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출범한 ‘청년국민의힘’ 공동대표 김병욱·황보승희 의원 인터뷰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 앞두고 청년 지지층 확장 힘들어”
“청년 정치 위해 민주당과도 토론회 열겠다”
청년국민의힘 공동대표를 맡은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좌)과 같은 당 황보승희(우) 의원. [조영철 기자]
“당장 주변 또래들만 봐도 우리 당 지지자를 찾기 어렵다.”(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12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두 의원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20대부터 의원실과 기초의회 등에서 정치 경력을 쌓았던 두 의원은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43) 의원과 황보(44) 의원은 12월6일 출범한 국민의힘 내 청년정당인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거대 여당 독주에 청년들의 마음이 떠나고 있지만 야당은 아직 매력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청년조직인 청년의힘을 통해 국민의힘이 비상구를 찾을 수 있을까.
김 의원은 “집권층 주류가 86세대로 그들의 자식 세대가 지금 20대다. 자식들에게 기회를 나눠주지 않고 독식하는 아빠들이다. 86세대를 대신해 권력을 갖겠다는 게 아니다. 이들의 권력을 다음 세대에 나눠줄 수 있는 교량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보 의원은 “정치신인들의 보궐선거 도전으로 당이 가진 비호감 이미지를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12월 22일과 28일 양일간 나눈 두 의원과의 일문일답.
“벼락치기에 이용된 청년”
-청년의힘의 출범 배경은 무엇인가.김병욱(이하 김): 이전에도 각 당에 중앙청년위원회 등의 청년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조직들은 위원장이 바뀌면 조직 전체가 초기화되고 모래성 쌓듯 새로 만들어졌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청년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정당이 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황보승희(이하 황보): 선거 때만 되면 외부에서 청년을 영입해 출마시켰다. 이마저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보내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도 ‘퓨처 메이커(Future Maker)’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공천했으나 사실상 험지로 배치했다. 기회를 주는 것 같지만 실익은 전혀 없는 이러한 청년 정치는 잘못됐다.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던 외부인을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에서 내부 인재를 키워 함께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년 후보자에게 인색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김: 예습기간 없이 너무 벼락치기로 선거에 투입됐다. 의욕이 앞선 상태에서 당도 청년 후보도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선거에 나선 것이다. 그것도 청년 후보자들이 원하는 지역이 아닌, 임의로 할당하듯 지역을 배정했다. 그럼에도 출마 경험 자체는 청년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된다.
-청년의힘에 속할 청년 당원들의 나이 제한이 만 39세 이하로 내려간다는데
황보: 청년기본법에서는 만 34세 이하를, 각종 청년지원사업에서는 만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한다. 정치권은 청년이 적다는 이유로 만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본다. 젊어지는 이미지로 가기 위해서는 당내 청년위원회 등을 향후 만 39세 이하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년이라 부르려면 적어도 30대에는 속해야 하지 않을까.
김: 만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하면 결국 43세와 44세가 청년조직의 주축이 된다. 2030의 공간이 아닌 40대의 공간이 되는 거다. 이래서는 청년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조직이라 할 수 없다. 내년 1월쯤 당헌당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단 기존 만 45세 미만의 당원은 청년당원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향이 될 예정이다.
12월6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에서 열린 ‘청년국민의힘 창당대회’에서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특별한 기회를 주지 않으면 지역에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제 나이(43)에 선거에 도전해도 “어리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황보 의원 역시 “조직이 힘이 생기려면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독립성을 무엇으로 담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당 경상보조금 5%로 청년의힘의 독립성을 보장할 계획인가.
황보: 그렇다. 대략 10억 원 정도 되는 규모다. 여성발전기금의 경우 국고보조금의 10% 정도를 관련 사업에 사용하는 전례도 있다.
-경험 많은 현역 의원들은 재원 양보를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
김: 그렇지만은 않다. 중앙당에서 돈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다, 청년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당에 좋고 선거에도 이롭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법안이 도입되면 모든 정당이 구속되기 때문에 다른 정당의 의견도 모아야 한다.
- 청년 정책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어떤가.
-황보: 좋지 않다. 청년들이 고민하는 문제, 당면한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청년과의 스킨십에서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부족했다. 청년들에게 인기가 없다보니 당 내부에서는 ‘설득해봐야 안 된다’라는 자괴감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보수 지지율이 50% 정도 나오니 공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총선 뒤에 부산 중구·영도구에서 청년 당원 19명을 어렵게 모았다. 보통 청년위원회 만들려면 20~30명의 청년 당원이 필요하다. 보수 성향의 지역구인데도 이런 상황이다.
김: 젊은 세대는 진보 성향에 속하려 하는 성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정당이 그동안 이를 너무 방치했다. 청년들에게 다가가려는 정치적인 액션도 너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청년의힘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와 소통해야 한다.
