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300억 달러(약 40조 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전경. [엔비디아 제공]
데이터센터 매출 263억 달러
엔비디아의 2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263억 달러(약 35조 원)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 252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로,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고급 그래픽 디자이너용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한 4억5400만 달러(약 6050억9000만 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및 로봇 분야 매출은 시장 예상치 3억447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소폭 하회한 3억4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순수익은 166억 달러(약 22조 원)로 전년 동기 61억8000만 달러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주당순이익(EPS) 또한 0.68달러로 역시 시장 예상치 0.64달러보다 높았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미국 월가에서 내부적으로 기대하고 있던 수익인 ‘위스퍼 넘버’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퍼 넘버는 증권사가 기관이나 큰손 등 투자 규모가 큰 투자자에게만 알려주는 증권사 내부 실적 전망치다. 이 위스퍼 넘버는 공식적인 시장 전망치보다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한 엔비디아 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AI 범용 가속기 GPU(그래픽처리장치) 마진이 75.5%로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며 “마진 하락은 차세대 AI 반도체 칩인 블랙웰의 낮은 수율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그래프2 참조).
양산 4분기로 연기
실제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며 블랙웰 생산을 기존 3분기에서 4분기로 연기한다고 알렸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의 생산 수율을 개선하고자 마스크를 변경했다”며 “블랙웰 생산은 4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회계연도 2026년(내년 2월~2026년 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에서 마스크는 회로 설계의 템플릿(프레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으며 기존 AI 칩 호퍼 수요는 여전히 강세”라고 말했다. 앞서 젠슨 황은 5월 22일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블랙웰이 2분기에 출시돼 3분기에 생산량이 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24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24%까지 폭등해 정점을 찍은 다음 계속해서 감소했다. 특히 2024년 회계연도 기준 4분기와 2025년 회계연도 기준 1분기(올해 2~4월) 매출 상승률은 각각 265%, 262%로 거의 비슷했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4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16.4% 폭등한 반면 1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에는 9.3% 상승에 그쳤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빅어닝서프라이즈를 계속 보여 투자자들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매출 성장률이 지난 분기에 못 미치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긍정적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7% 급락했으나 이는 잠깐 지나야 할 과속방지턱”이라며 “AI 확장 사이클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급락을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