 50%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지만 공공 부문 중심으로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은 현재 공공 분야의 조직 구조나 관행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자상거래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고충을 들어보더라도 정부측의 청사진과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체 사이버 쇼핑몰을 갖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무료 사이버몰을 구축해주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사이버 쇼핑몰에 입점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종욱박사는 “정부의 구상이 핑크빛에만 머물러 있는 데다 기업들도 전자상거래를 위한 마인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뛰어들자’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자상거래 분야 진출을 도와줄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자상거래 발달에 가장 중요한 물류 시스템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이버몰 업체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최근 특수를 누리고 있는 택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유도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민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보다 획기적인 물류 개선 시스템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강용중연구위원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거래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실제 물건은 마차 속도로 배달된다면 전자상거래가 발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이버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는 데는 3초가 걸리지만 물건이 도착하는 데 3일이 걸린다면 장밋빛 청사진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고와 배송 시스템 등 물류 체계는 전자상거래의 사활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일본의 전자상거래가 동네마다 둥지를 틀고 있는 편의점을 물류 기지화하면서 급속하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존의 물류 체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물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는 ‘종합대책’은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디지털 부서’니 ‘아날로그 부서’니 하며 전자상거래에 대한 주도권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 훨씬 급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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