“운동권 장기집권이 민주주의 해쳐”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과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이 청년 정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황보 의원은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독재의 꿀을 빨아먹은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나’라고 이야기했다. 도대체 독재의 꿀을 빨아먹은 사람이 누구인가? 민주당에 있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상대가 매번 일본에 빗대 보수 정당을 비판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백신 확보가 일본보다 뒤처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 젊은 세대가 여전히 여권을 지지한다고 보나.
김: 20대는 많이 돌아섰다.
- 20대가 여권에 등을 돌렸다고는 하나 야권 지지로 돌아섰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김: 젊은 세대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리더가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당을 대표할 대권주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보궐선거나 대선이 다가오면 당 안에서, 혹은 진영 안에서 후보자가 추려질 텐데, 당에서 젊은 층에서 호응을 받는 사람이 보궐선거나 대선 후보자가 됐으면 한다.
-금태섭 전 의원이 22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어떻게 보나.
황보: 범야권 인사로 분류되는데, 우리 당에 들어올 것 같진 않다.
김: (금 전 의원은) 1967년생이다. (야당은) 86운동권 세대와 싸우고 있다. 시민단체도, 노조도, 기업도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이들 세대가 장악했다. 정치가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86운동권 세대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 선거의 주축이 돼야 한다. 우리와 의식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의 시장 후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0대나, (많아도) 50대 초반의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한다.
-86운동권 세대가 보이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 86운동권 세대는 20대에 전두환 정권과 싸우면서 성장했다. 또 미제(미국 제국주의) 때문에 북한이 압박당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도 끊임없이 가상의 미제와 가상의 전두환을 만들면서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야는 파트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수 정당을 제거할 대상으로 보고 협의도 하지 않는다.
황보: 1970년생부터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빚이 없다. 1990년대 말 국제통회기금(IMF) 사태로 취업문이 좁아져 경제적으로 어렵게 지냈다. 그럼에도 너무나 오랜 시간 86운동권의 그늘에 가려 살아왔다. 그들이 권력을 놓지 않는 행태가 조국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면 젊은 세대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악의도 없고, 무엇보다 민생을 중요시하기에 (지금) 정치에 적합하다.
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최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지금 집권세력이 민주주의를 해치는 모습에 우려하고 있다. 훼손된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돌리려면 정권을 교체해 86 다음 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젊은 지지층 확장 어려움 극복하고 운동권 86세대 이겨야”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12월21일 부산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젊은 경제전문가, 능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과 비공식 접촉했다”며 1970년대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두 의원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2월15일 이명박·박근혜 전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 내부에서 반대도 있었나.
김: 반대하는 사람은 홍준표 의원처럼 당 밖의 사람들이었다. 진행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은 공식적으로 대부분 찬성했다. 지나간 역사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공과를 따져보고 교훈을 찾아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게 미래 세대 정치인의 임무다.
황보: 일부 어필을 하신 분도 있지만 사과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거여(巨與) 등의 상황 탓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황보: 총선을 ‘망’하면서 충분히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위기의식을 느껴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당은 법안 내용에 대한 조그마한 수정도 고려하지 않고 다수로 밀어붙이고 있다. 공영방송 역시 친여 성향의 보도를 하며 많이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
- 내년 보궐선거에서 1970년대생 시장이 나올 수 있을까.
김: 서병수 의원이 말한 것처럼 (정치권이) 젊게 바뀌어야 한다. 운동권 86 세대를 무너트리고, 그들이 독식한 기득권을 2030세대에 나눠주기 위해서는 86 다음 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내년 보궐선거부터 당에서 이런 인물들을 키워내고 이들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게 여러모로 이롭다. 보궐선거에서는 1970년대생 당선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대권에도 도전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본다.
-국민의힘을 대표할만한 젊은 새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데.
김: 지금은 익숙한 얼굴만 보일 수 있지만, 당의 젊은 전·현직 의원들도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이분들이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당의 젊은 그룹들이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과감하게 도약할 것이라 본다. 서울은 김웅, 윤희숙 의원과 오신환 전 의원이 출마의향을 비쳤다. 부산의 경우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다크호스로 꼽힌다.
황보: 각 분야에 전문성을 쌓은 신인 의원들이 마음을 먹고 도전을 한다면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당의 이미지를 참신한 이미지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들은 기존에 당이 갖고 있는 비호감 이미지인 ‘기득권과 수구꼴통’ 이미지를 종식해 줄 수 있다고 본다.
-22대 총선을 겨냥해 청년의힘은 어떤 목표를 세웠나.
김: 두 자리 수의 청년 당선자들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2030세대 국회의원이 몇 명 나왔다’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그 이후로도 정치적인 꿈이 있는 사람들은 다 청년의힘으로 올 것이다.
황보: 180석의 거여의 장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토론이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국민들께 지속적으로 여당이 잘못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전달하려고 한다. 지난 총선에는 국민들께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주셨지만, 다음 총선에는 다른 선택을 해주시리라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여당 독주의 문제를 적극 알려나가겠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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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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