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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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의 흐름 한눈에 쏙쏙 들어오네”

  • 김상현 기자 walf@donga.com

    입력2007-04-20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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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방대한 규모의 조사를 벌인다. 조사의 제목은 ‘거리의 소멸’(The Death of Distance). 이 제목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고립화의 영향을 다룬 유명한 연구인 조프리 블레이니의 ‘거리의 폭정’(The Tyranny of Diatance)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거리의 소멸’은 무엇을 뜻하는가. 요즘의 사회 흐름, 혹은 기술 흐름에 어느 정도 밝은 사람이라면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인터넷이 막 대중화하기 시작한 당시로서는 다소 낯설었을 뿐 아니라 일정 부분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거리의 소멸 - 통신 혁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프레스 펴냄)는 당시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크게 보도된 내용을 줄기로 삼은 책이다. 따라서 책의 재료가 생기고, 이를 다시 깁고 더해 책으로 엮기까지 2년 넘게 걸린 셈이다(97년 출간).

    1년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달, 혹은 며칠 사이에도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흐름이 속속 고개를 내미는 만큼 책의 출간이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법한 대목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러한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도리어 케언크로스가 지닌 놀라운 통찰력과 빼어난 표현력에 감탄할 때가 훨씬 더 많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TCP/IP는 인터넷의 핵심이다. 이는 전자적인 에스페란토로서 PC든 애플 매킨토시든, 대학의 방대한 주컴퓨터이든 가정의 랩톱이든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의 컴퓨터를 서로 연결해주는 일련의 표준규칙이자 공통어이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 하나는 그것이 ‘비(非)미국적’이라는 점이다. 그녀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통신산업에 대한 과거의 분석은 대부분 미국의 주도로 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미국적인 시각에서 진행돼 왔다.” 그렇다고 그녀의 시각이 영국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 조사 결과는, 그녀의 말에 따르면, “미국적이지도 영국적이지도 않다. 대신 국제적이고 다국적이다.” 앞부분에 30개로 새로운 정보통신의 흐름을 명료하게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400쪽 가까운 뒷부분은 그 흐름들에 대한 부연 설명이자 근거 자료들이다. 최근 국내에도 ‘거리의 소멸 @ 디지털 혁명’ (홍석기 옮김/ 세종서적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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