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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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홍선 대표 “원자력보다 한국 화학기업 주목하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밸류에이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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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2-07-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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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홍선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대표.[조영철 기자]

    차홍선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대표.[조영철 기자]

    국제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한 가운데 석유 가격 전망을 두고 엇갈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7월 5일(현지 시간)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 씨티그룹은 올해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크게 하락해 2023년 말에는 45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7월 3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자사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이 합의한 ‘유가 상한제’에 러시아가 반발해 보복적인 원유 감산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공포에 7월 5일과 6일 양일 연속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월 5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그다음 날도 추가 하락해 배럴당 97달러에서 거래됐다(그래프1 참조).

    한편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6월 27일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40%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들썩이기도 했다. 과연 유가는 380달러까지 치솟을 것인가, 65달러까지 하락할 것인가. 차홍선 케미칼에너지투자자문 대표를 7월 5일 ‘주간동아’ 사무실에서 만나 국제유가 전망과 고유가 시대 현명한 투자 방법에 대해 물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국제유가 급등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가장 크다. 1970년대 중동전쟁 이후 공급 요인으로 유가가 급등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금리인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흥국 수요 감소 등 세 가지 요인으로 고유가 사태에 직면했다.”





    러시아 감산 우려 적어

    국제유가는 어떻게 전망하나.

    “국제유가는 횡보하다 차츰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소, 원자력 등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가는 잡힌다.”

    러시아의 감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그것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러시아 국가 재정은 석유와 가스, 곡물에서 대부분 나온다. ‘유가 상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감산하면 국가 재정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막대한 군사자금은 어디에서 충당하고 전쟁으로 불만이 높은 국민은 무엇으로 달래겠나. 더군다나 감산하면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만 좋은 일을 시키는 꼴이다. 감산은 러시아로서는 자해를 하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원유에 투자할까 고민하는 이도 많다.

    “지금은 유가나 정유사보다 화학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유가는 오르기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 화학업종이 좋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 신흥국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해 가동률이 떨어졌다. 화학제품 가격도 하락했다. 국내 화학기업 기준으로 가동률이 5% 줄었다. 가동률 5%가 줄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수요가 준 상태에서 러시아발(發) 공급 우려로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 그렇다면 이 상황이 지속될까. 석유가스와 신재생에너지가 크게 자리싸움을 할 수밖에 없어 원재료 가격이 언젠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곡물, 구리, 북미 가스 가격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원유와 유럽 가스 가격만 안 내려가고 있는데, 이 두 가격이 떨어지면 화학기업 숨통이 트인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해결된다면 화학 업황이 날개를 달게 된다.”


    화학기업 실적 지금이 바닥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2분기 실적은 악화됐다.

    “실적이 최악이라는 건 바닥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유가, 낮은 가동률, 하락한 제품 가격으로 실적이 최악인 상태다. 중요한 건 3분기, 4분기 실적이다.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더 하락하느냐인데 나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

    국제유가 안정이 전제 조건 아닌가.

    “유가 안정화보다 중국의 봉쇄 완화 영향이 더 크다. 화학업종은 최첨단 업종은 아니라서 소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중국 도시 봉쇄가 완전히 해소되면 소비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중국은 mRNA 백신이 아닌 사백신을 가장 빨리 만들어 빠르게 접종했다. 당시 제일 먼저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된 국가가 중국이었다. 이때 중국 주가가 치고 올라갔다. 당시 화학 주가도 좋았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미크론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미국, 서유럽 상황이 역전됐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에는 미국과 서유럽에서 접종한 mRNA 백신이 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도 나와 미국이나 유럽은 봉쇄가 풀려 경기가 좋아진 반면, 중국은 오미크론으로 다시 봉쇄됐다. 앞으로 중국 도시 봉쇄가 완전히 풀리면 화학기업이 예전처럼 다시 살아날 것이다.”

    화학업종도 국가별로 다양한데, 특히 주목해야 할 국가와 기업이 있다면?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을 주목해야 한다. 신흥국 인구는 총 64억 명이다. 64억 시장이 열린다는 관점에서 신흥국 기업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물류비용 때문이다. 그중 최대 수혜 기업은 한국 화학기업이 될 것이다.”

    7월 중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순방한다. 이번 순방이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국은 전 세계 원유 생산국 중 비중이 가장 큰 18%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12%인 사우디이고, 근소한 차이로 러시아가 3위(11%)다. 현재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석유와가스다. 우스갯소리로 고등어, 옥수수, 콩의 원료는 석유라고 하는데, 고등어는 경유 배로 잡고 화학비료는 대부분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안정화되려면 원유 가격이 정상화돼야 한다. 그리고 원유 가격이 내려가려면 필히 증산해야 한다. 미국 정유사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캐파(생산능력) 94%를 가동하고 있으니 사우디나 러시아가 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6월 28일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보복 감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여러 상황으로 봤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 증산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석유와 가스 사용을 줄이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지 않았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지금까지 사우디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증산을 안 하고 있는데, 미국의 증산 요청에 쉽게 동의하겠나.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대주주가 사우디 정부다. 물론 사우디 입장에서는 유가가 오르는 게 좋겠지만, 과유불급이 될 개연성이 크다. 2009년 유가가 140달러까지 치솟았을 당시 테슬라가 출연했다. 그 뒤 미국에서 셰일가스, 셰일오일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유가가 20달러까지 급락했다. 140달러였던 유가가 20달러까지 폭락한 것은 전혀 다른 방향의 대체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우디 정부는 과연 110달러대인 유가를 낮추려고 증산할까. 사우디 입장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신재생에너지, 테슬라처럼 주가 움직일 것

    EU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적극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 관련 ETF(성장지수펀드) 성적이 좋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가별 에너지 자립 중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망은 어떤가.

    “지금은 석유·가스 대 신재생에너지가 맞붙은 용호상박 형국이다. 석유와 가스가 불평등 에너지라면 신재생에너지는 평등 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나라에서나 노력만 하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흐름은 석유와 가스보다 신재생에너지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단, 신재생에너지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기라고 하는데, 일반 투자자가 느끼기엔 먼 미래 얘기 같아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주가는 ‘결국 신재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재패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돼 실적보다 주가가 높다.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소까지 모든 분야를 주목해 포트폴리오를 짜길 권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주가 곡선은 테슬라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초기에 10~20배까지 오르다 200배로 급속 상승해 2단계로 올라갔다(그래프2 참조). 매출이나 이익과 상관없이 꿈으로 10~20배 성장하다 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급상승한 결과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주가가 상승 커브 전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고평가 상태인 데다 눈에 띄는 실적은 없으니 투자하기 불안한 건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하자 원자력 관련 산업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원자력 ETF까지 출시돼 원자력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다.

    “원자력은 국가에 따라 호불호가 있다. 독일은 원자력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프랑스는 찬성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집권당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원자력은 안전 문제가 큰 걸림돌인데, 그것만 넘어서면 굉장한 평등 자산이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펼치면서 원자력 수주 관련 기업들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 원자력 관련주에 투자할 때는 밸류에이션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되면 어떤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 같나.

    “한국전력공사다. 우선 원자력으로 전기 단가가 낮아지고 전기 가격을 적정 선까지 올리면 적자폭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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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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