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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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MZ 퇴사… 현대차, 역대급 실적에도 ‘시름’

해외 주요 ‘퓨처 모빌리티 ETF’ 못 껴… “新성장동력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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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7-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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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4일 현대자동차는 신차 ‘아반떼 N’을 출시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7월 14일 현대자동차는 신차 ‘아반떼 N’을 출시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현대차)가 실적 면에서 ‘쾌속 질주’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분기 매출 28조 원, 영업이익 1조8000억 원으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상반기 국내외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6.2% 증가해 완성차 202만8974대를 팔았다.

    호실적 속 외국인 ‘팔자’

    반면 역대급 실적에도 현대차 주가는 시원스레 내달리지 못하고 있다. 7월 1~9일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 1644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현대차 주가는 5.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노사관계 △MZ세대 직원 퇴사 러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을 현대차 3대 리스크로 꼽는다.

    오랜 아킬레스건 노사관계

    7월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을 미루고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을 받아들였다. 현대차 노사는 집중 교섭 끝에 7월 20일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향상·재해예방 격려금 230만 원 △주식 5주 △20만원 상당 복지 20만 포인트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이 뼈대다. 당초 노조 측이 제시한 최장 만 64세로 정년 연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월 27일 현대차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지표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함부로 파업에 나섰다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에 노조도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외 자동차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사측이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생산직 연공서열은 유지하고 정년만 연장한다면 신입사원 채용도 어렵다. 노사갈등이라는 오랜 아킬레스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현대차 성장동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월 14일 기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별 5개 만점에 2.3개다. [블라인드 캡처]

    7월 14일 기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별 5개 만점에 2.3개다. [블라인드 캡처]

    ‘동종 IT업체’로 이동 MZ세대 줄퇴사

    MZ세대 직원의 퇴사 러시는 새로운 골칫거리다. 6월 말 현대차의 3년 차 이하 주니어급 직원이 대거 퇴사해 논란이 됐다. 퇴사자 상당수는 삼성전자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퇴사 원인은 역시 ‘돈’. 현대차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약 43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네이버(5000만 원), 삼성전자(4800만 원), LG전자(4600만 원) 등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조직문화 등 다른 불만도 적잖다. 젊은 직장인이 많이 이용하는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 현대차 관련 리뷰 평가(2895건)는 별 5개 만점에 2.3개다(7월 14일 기준). 블라인드 이용자는 자신이 다니는 직장을 인증해야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



    현대차 직원 유저들이 쓴 글 중에는 “복지 수준 개판이고 (조직)문화 조금 개선됐다고 하지만 역시 개판임”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다 보니 잘 걸리면 워라벨은 극강일 수 있음” “노조가 최고” 등 혹평이 여럿 눈에 띈다. 현대차 직원을 상담한 경험이 많은 한 노무사는 “현대차 조직문화는 속된 말로 ‘까라면 까라’는 분위기라고 한다. 외부인은 급여가 많다며 부러워하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은 처우 면에서 생산직에게 역차별받는다는 정서가 만연하다. 사무직, 연구직 대우가 좋은 타사로 이직하려는 이가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차업체도 IT(정보기술)업체와 동종업계로 묶인다. 현대차의 젊은 엔지니어라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비(非)자동차업계로 이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젊은 인력 유출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회사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급한 불 껐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상반기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수급 가뭄에 시달렸다. 주된 원인은 공급 부족. 2월 미국의 이례적 한파에 따른 전력 공급 중단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업계 1·2위 NXP와 인피니언의 생산 공장이 멈췄다. 3월엔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업계 3위) 공장도 화재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반도체 공정은 온도·습도 변화에 민감하다. 갑자기 생산이 멈춰 설비가 손상되면 본래 생산량을 회복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현대차는 한때 그랜저·소나타·아이오닉5 등 주요 모델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고객이 구입 후 실제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7월 12일 보고서에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은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2022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존 생산 수준을 회복해도 (납품이) 지연된 생산량만큼 추가 공급돼야 자동차 산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의 한 금융 전문가는 “3분기 들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될 경우 현대차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만 노조 파업 리스크가 생긴다면 기대보다 생산량이 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불안정 요소 탓에 현대차 주가 횡보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자동차 메이커에 머물러선 안 돼”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투자 전문가는 “현대차가 최근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이는 글로벌 경쟁사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머문다면 성장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현대차는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서 저평가되고 있다. 해외 주요 ‘퓨처 모빌리티(future mobility) ETF(상장지수펀드)’에 현대차는 포함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미국 로봇기술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있음을 좀 더 명확히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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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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