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 사회에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각인시켜 놓은 사회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지난 11월19일 90회 생일을 맞았다. 새로운 세기를 바로 코앞에 두고 90세가 된 이 20세기 지식 세계의 거목은 21세기를 ‘어떤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경외(敬畏)의 세기’ 라고 진단한 바 있다. 15~20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e-commerce’가 인류 사회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그 변화의 소용돌이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러커의 화두는 여전히 ‘가치’(value)와 ‘서비스’(service)다. 그의 90회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11월17일 ‘뉴욕타임스’는 그를 ‘가치와 서비스의 현자’라고 평하면서 ‘드러커는 여전히 고객을 통한 이익 창출을 설교하고 있다. 만약 그가 일본에서 살았다면 살아 있는 국보급으로 지정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국유기업이 사는 길은 민영화뿐”
피터 드러커의 영향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깊숙이 퍼져 있다. ‘지구촌 경제’(Global Economy) ‘정보 사회’(Information Society) ‘포스트 모더니즘’ 같은 것들이 모두 드러커를 통해 만들어졌거나 발전된 개념들이다. 그의 족적이 가장 뚜렷한 곳은 역시 비즈니스 쪽이다.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치고 그의 자문을 받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경영 자문인으로서의 드러커는 또한 비즈니스계의 이단자이기도 하다. 그는 무조건적인 이익만 을 추구하는 월스트리트 류가 아니다. 주식 한 주 값에 모든 것을 거는 ‘주식 이윤’이라는 말은 드러커의 어휘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주주 패권’ 시대를 경멸한다. “주식 시세와 단기 이윤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와 장기 투자의 균형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오늘날의 일방적인 단기 투자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설파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투자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고용인과 고객이라는 두 가지 요소다.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이익 창출만을 위해 투자에 몰두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고용인과 고객의 가치를 주장한다.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그를 ‘도덕론자’라고 폄하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45년 전,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 창출”이라고 못박았다. 지금도 이 전제는 유효한가. 드러커는 “아니라면 무엇인가”고 반문한다. 가치와 서비스가 우선이고, 이익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드러커는 경영자가 성공하는 길은 자신의 비즈니스가 추구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드러커의 이런 경영 사상을 가장 잘 반영한 기업이 바로 전화회사 벨(Bell)이다.
벨 시스템의 창시자인 시어도어 베일(Theodore Vail)은 동시대 기업인들과는 달랐다. 그는 전화 회사가 생산해내는 진짜 상품은 ‘서비스’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벨 시스템은 반세기 이상 전화회사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다른 전화회사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헌신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정부와 정치의 무용론자로 평가될 만큼 정부 차원의 경영에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그에 의하면 현대 사회의 국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영화뿐이다.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써왔을 뿐,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ies) 에서)
1954년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책을 출간했다. 팩카드 자동차회사의 운영 방식을 참고로 한 최초의 경영학 관련 저서였다. 지금은 케케묵은 고전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비즈니스에 ‘경영’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적인 저술이었다. 10년후 또 하나의 역작 ‘결과를 위한 경영’을 내놓으면서 드러커는 인기 저술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결과는 기회를 포착해서 얻어지는 것이지, 문제를 푼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의 글은 일단 재미있었고 쉬웠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핵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결과를 위한 경영’ 에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는 기업은 경쟁자가 먹기 전에 먼저 자기 회사 상품을 잡아먹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드러커는 또 ‘관리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일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아니라 잘할 일을 어떻게 찾아내 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효율’(effectiveness)과 ‘능률’(efficiency)의 차이점을 명료하게 지적했다. 효율은 항상 능률을 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비 절감을 위한 오직 하나의 효율적인 방법은 모두 같이 행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쉽게 하려 들면 점수를 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드러커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은 비영리단체의 경영 혁신이다. 교회 병원 학교 사회봉사단체 등 사회 부문에 경영 기법을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이 비영리단체에 대한 경영 혁신을 추진하면서 그 목적과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비영리단체들은 아주 낮은 단계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한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또한 분명히 하고, 얻을 것이 없으면 단호하게 버릴 각오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혁신의 원칙이다.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파고들어라. 그리고 재평가하고 재평가하고 또 재평가하라.”
뉴욕에 본부를 둔 ‘드러커 재단’은 지난 96년 5월부터 웹사이트(www. pfdf.org)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부문 단체들의 효율성 제고’가 드러커 재단의 임무다. 매주 비영리단체들의 경영 혁신의 새로운 사례들을 웹사이트에 올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사이트 운영의 목적이기도 하다.
