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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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035년 전기차 시장, 전체 자동차의 85%까지 성장”

김지훈 대표 “이차전지 수요 늘 수밖에 없어… 美 중국산 관세 폭탄은 K-배터리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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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06-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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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을 지나는 가운데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2035년에는 지금보다 5.6배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이차전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4년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애플리케이션별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994GWh(기가와트시)였던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2035년에는 5570GWh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평균 성장률로는 15.4% 수준이다.

    애플리케이션별로는 전기차 수요가 4760GWh로 85%를 차지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용 수요가 618GWh로 11%, 소형기기 수요가 109GWh로 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수요 700GWh(70%), ESS 185GWh(19%), 소형기기 109GWh(11%)로 집계됐다.

    경제 유튜브 ‘김지훈의 훈훈한주식’을 운영하는 김지훈 대표는 이런 전망과 관련해 “최근 성장률이 둔화된 모습이기는 하지만 현재 세계적 흐름인 탈탄소와 친환경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를 5월 27일 만나 이차전지 시장 전망과 함께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 대폭 인상을 발표한 후 일어날 일들에 관해 물었다.

    2035년 전기차 7500만 대까지 확대 전망

    김지훈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대표. [박해윤 기자]

    김지훈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대표. [박해윤 기자]

    최근 SNE리서치가 “2035년 이차전지 시장이 2023년 대비 5.6배 커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SNE리서치는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나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과 비교할 때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 기관이다. 그런 SNE리서치도 2035년에는 전기차 시장이 7500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500만 대면 전체 자동차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모두 대신하는 시대가 올 테고, 이에 따라 이차전지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미래 전망에도 현재 이차전지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5월 14일(현지 시간)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관세를 7.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테슬라 차량 가격 인상 우려가 부각되며 국내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산 배터리를 공급받는 테슬라 판매량이 줄어들면 테슬라에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약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 판매량이 줄어들면 다른 완성차업체가 그만큼 침투율을 가져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올해 들어 4월까지 LG엔솔은 누적 성장률이 15% 하락하고 SK온은 역성장을 기록 중이지만, 삼성SDI는 37% 성장했다. 삼성 밸류체인인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리비안 차량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슬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산 배터리 관세 인상은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관세를 7.5%에서 25%로, 전기차 관세는 25%에서 100%로 올리기로 했는데, 이건 중국산을 원천 배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한국 기업은 당연히 최대 반사 수혜를 받게 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또 배터리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것이 양극재다. 그런데 중국은 그동안 저가 양극재와 배터리를 사용해 2000만~3000만 원대 전기차를 쏟아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아도 5000만 원대다.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가 부과되면 4000만 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1000만 원가량 싸다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중국산 전기차를 무조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후 전개될 상황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 여러모로 기회가 될 것이다.”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배터리 수요 증가 외에 어떤 이익이 있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인 중국 기업들과 달리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한 고가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LFP 배터리를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영업이익이 큰 제품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산 LFP 배터리가 성능 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한국 배터리 기업에 안정성을 높인 LFP 배터리 대항마 생산을 요청해왔다. 그래서 현재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가격은 LFP 배터리만큼 싸면서 성능은 월등한 하이망간(망간 비중을 늘려 안정성은 높이고 비싼 원자재인 코발트 비중을 줄여 원가 절감)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2025년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중국산 저가 배터리 관세를 올리면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대항마를 개발할 시간이 충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한국에 유리한 상황

    중국이 그동안 저가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로 새로운 상황을 맞은 것 같다.

    “중국은 자국 내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었기 때문에 과잉 생산된 물량을 자꾸 해외로 내보내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들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중국산 전기차 품질에 의구심을 갖게 된 데다,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배터리 산업은 물만 바뀌어도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야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이 지금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 유럽에 공장을 짓겠다 하지만 LG엔솔이 폴란드 공장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잡는 데만 4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LG엔솔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CATL이 1년 만에 수율을 잡을 수 있을까. 중국 기업 중 기술력이 가장 좋다는 CATL이 보유한 특허 건수가 대략 4000건이다. LG엔솔이 보유한 특허 건수는 4만5000건이다. 물론 CATL이 삼원계 배터리를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과 기술력이 2~3년 차이 난다. 더욱이 한국 기업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골고루 제품을 공급한 레퍼런스도 있어 이후 전개될 상황에서 유리하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 단계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최근 전기차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자 배터리 주문량을 축소한 미국 포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기차 1대를 만들 때마다 손실이 10만 달러(약 1억3700만 원)를 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업체마다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기아는 EV6를 소프트웨어중심차(SDV)로 페이스 리프트를 했음에도 이전 모델과 똑같은 가격에 내놓았다. 또 EV3와 EV4에 LFP 배터리보다 고사양인 미드니켈 배터리를 적용했으면서도 3000만 원대로 판매에 들어갔다. 마진이 줄어들 것을 알면서 차를 많이 파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테슬라 역시 유럽, 중동 등에서 팔리는 모델Y와 모델S 가격을 2000달러(약 275만 원) 내려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배터리를 많이 만들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당장 올해 말 LG엔솔이 양산에 들어갈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각형보다 생산비용이 15~20% 절감된다고 한다.”

    이차전지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후발 주자들

    최근 LG엔솔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선언하며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1조4000억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ESS 시장에서 LG엔솔과 삼성SDS의 점유율은 55%를 넘었다. 그러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게 됐고, 그사이 중국 기업들이 저가 ESS용 LFP 배터리로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높인 상태다. 하지만 현재 LG엔솔과 삼성SDS 모두 전기차 시장에서 부진한 부분을 ESS로 만회하려는 상황이라, 두 회사가 뛰어들면 현 15% 수준인 시장 침투율이 30%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 ESS용 배터리는 기술 격차가 없는 데다, 중국산 배터리에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최근 OCI, 고려아연 등이 이차전지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들 후발 주자의 성공 가능성은.

    “OCI는 영국 실리콘 음극재 회사 넥세온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현재 전체 음극재 시장에서 비중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리콘 음극재의 핵심 원료가 모노실란인데, OCI가 바로 이 모노실란을 공급한다. 모노실란도 진입 장벽이 있기 때문에 OCI가 시장에서 많은 포지션을 가져갈 확률이 높아 실리콘 음극재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미 2년 전 LG화학과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라는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연간 생산능력 2만t 규모의 생산 공정을 완공해 올해 양산에 들어간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물질이다. 현재는 LG화학만이 고객사지만 향후 생산 규모를 늘려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또 고려아연은 폐배터리 관련 포트폴리오도 확대 중인데, 폐배터리 활성화 시점을 2027~2028년 이후로 보기 때문에 선두권 기업들을 추격할 시간이 충분하다. 다만 이런 기업들을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이차전지 관련 비중이 매출에서 최소 30%, 영업이익에서도 30% 이상 되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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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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