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흔히 ‘구이’라고 읽는다. 구이? 통닭구이?
물론 아니다. ‘그래피컬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의 약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 화면이나 애플 매킨토시의 화면처럼, 그림과 아이콘들로 짜인 컴퓨터 사용 환경을 가리킨다. PC는 시커먼 바탕 화면에 일일이 명령어를 쳐 넣어야 움직였던 도스(DOS) 환경을 거쳐 윈도로 대표되는 ‘GUI’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대중화에 성공했다. 여전히 미흡하긴 하지만….
GUI는 ‘테크놀로지 리뷰’지가 뽑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인터페이스’ 열가지 중 하나다. 리뷰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간하는 격월간 잡지. 과학 및 정보-통신 정보를 주로 다룬다.
그런데 잠깐, ‘인터페이스’(Inter-face)란 뭘까. 우리가 안(밖)에서 밖(안)으로 들어갈(나갈) 때 무엇을 이용할까? 문이다. 그렇다면 문은 어떻게 여닫는가? 손잡이를 통해서다. 이 문, 혹은 문 손잡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다.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두드린 키보드도 컴퓨터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곧 인터페이스다(키보드는 열 가지 인터페이스에 끼지 못했다).
■ 라우드스피커
그냥 스피커라고 불러도 마찬가지다. 집안에서, 심지어 목욕을 할 때도, 우리는 스피커 덕택에 바그너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혹은 오솔길을 걸을 때도, 우리는 스피커 덕택에 음악(이나 다양한 종류의 소리)을 들을 수 있다.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나 위대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처럼 남다른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라도 스피커가 없었다면 그처럼 엄청난 청중을 한꺼번에 매료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15년 이후 사람들은 실제 연주회장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피커를 꿈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스피커도, 실제 음악홀에서 듣는 것과 같은 소리를 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 누름단추식 전화기
‘누름단추식’(Touch-Tone) 전화기는 AT·T가 내놓은 신발명품이자 그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보통명 사처럼 쓰인다. 벨 연구소는 이 방식의 전화기가 좀더 빨리 대중화할 수 있도록 온갖 방식으로 숫자 배열이며 버튼 크기, 적당한 누름 강도, 심지어 버튼 표면이나 모서리에 대한 처리 방법까지 연구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손가락을 넣어 돌려야 했던 다이얼식 전화기는 아주 짧은 영화를 누리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자동차들은 마치 경운기 손잡이 같은 키로 방향을 조절했다. 다루기 힘들 뿐 아니라 지면의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여간 불편하고 피곤하지 않았다. 핸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조작하기 편할 뿐 아니라 지면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핸들은 몇 가지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낳았다. 과속하다 사고를 당할 경우 흉기로 작용하는 것. 1950년대, 핸들 없는 컨셉트카도 선보였지만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핸들 없는 차는 더 이상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 자기대(磁氣帶) 붙은 카드
자기대를 붙인 카드(마그네틱 카드)는 그 쓰임새를 넓히면서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안에 든 현금을 걱정하지 않는다. 혹시 누군가 카드를 이용해 거액을 빼가지 않을지가 더 큰 걱정거리다.
마그네틱 카드는 이제 ‘스마트카드’로 진화하고 있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며 방대한 정보를 담은 카드다. 금융 관련 정보는 물론 개인정보까지 포괄하는 카드. 그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 교통신호등
빨강 초록 노랑 세 가지 색으로 이뤄진 교통신호등은 사람들의 심리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하와이대 심리학 교수인 리언 제임스의 말. “우리는 가다가 정지당하는 것을 혐오한다. 노란 색 신호가 켜지면 사람들은 가속 페달을 밟고, 그것이 늦어 빨간 색 신호를 만나게 되면 맥이 빠지고 만다.” 만약 이를 어겨 지나가 버리면 감시 카메라에 찍혀 범칙금 통지서를 받거나, 잠복해 있던 교통순경에게 딱지를 떼이게 된다. 교통신호등이 도심 곳곳에 ‘교통의 분쟁지역’(Communication Hotspot)을 만든 셈이다.
리모컨은 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의 일본식 조어. 리모컨의 등장 뒤에는 범람하는 TV 광고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숨어 있다. 1950년 지니스사가 처음 내놓은 리모컨은 케이블로 연결돼 있었지만 5년 뒤 무선으로 바뀌었다. 현재 출시되는 TV의 99%, VCR의 100%가 리모컨으로 작동한다. 리모컨이 어린이들의 ‘채널 방황’(영어로는 채널 서핑이라고 한다)을 부추기고, 종일 TV만 보는 ‘카우치포테이토’족을 낳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별로 설득력은 없는 것 같다.
■ CRT
미국에서는 TV를 흔히 ‘튜브’라고 부른다. 튜브는 ‘캐소드-레이 튜브’(Cathode-Ray Tube)에서 나온 말. 국내에서는 ‘브라운관’이라는 표현이 더 친숙하다. TV뿐이 아니다. 컴퓨터 모니터도 CRT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거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CRT. 사람들의 수동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 액정화면(LCD)
CRT의 단점은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 그래서 무거울 뿐 아니라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것. 액정화면(LCD·Liquid Crystal Display)이 변혁을 가져왔다. TV 컴퓨터 등 ‘시각적인’ 도구들을 휴대할 수 있게 한 것. 액정이 발견된 것은 1888년이지만 그것이 디스플레이용 재질로 쓰이기까지는 10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1971년에 첫 LCD 등장). 아직도 LCD의 크기나 가격, 여러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CRT를 대체하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 마우스와 GUI
마우스와 GUI는 1960년대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처음 선보인 이래 1970년대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PARC)를 거쳐 1980년대 애플컴퓨터에 이르러 활짝 꽃을 피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는 아직 싹도 보이지 않던 무렵이었다.
■ 바코드 스캐너
1992년 NCR사가 시현해 보인 바코드 스캐너를 보고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굉장하군!”이었다.
1974년 스캐닝(走査) 기술이 처음 나온 이래 바코드 스캐너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스캐닝의 부정확성, 정보 수집 및 오용(誤用)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캐너들은 전세계 곳곳의 소매점에서 조(兆)바이트 단위의 엄청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각 제품과 소매점, 도매점, 제조사 사이를, 빛의 속도로 날아 다니는 무량(無量)의 정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