정부보다는 재단이나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20세기를 ‘경영’해본 노학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드러커의 화두는 여전히 ‘가치’(value)와 ‘서비스’(service)다. 그의 90회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11월17일 ‘뉴욕타임스’는 그를 ‘가치와 서비스의 현자’라고 평하면서 ‘드러커는 여전히 고객을 통한 이익 창출을 설교하고 있다. 만약 그가 일본에서 살았다면 살아 있는 국보급으로 지정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국유기업이 사는 길은 민영화뿐”
피터 드러커의 영향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깊숙이 퍼져 있다. ‘지구촌 경제’(Global Economy) ‘정보 사회’(Information Society) ‘포스트 모더니즘’ 같은 것들이 모두 드러커를 통해 만들어졌거나 발전된 개념들이다. 그의 족적이 가장 뚜렷한 곳은 역시 비즈니스 쪽이다.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치고 그의 자문을 받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경영 자문인으로서의 드러커는 또한 비즈니스계의 이단자이기도 하다. 그는 무조건적인 이익만 을 추구하는 월스트리트 류가 아니다. 주식 한 주 값에 모든 것을 거는 ‘주식 이윤’이라는 말은 드러커의 어휘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주주 패권’ 시대를 경멸한다. “주식 시세와 단기 이윤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와 장기 투자의 균형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오늘날의 일방적인 단기 투자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설파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투자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고용인과 고객이라는 두 가지 요소다.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이익 창출만을 위해 투자에 몰두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는 고용인과 고객의 가치를 주장한다. 그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그를 ‘도덕론자’라고 폄하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45년 전,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 창출”이라고 못박았다. 지금도 이 전제는 유효한가. 드러커는 “아니라면 무엇인가”고 반문한다. 가치와 서비스가 우선이고, 이익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드러커는 경영자가 성공하는 길은 자신의 비즈니스가 추구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드러커의 이런 경영 사상을 가장 잘 반영한 기업이 바로 전화회사 벨(Bell)이다.
벨 시스템의 창시자인 시어도어 베일(Theodore Vail)은 동시대 기업인들과는 달랐다. 그는 전화 회사가 생산해내는 진짜 상품은 ‘서비스’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벨 시스템은 반세기 이상 전화회사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다른 전화회사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헌신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정부와 정치의 무용론자로 평가될 만큼 정부 차원의 경영에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그에 의하면 현대 사회의 국유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영화뿐이다.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써왔을 뿐,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새로운 현실(The New Realities) 에서)
1954년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책을 출간했다. 팩카드 자동차회사의 운영 방식을 참고로 한 최초의 경영학 관련 저서였다. 지금은 케케묵은 고전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비즈니스에 ‘경영’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적인 저술이었다. 10년후 또 하나의 역작 ‘결과를 위한 경영’을 내놓으면서 드러커는 인기 저술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결과는 기회를 포착해서 얻어지는 것이지, 문제를 푼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의 글은 일단 재미있었고 쉬웠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핵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결과를 위한 경영’ 에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는 기업은 경쟁자가 먹기 전에 먼저 자기 회사 상품을 잡아먹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드러커는 또 ‘관리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일을 어떻게 잘 하느냐가 아니라 잘할 일을 어떻게 찾아내 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효율’(effectiveness)과 ‘능률’(efficiency)의 차이점을 명료하게 지적했다. 효율은 항상 능률을 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비 절감을 위한 오직 하나의 효율적인 방법은 모두 같이 행동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쉽게 하려 들면 점수를 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드러커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은 비영리단체의 경영 혁신이다. 교회 병원 학교 사회봉사단체 등 사회 부문에 경영 기법을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이 비영리단체에 대한 경영 혁신을 추진하면서 그 목적과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비영리단체들은 아주 낮은 단계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한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또한 분명히 하고, 얻을 것이 없으면 단호하게 버릴 각오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혁신의 원칙이다.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싶으면 파고들어라. 그리고 재평가하고 재평가하고 또 재평가하라.”
뉴욕에 본부를 둔 ‘드러커 재단’은 지난 96년 5월부터 웹사이트(www. pfdf.org)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부문 단체들의 효율성 제고’가 드러커 재단의 임무다. 매주 비영리단체들의 경영 혁신의 새로운 사례들을 웹사이트에 올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사이트 운영의 목적이기도 하다.
정부보다는 재단이나 비영리단체의 역할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20세기를 ‘경영’해본 노학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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